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 광주의 사회적기업 ‘뜨레찬’(대표 김광호)이 뉴질랜드에 2만1000달러(약 2367만 원) 규모의 김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4년 대만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미국, 호주 등 여러 국가에 김치 수출을 하고 있지만 이번 뉴질랜드 수출은 현지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출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종균발효를 통한 발효김치와 특수 파우치 사용으로 신선한 맛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뜨레찬’의 김광호 이사장과 이주영 영업이사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뉴질랜드 수출 출발을 앞두고 기념 촬영./사진=윤미혜 기자
뉴질랜드 수출 출발을 앞두고 기념 촬영./사진=윤미혜 기자

Q. 국내 김치업체의 실정은? 

이주영(이하 이): 국내에 김치업체는 많다. 하지만 준비된 김치업체가 없는 것이 문제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데 수출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있다. 유통과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정부 도움도 필요하고 업체 리더(경영진)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예산 받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관이 원하는 실적만 맞추려든다. 전라남도 및 전라북도를 포함해 광주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좋은 기업을 선정해 시범케이스를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레 따라 갈 텐데 지원 부분에서 너무 안정적으로만 가려고 한다.

Q. 뜨레찬은 어떤 곳인가.

김광호(이하 김): 뜨레찬은 한국 김치의 자존심을 지키는 사회적기업이다. 가장 한국적인 김치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프랑스 와인이 유명한 것은 기후 환경까지 고려한 지역의 정체성이 와인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뜨레찬은 프랑스 와인처럼 지역의 농산물로 전통의 맛을 살리고 보급하고자 한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천연의 감칠맛을 내는 누룩발효 소금, 직접 담아 2년의 숙성과정을 거친 멸치젓갈과 소금 그리고 2014년 김치명인 콘테스트 최우수상을 수상한 윤경미 대표의 손맛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뜨레찬 대표 김치 종류./사진=윤미혜 기자
뜨레찬 대표 김치 종류./사진=윤미혜 기자

Q. 처음 해외 수출을 하게 된 계기는?

김: 맛있는 김치를 먹고 싶다는 교포 미식가들 요구가 있었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의 맛을 잊지 못하는 교포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지금의 누룩발효김치가 만들어졌다. 시도부터 완성까지 4년이 걸렸다.

현재 가장 최적화된 종균을 찾았고 수출용 김치에 모두 사용하고 있다. 해외 교포와 현지인들 반응이 좋은 것은 집에서 막 담근 김치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Q. 뜨레찬의 동력은 어디에 있는지.

이: 이사장의 열정과 준비하는 자세, 시대를 읽는 것이다. 

김: 중국이 김치를 자기 것이라 우기는 상황은 우리 스스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화에만 몰두하다 보니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한국에서 만드는 수출용 김치나 중국에서 만드는 수출용 김치가 같다. 한국의 경우 수출용 김치를 만들면서 국산 농산물을 거의 쓰지 않는다. 한국산 김치를 만들면서 재료는 중국산을 쓰고 있다. 이것부터 제도적으로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Q. 원산지 표시 우수업체 및 전통식품 품질 인증제를 받았다. 어떤 의미인가.

이: 뜨레찬 김치 재료는 모두 우리 농산물만 고집한다. 뜨레찬의 ‘고집철학’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자체 설비를 갖춰 생산하고 있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전통의 제조 방법을 고수하면서 현대 과학을 접목시켜 한국적인 발효 김치를 신선한 상태로 수출하는 회사가 되었다. 한국을 상징하는 식품이기에 김치는 가장 한국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뜨레찬 내부 모습. 뜨레찬 제품은 물론 바이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지역 우수 제품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다./사진=윤미혜 기자
뜨레찬 내부 모습. 뜨레찬 제품은 물론 바이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지역 우수 제품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다./사진=윤미혜 기자

Q. 정부의 지원 방향은?

김: 지원의 규모나 내용에 있어서는 차등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미래 세대들이 먹거리 산업으로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 앞으로 기후 온난화로 인한 배추 농사의 어려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 현재의 행정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 수출만 하라고 한다. 내용과 질은 따지지 않는다. 수출을 얼마나 했고 생산이 몇 톤인가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질적 성장은 이루기 어렵다.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 주어야한다.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부터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우선이다.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하다보면 실패가 반드시 따른다. 결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부터 해야 한다. 아직 광주는 전통의 기술이 남아 있다. 전통의 기술을 최대한 확보하고 지역의 천연자원을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에 김치를 뺏기는 것이 창피하다. 전통의 맛을 지켜가는 업체를 찾아 적극 지원하는 것도 행정에서 할 일이다.

Q. 사회적 기업으로서 가치 실현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도움을 받았다. 이번 수출 건도 박람회 참여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바이어(구매자)를 만날 수 있었다. 수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에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으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지역에 있는 사회적기업 제품을 외국 바이어에게 소개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을 만날 때 우리 제품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우수 제품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연결된 업체들이 ‘우리밀’ 등을 비롯해서 몇 개 된다.

※취재 후기

세계 각국 현지인들의 김치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한국기업의 자리를 중국이나 러시아 현지 공장들이 꿰차면서 김치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우리김치’를 지키고 보급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간다면 한국김치의 정체성 회복과 함께 지역경제에도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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