암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초미세먼지 증가속도 1위, 항생제 오남용 1위.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지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의학 지식, 의료 기술 모두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질병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화 이후 첨단 의학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인류가 질병의 시달리는 이유를 파헤친 신간 ‘만들어진 질병’이 나왔다. 저자는 다수의 라디오,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중에게 알려진 칼럼니스트 김태훈이다. 그는 “우리 시대 질병은 사회가 만들어낸 발명품”이라고 규정한 뒤, 전문가 4인을 만나 대담한 과정을 책 속에 풀어냈다.

저자는 우리 시대 가장 흔한 질병과 그에 관한 질문을 도출하고 ▲비민과 다이어트 ▲암과 치료 ▲우울증과 공황장애 ▲몸과 운동 등 4가지 주제를 세웠다. 각 주제에 대한 의학적 답변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분석을 해줄 전문가를 만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첫 번째 주제는 현대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인 ‘비만과 다이어트’다. 30년간 비만 환자를 치료해온 박용우 교수는 “비만은 본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느냐, 아니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냐에 따라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질병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어 “살을 빼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몸을 회복시키는 게 먼저다”라고 조언한다.

두 번째 주제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다. 대형병원 전문의가 아닌 자연치료의학 전문가인 서재걸 원장이 산업적 측면에서 질병을 바라본다. 그는 “의학은 학문이지만 의료는 산업이기에 진단보다 치료에 집중한다.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은 까다롭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건 상대적으로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현 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서 원장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병이 무엇이고, 왜 왔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아니라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라며 “암 역시 수술, 항암제 같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와 더불어 최초 발병의 원인이 된 생활습관이나 식생활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 주제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질병이다. 다수의 의학 정보 프로그램에서 고정 패널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례를 연구한 양재진 원장이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그는 “폐렴이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라면, 우울증은 뇌에 문제가 생겨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뇌의 불균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황장애는 뇌에서 울리는 불안 알람이 고장나 아무 때나 울리는 상태를 말한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무섭고 식은땀이 나고 숨 쉬기가 힘들어지는 ‘공황발작’이 일어나고, 이후 ‘증세가 또 나타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클 때 진단을 내린다. 양 원장은 “항불안제 같은 약물치료, 증세가 곧 끝남을 인식하는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환자 내면에 쌓인 부정적 감정을 환기하는 상담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마지막 주제인 ‘몸과 운동’은 1세대 퍼스널 트레이너 임종필에게 답변을 들었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코어(Core)’ 강화가 필수인데, 뿌리 근육이 바로 서야 몸 전체가 건강하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따라서 왜곡된 미의 기준을 따라가는 극단적 다이어트나 운동 중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음주와 폭식,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망가진 일상생활과 신체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태훈의 질문과 전문가 4인이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사회에 ‘만들어진 질병’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현대의학의 민낯을 들여다보면서 의료 기술이 산업화하며 생기는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한다.

◇만들어진 질병=김태훈 지음. 블루페가수스 펴냄. 392쪽/ 1만8000원.

사진제공. 블루페가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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