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회사들 표지./출처=어크로스출판그룹(주)

우리는 기업의 투자 가치나 안정성을 판단할 때 주로 주가나 분기 보고서처럼 수치화 된 자료를 참고한다. 하지만 이런 숫자가 기업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고장 난 회사들’은 세계적인 브랜딩·마케팅 전문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이 조직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비현실적인 문제 등 기업들의 ‘고장 난’ 사례를 소개한다. ▲괜찮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안 괜찮다 ▲상식을 사치로 여기는 사람들 ▲공감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충성 고객을 떠나가게 하는 법 ▲교활한 사내 정치 ▲누구를 위하여 시스템은 도입되었나 ▲회의 중독자들 ▲통찰을 가로막는 근시안적 규칙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널 지켜줄 수 없어 ▲고장난 회사를 복구하는 5단계 가이드 ▲경보음에 응답하기 등 총 11개 챕터로 구성됐다.

저자는 기업을 고장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①부정적인 고객경험 ②사내 정치 ③기술 ④회의 ⑤넘쳐나는 규칙과 정책 ⑥규칙에 대한 집착 등 크게 6가지를 꼽았다. 각 챕터에서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기업들의 사례를 담아냈다.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출장지 호텔에서 TV를 보려고 리모컨을 들고 당황했다. 수많은 버튼 중 숫자 키패드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고, ON/OFF 버튼이 각각 두 개씩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누르다가 힘겹게 TV를 켠 린드스트롬은 뉴스를 본 후 TV를 끄려고 했지만, 첫 번째 OFF 버튼을 누르자 조명이 어두워지고, 두 번째 OFF 버튼은 에어컨 전원이 꺼졌다. 결국 플러그를 뽑아 TV를 껐지만, 냉장고와 램프까지 동시에 꺼졌다.

몇 달 후 저자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그 리모컨 회사의 엔지니어를 만나 리모컨 탄생의 비화를 들었다. 여러 사업부가 리모컨의 형태를 놓고 경쟁을 벌였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각각의 사업부를 기준으로 ‘리모컨 따먹기’를 한 것이다. 첫번째 구역은 TV사업부, 두 번째는 케이블 사업부, 세 번째 구역은 TiVo사업부에 할당되는 식이었다.

린드스트롬이 경험한 사례처럼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함에는 고장난 기업 생태계가 반영돼 있다. 린드스트롬은 고객 중심 비즈니스는 기업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바를 기반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을 시작한 사람들이 “회사를 믿고 투자해도 괜찮을까”를 고민하는 요즘, 이 책은 좋은 기업과 문제있는 기업을 가려내는 시선을 길러줄 것이다.

"기업 대부분이 고객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와 주주에게만 신경을 쓴다. 그게 전부다. 그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고객 중심의 기업이 가치를 창조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이처럼 기업의 우선순위가 뒤바뀔 때 상식은 사라지고 만다." -56페이지

고장 난 회사들=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어크로스출판그룹(주) 발행/320쪽/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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