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와 노동의 변화 속도가 만만치 않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 등에 몰리면서 국가적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고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 고용에 연연해야 하는 사람은 늘고 있으며, 그것마저 없는 실업자는 계속 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프레카리아트(precariat)’ 증가가 고착된다면 소득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 사회통합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렇다 보니 지금 우리 사회는 ‘같이 잘 살자’ 보다 ‘남들보다 더 잘 살자’에 함몰되어 보인다. 남들보다 더 잘살지 못하다고 비교되는 순간 패배 의식은 물론 자존감 상실로 인한 분노가 충돌하면서 우리 사회 갈등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경기침체는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면서 위기감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팍팍한 사회, 빈곤이 악순환하는 흉흉한 사회, 분배가 실패한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가 없다.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정신의 왜곡이다.

이러한 삭막한 시대를 시장경제의 경쟁 부산물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보여준 성과에 반해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의 상흔은 일시적으로 겪어야 하는 위기가 아니며 이대로 방치되거나 시장에 방임된다면 대한민국 공동체는 방향을 잃게 될 여지와 함께 이를 복원하려는 강력한 시민불복종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시장실패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자본과 경쟁 중심 시장경제가 만들어낸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시민의 유기적 협력·연대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따뜻한 경제’가 필요하다. 우리 앞에 놓인 일자리와 복지 위기 현실에 맞는 사람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가 그것이다.

사회적경제는 시장만능주의로 획일화된 기존방식을 보완하며 해결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사회혁신의 가치·경제적 접근방식이다. 사회적경제는 매출, 수익 등의 수치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따라서 더 나은 미래 가치를 상상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본적 권리가 필요하며 그러한 기본권 구현의 방법이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이다. 복지국가의 확대가 아닌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 실현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될 국가적 과제이다.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일정액을 활동 소득으로 정부가 해결해줌으로써 사회적경제 기업 근로자는 물론 수혜자인 소외계층의 생존권과 존엄성 확보와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다. 또한 코로나19, 기후변화와 환경 재앙, 4차산업혁명 시대 등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보완하는 일정 부분의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소득 보장으로서 기본소득은 사회적경제의 확장성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이 갖는 효과를 보자.

먼저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왜곡된 분배를 개선하고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 한국경제에서 사회적경제 부상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급격한 실업률 상승 등 복지지출 증대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해결을 위해 도입된 것이기도 하다. 분배정책은 언제나 부족한 복지 재원이 문제가 되며, 자조적인 개인 노동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영역은 기존의 불공정한 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서비스를 충족하기 위한 분배의 주체이기도 하다. 금액의 정도와 관계 없이 사회적경제기업 근로자에게 기본소득 지급은 생계 문제를 떠나 사기 진작 등 그에 파생되는 가치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두 번째로,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의미는 사회경제적 위험이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 수혜를 제공하여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활동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경제기업 근로자에 대한 기본소득은 지급액을 훨씬 상회하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양극화 심화,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문제들로 개인의 가치관이 변화되고, 복지에 대한 시민의 요구도 다양하다. 이에 대한 많은 정책이 실행되고 있지만, 해소되는 사각지대 이상으로 새로운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쉽게 해소될 수 없는 사회문제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이 다루는 부분은 거의 전 영역이며 여러 이유로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주는 의미는 크다.

세 번째,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사회적안전망 역할을 한다. 기본소득이 소액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미미하여 외향적으로는 사회안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경제적 성과도 추구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가치 실현이다. 사회적경제기업 근로자의 경우 높은 급여 수준을 바라지는 않지만 매달 급여가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할 경우 그들의 역할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공공과 기업이 다루지 못한 지역문제와 사회서비스를 포기한다면 이로인한 직접적인 사회적 비용은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이 실업자가 되면서 실업부조에 노출되어 정부의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달 일정한 소액이라도 그들에겐 지역을 위해 활동하는 보상의 의미와 함께 사회안전망을 지키는 첨병 역할자가 될 수 있는 명분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네 번째.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보편적인 참여복지 경제정책이다. 여기서 참여복지는 시민의 참여를 강조하는 동시에 국가정책의 보완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있으며, 수혜자도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영리기업적 사고로 본다면 기업으로서 비효율적일 수 있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논리로 평가절하될 수도 있으며 그들의 지역혁신 노력이 저평가될 수도 있다. 혹자는 기본소득의 소액 지급을 참여복지로 확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장의 사회적경제 근로자들은 대다수가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히 사명감 속에서 활동한다. 그들에게 몇만 원은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무나 소중한 활동 동인(動因)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그들의 경제활동으로 많은 소외계층이 사회적 수혜자가 되고 일자리도 얻고 있다.

이제 다섯 번째다.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지역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소멸할 것이고, 일자리의 증감을 떠나 고용과 노동의 변화도 예측된다. 기존의 일자리와 미래의 일자리 속에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 사회적경제 영역이다. 사회적경제는 앞으로 소외계층을 넘어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의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기존에 국가나 기업이 제공하지 않았던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지역의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 소득 불평등에 기여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지역의 구매력을 높인다. 게다가 장애인, 다문화인, 노인 등의 경제활동 유인으로 노동 참여율을 높여 소비력도 확대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된다.

사회적경제 기업가는 소외계층의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도 다루지만 사회혁신가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이 사회적경제의 강건한 토대가 되고 사회적경제는 기본소득과 함께 역동성을 발휘할 때,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다. 사회적경제 기본소득은 기본권리인 동시에 혁신적 분배 모델이며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출발점이다. 사회적경제 기본소득 시행이 절실하다.

 

㈔광주광역시협동조합연구소 임준형 대표
㈔광주광역시협동조합연구소 임준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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