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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예능이었지만 사회적 이슈로 부각한 아이템 중 하나가 ‘아빠육아’였다. TV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은 엄마가 주도하는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을 조명했다. 아빠육아는 이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독박 육아’라고 불릴 정도로 엄마에게 집중돼 있던 아이 돌보기가 아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는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3살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 아닌, 청소년기의 자녀들과의 소통과 이때의 아버지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빠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고 ‘아빠학교’가 탄생한 건 필연이라고 볼 수밖에.

5년 전,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냈던 아빠 신호승은 학부모 단체를 만들고 교육 위원장의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자녀들의 교육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졸업으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아쉬움이 컸다. 부모들이 상시로 모일 수 있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육아에 대한 힘을 얻고자 했던 노력이 무산됐다고 생각하니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지식생산자협동조합 ‘아빠학교’ 신호승 대표.

“개인 소셜 계정에 올렸던 한탄에 가까운 글을 보고 김태영 이사가 댓글로 같은 생각이라며 응원을 해주더라고요. 그게 아빠학교의 시작이었죠.”

신 대표는 같은 갈증을 느끼는 아빠들과 함께 이번에는 협동조합을 택했다. ‘아빠학교’를 만든 것이다. 무뚝뚝하고 근엄하게 꾸짖기만 하던 아빠의 모습은 이제 과거의 산물일 뿐이다. 자녀들과 소통하고, 먼저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현실적으로 힘든 거죠. 오후 시간대에 회사가 아닌 강연장에 앉아있을 수 있는 아빠는 드무니까요.”

대화 활동가로 일하던 신 대표는 부모 교육 강의를 진행하던 중, 정작 학부모의 한 축인 아빠는 강의를 듣지 못하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혹은 돈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배제되던 아버지의 자녀 교육에 대한 최초의 문제의식이었다. ‘아버지 역할’에 대한 교육을 준비했다. 어쩔 수 없이 배제되고 있는 아빠들을 향한 손길이었다.

학부모들의 모임이자 사회에서의 아버지 역할을 가르치는 학교로 탄생하게 된 아빠학교는 아버지로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커리어를 갖고 있는 아빠들은 선생님으로 일하며 ‘아빠인문학’, ‘아빠와 여행’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아빠에 의한, 아빠를 위한, 아빠들의 학교인 것이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서로에게 배워가면서 진정한 아빠로 거듭나게 된다.
 

다양한 분야의 커리어를 가진 아빠들이 ‘아빠인문학’, ‘아빠와 여행’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이런 아빠학교의 앞길에는 꽃길만 깔려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사업체의 입장에서 아빠학교는 사업성이 명료하지 않다. 다른 학원형 협동조합과는 다르게 학생들의 수업이 일정하지 않다. 안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한 것은 문제다.

“조합원들이 각자 생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아빠학교에만 전념할 수 없다는 것도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어요. 다들 책임질 가정이 있는 아빠거든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신 대표의 토로다.

아빠학교는 올 하반기에 ‘참여형 아빠 인문학 2.0’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익성추구가 목표다. 조합원들 모두 개인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단체를 이끌어 나가다보면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돈이더라구요. 사람을 쓰고, 강의를 위한 장소를 빌리는 것까지….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신 대표는 그래도 협동조합 모델이 주는 장점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받는 지원과 혜택이 큰 거 같아요. 사무실도 그렇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저희가 갖고 있는 제약은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부분에 있어요. 수업을 들어야하는 ‘아빠’가 시간이 없다는 아이러니죠.”
 

아빠학교는 다양한 협동조합들과 ‘아빠’가 포함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아빠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아빠들도 가정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이 자오길 기대한다. 어쩔 수 없이 늦은 시간, 혹은 주말에만 제한적으로 수업해야하는 아빠학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회사 아닌 집에서 아빠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최근에 ‘행복한 아빠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아빠들만 대상으로 했던 강연이었음에도 3회 모두 출석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였죠. 수요는 확실히 있다고 봅니다. 아버지들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겠죠.”

아빠학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다른 협동조합과의 협동을 강조했다. 다양한 협동조합들과 ‘아빠’가 포함된 프로젝트로 협업하고 공유하면서 같이 성장해나가길 기대하는 것이다. 과천시에 있는 카페협동조합 ‘통’과 공동 사업 도모는 좋은 교훈을 남겼다. 카페라는 장소를 제공하고 고객을 모집하는 통과 컨텐츠를 제공하는 아빠학교의 동업은 기대해볼만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던 것이다.

“아쉽게 여건이 맞지 않아서 불발에 그칠 뻔 했어요. 저희는 이 기회를 살리고자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제법 성공을 거두었죠. 이게 협동조합의 가치 아닐까요?”

전국의 수많은 아빠들이 수업이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아빠학교의 문은 닫히지 않는다. 그때를 기대하며 아빠학교는 오늘도 늦은 시간, 수업을 시작한다.

글. 김성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kary0330@gmail.com
편집.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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