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물고기를 치료하는 곳은 왜 없을까 생각하다 수산질병관리사가 됐습니다. 저는 특히 관상어도 진료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람은 아프면 의사를 찾고, 동물은 수의사에게 간다. 물고기는 어디로 가야할까? ‘물고기의사’인 수산질병관리사에게 가면 된다.

수산질병관리사는 어패류 등 수산생물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전문의다. 양식어업 활성화로 수산생물 질병 관리·치료 및 예방 필요성이 커지면서 2004년부터 매년 국가시험을 통해 배출하고 있다. 올해는 총 64명이 국가고시를 거쳐 합격하면서 국내 수산질병관리사는 총 993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양식장에서 수산물의 질병을 예방하는 업무를 하거나, 수산생물 수입검역업무를 주로 한다. 다양한 수산물을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관상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관상어산업은 지난해 기준 4873억원 규모로 강아지, 고양이 애완시장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관상어 동호회 인원은 약 5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관상어가 아플 때 진료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수산질병관리원 대부분이 바닷가쪽 양식장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운넷은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양식장 어종뿐만 아니라 관상어 등 수산생물 전반의 건강을 살피고 있는 조영삼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장을 인터뷰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은 수도권 최초 ‘물고기병원’으로 불린다. 일반 관상어 진료를 주업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삼 원장은 “흔히 수산질병관리원은 보통 양어장 질병진단, 처방 백신, 수출수입 수산생물 검역 등의 업무를 주로 한다”며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은 이외에도 개개인 관상어브리더들, 수족관, 관상어 도매업체 대상 질병 관리 및 치료를 주업무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메디피쉬에는 비싼 관상어를 키우는 이들부터 ‘국민 관상어’인 구피를 키우는 이들까지 많은 반려어를 키우는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관상어를 흔히 접할 수 있는만큼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민간치료법에 의존해 관상어를 치료하려 드는 경우가 있다. 조 원장은 “어떤 증상에 어떤 약을 써야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민간치료법에 의존하는 것은 반려어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어 위험하다”며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을 통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관상어가 건강한 물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영삼 원장은 "관상어도 치료할 수 있는 수산질병관리원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출처=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
조영삼 원장은 "관상어도 치료할 수 있는 수산질병관리원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출처=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

조영삼 원장이 관상어 대상 진료를 주업무로 하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어릴 때부터 관상어를 좋아했는데, 물고기를 치료하는 곳은 왜 없을까 생각했다”면서 “외국에는 전문적인 물고기병원의 사례가 많은데 한국에는 없기에 관상어도 치료할 수 있다는 걸 관상어 키우는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애지중지키운 관상어 ‘구피’가 아프자, 치료를 위해 일주일 내내 방문했던 고객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해당 관상어는 치료 끝에 완치돼 새끼도 낳으며 잘 크고 있다는 이야기를 고객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메디피쉬는 이처럼 반려어에 ‘진심’인 이들이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물고기병원이다.

특히 메디피쉬는 다양한 이들의 접근성 확대를 위해 간단한 원격진료도 하고 있다. 관상어 특성상 이동성이 다소 제한돼있어 직접 내원이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화상통화를 통해 관상어의 증상, 상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조언하고 있는 것. 다만 조 원장은 “진료는 가능하지만, 약 처방은 불법”이라며 “확실한 처방을 위해서는 당연히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격진료를 받는 경우도 약 처방은 방문해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
출처=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

조 원장은 약 30여 개의 수족관도 직접 운영한다. 여러 종의 물고기를 키우며 고객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그는 “일반 수산질병관리원과 달리 주 진료대상이 관상어인만큼 섬세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상어를 키우고 있거나, 키우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물만 있으면 물고기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가장 기본적인 여과사이클, 히터, 여과기의 필요성 등은 알고 관상어를 키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메디피쉬 수산질병관리원이 관상어 치료뿐만 아니라, 연구·개발하고 있는 사료, 수질정화제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며 준비해 관상어 병원으로서 자리잡았으면 좋겠고, 사료, 비타민, 생균제, 수질정화제 등 관상어 관련 제품을 생산 준비도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수산질병관리사가 되려면?
수산질병관리사는 수산생명의학과를 졸업해 학사를 취득하고, 수산질병관리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수산생물기초의학, 수산생물임상의학, 수산질병관련법규 분야에서 출제되며, 총 문항 중 60% 이상, 매 과목 시험 40% 이상이 맞아야 합격이다. 시험을 통과하면 해양수산부에서 발급하는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조 원장은 특히 “생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수산질병관리사 꿈을 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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