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토요일 오전 9시. 날씨는 현재 비.

영등포구청역 앞의 빨간색 버스에는 34명의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들이 타고 있었다. 공주와 안성으로 하루 여행 일정이다. 빅판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일은 근 1년 만에 처음이란다. 축축한 날의 소풍이라니.

“모처럼 놀러 가는데 비가 와서 섭섭하겠어요.”

“비가 와야 운치 있지. 날 좋으면 나중에 기억도 안나.” 빅판 한 분의 답이다.

그런가보다. 비가 오건 말건 봄, 나들이인데. 모두들 들뜬 모습이다. 아침식사는 ‘가성비 갑’으로 유명한 GS25도시락. 이번 나들이를 후원하는 GS리테일이 제공했다. 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식사를 끝내고도 간식을 한 개 두 개 꺼내기 시작할 때쯤 버스가 움직인다. 목적지는 충남 공주. 차창으로 푸른 산이 이어지는 모습이 도시를 벗어난다는 실감을 준다.

국립공주박물관 앞에서 기념촬영 중인 빅이슈 관계자들
3시간 정도 달린 뒤 처음 들른 곳은 국립공주박물관. 기자에게도 처음이다. 공주는 한 때 백제의 수도였다. 박물관이 백제 역사의 보고일 수밖에. 국사책에 사진으로 존재하던 금제관장식, 귀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가 눈앞에 있다. 비록 모조품인 것들이 대다수지만, 사진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어느 빅판은 “백제의 수도가 옮겨졌던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알록달록한 등 아래 마곡천 징검다리
점심으로 먹은 한방 닭백숙은 든든함과 동시에 졸음을 부른다. 다들 자느라 버스 안이 조용하다. 한 20분쯤 눈을 붙였을까, 공주의 천년 사찰, 마곡사에 도착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을미사변과 관련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하고 도피해 승려로 변장해 지내던 절로도 유명하다. 봄에는 태화산 마곡사의 신록이 좋고 가을에는 계룡사 갑사의 단풍이 좋다는 뜻의 ‘춘마곡 추갑사’라는 옛말답게, 절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갈 만큼 푸르렀다. 빅판 한 분은 “푸른 산을 보니 속이 탁 트이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백범명상길을 따라 마곡천 위 징검다리를 건넜다. 각자 다른 색 우산을 들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풍경이 알록달록 예뻤다. 조금 더 걸으니 ‘삭발바위’다. 김구 선생이 승려로 변장하기 위해 머리를 깎았던 장소다. 빅판들과 직원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며 추억 남기기에 바쁘다. 우산이 거슬리면 땅에 내려놓고 비를 맞아가며 사진을 찍을 정도로 열을 올렸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빅판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샷’을 열심히 찍어주며 사진작가를 자처했다. 최성도 빅판은 “평소에는 바빠서 놀러갈 시간이 없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푸른 산과 절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마곡사 솔바람길을 따라 계속 걷고 싶었지만 땅이 질퍽해져서 장화 없이 더 걷기는 힘들었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도 진초록 풍경이 이어진다. 여기저기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비오는 오후의 마곡사에서 한 컷
마지막 목적지, ‘안성팜랜드’다. 계절마다 드넓은 풀밭에 꽃이 피고, 여러 동물들이 사는 곳이라 가족여행이나 데이트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이날은 비가 와서인지 한가했다. 공원 전체가 빅이슈코리아 차지가 된 듯했다. 유채꽃 축제 막바지라 초원에는 노란색보단 초록색이 더 많이 보였다. 진노랑 풍경을 기대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듣는 유채꽃이 섭섭하겠네. 봐봐. 빗물을 머금은 유채꽃이 고개 숙여 인사하잖아요.”

자세히 보니 빗방울을 두어 개 달고 있는 노란 꽃송이가 무척 곱다.

“음매~음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는 젖소 3마리가 보였다. 장난기 많은 빅판들은 젖소 울음소리를 따라하며 웃는다.

안성팜랜드 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니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새로운 추억을 담은 마음은 반대로 화사해진다.

안성팜랜드에 다다르니 비가 잠깐 잦아들었다.
“≪빅이슈≫ 관계자 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기쁘네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빅이슈≫에 따뜻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요.” 이번 봄나들이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한 신학동 GS리테일 과장의 얼굴에는 ‘비즈니스의 피곤함’을 찾을 수 없다.

“비가 오는 바람에 몇몇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해서 아쉬웠지만 빅판 분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즐거웠어요.” 이화선 빅이슈코리아 매니저도 간만의 나들이에 흐뭇한 표정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고 먹고 걷다 보니 비가 오는지 날씨 따위를 탓하는 이는 없다. 비를 머금은 자연을 한껏 느껴보려는 모습만 가득하다. 비 오는 날의 소풍, 빅판의 말대로 맑은 날보다 더 오래갈 추억이 될듯하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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