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기획자의 생각식당' 표지 이미지 / 출처=홍익출판미디어그룹
책 '기획자의 생각식당' 표지 이미지 / 출처=홍익출판미디어그룹

"생각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 생각값을 받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생각을 주면 보통 돈보다는 밥을 사준다. 그렇다면 내가 밥을 주면 어떨까? 대신 밥값에 생각값을 얹어서 받자. 그래서 생각을 파는 식당, 생각식당이 탄생했다." -6p

생각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 기획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고민이다. 오랫동안 문화마케팅과 기획 분야에서 일해온 저자는 이 물음에 답하고자 저자만의 생각법을 만들고 훈련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멋진 아이디어는 아무나 낼 수 없다"는 저자는 기획자로서 자신의 오랜 경험이 녹아 있는 생각법들을 메뉴처럼 구성해 제공한다.

책에 소개된 생각의 메뉴는 컨셉 브런치, 통찰력 라테, 경영의 양식, 습관의 참맛, 이름 미식회이다.

먼저 컨셉 브런치에서 저자는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믿음에서 새로운 생각이 싹튼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통찰력 라테’로도 이어진다.

“왜곡은 비효율적인 경쟁을 만든다. 반창고 시장은 수십 년 동안 왜곡된 경쟁을 해왔다. 우리가 쓰는 반창고의 색깔은 대부분 피부색이다. 그런데 살색은 도대체 어떤 색일까?”-72p

저자는 ‘살색 반창고’는 세상 모두를 속인 왜곡이라고 말한다. 70억 세계 인구의 피부색은 모두 미묘하게 다르기에 ‘살색’은 하나의 색으로 규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창고 회사 큐래드Curad는 시장의 이런 왜곡을 찾아냈다. 비효율적인 경쟁을 인식한 큐래드는 세상에 전혀 다른 반창고를 내놓는다. 캐릭터 밴드의 탄생이었다. 이는 경쟁 제품 대비 재구매율 4.5배를 보이며 기존 반창고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다.

반창고 시장은 전통적으로 미취학 아동이 주요 고객이다. 큐래드는 아이들의 액세서리로 진화한다. 아이들은 다치지 않았는데도 예쁜 반창고 큐래드를 붙였다. 해당 사례를 통해 저자는 “왜곡을 뒤집으면 통찰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저자는 ‘경영의 양식’에서 계약서를 쓸 때면 늘 마주하게 되는 단어인 ‘갑’과 ‘을’에 주목한다. 그는 “하나가 갑이면, 하나가 반드시 을이 되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아무 의심 없이 쓰고 있는 관습이다”라고 말한다.

“계약서의 갑을 표기는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어느 날, 한 회사와 제휴를 맺게 되었다. 그 회사가 보내온 계약서 초안에는 갑을이 없었다. 대신 ‘친’과 ‘구’가 적혀 있었다. 처음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본질이다. 이후 나도 고객사와의 계약서를 자연스럽게 ‘친’과 ‘구’로 바꾸어 병기했다. 계약서를 다시 꺼내 볼 때마다 흐뭇하다.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기분이다. 이후 우리는 절차를 진화시켰다. 계약의 성격에 따라 ‘영’과 ‘웅’ 또는 ‘상’과 ‘생’ 등으로 응용하기 시작했다.”-p.138

저자는 시스템은 파괴이며 썩은 것을 부수고 새롭게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구성해 놓은 생각법의 메뉴들을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어떻게 하면 돈이 되는 독특한 발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기획자의 생각식당=김우정 지음. 홍익출판미디어그룹 펴냄. 200쪽 /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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