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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예전부터 상생과 대화의 원리가 있었다. 농촌에서 함께 일하던 두레가 그렇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자 정한 향약이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잊힌 것만 같다. 경쟁, 속도, 순위에 파묻혀 어느덧 대화보다는 눈치를, 상생보다는 으뜸을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도 그런 세상의 흐름에 반하듯 곳곳에서 ‘함께’의 목소리를 높이는 생활협동조합이 늘고 있다. 어느덧 전국 2만3000개를 넘어선 협동조합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조합원들이 구매, 생산, 판매, 소비 등을 협동하여 운영하는 조직’이다. 그중에서도 변화와 성장의 꽃인 대학에서 ‘함께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이를 찾아, 지난 4월 9일,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 있는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찾았다.

“대학생협은 돈이 아닌 구성원들과 사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곳이에요.”

대학생협을 이끄는 박창훈 국장은 인천광역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감기획단 2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인천대 졸업생으로 대학생협이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 했다. 

공감기획단 기자들이 박창훈 국장(가운데)과의 만나 인터뷰했다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공감기획단 기자들이 박창훈 국장(가운데)과의 만나 인터뷰했다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대학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생협’)은 우리가 흔히 아는 협동조합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협동조합은 함께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사업체로서 조합원 스스로가 조합원을 위해 구성하고 운영한다. 그렇기에 협동조합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박 국장은 “대학생협은 이러한 조합 활동 영역과 사업이 학교라는 울타리에 한정되어 있다”면서 “대학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사실 대학 구성원이라면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 교원, 직원이 모두 조합원으로서 주체적이고 동등하게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필요에 맞는 복지를 실현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대 구성원을 위해 설립된 조합

박창훈 국장은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대학생협으로서 ‘학생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후생복지위원회를 모태로 지난 2006년 3월1일 설립됐고, 2009년 제물포캠퍼스에서 송도캠퍼스로 이전한 후 학내 복지시설을 관장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그가 후생복지위원회에 있을 때는 학생 복지에 문제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예전 제물포캠퍼스는 건물이 오래돼 낡았고, 특별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때마침 다양한 학교에서 생협 운동이 일어났고, 인천대도 함께 했다. 이에 부응해 대학생협이 설립됐다고 전했다.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학교의 학생이 더 즐겁고 편안한 대학생활을 누리는 것이다. 박 국장은 처음 생협 사업을 할 때는 학생이 먹고, 이용하고, 쉬는 문제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 식당부터 시작해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학생들의 요구사항도 달라졌고, 해결 방식을 찾는데도 고민이 많아졌다. 예를들어 매점 이용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많아졌다. 기존의 매점이 너무 일찍 닫아 밤늦게 도서관에 있던 학생들은 간식을 위해 학교 밖으로 한참을 나가야 했다. 당시 총학생회가 매점의 운영 시간 연장을 요청했다. 박국장은 ‘지역과의 상생’과 ‘학생의 복지’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학생 복지를 위해서는 대기업 편의점과 협업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리고 고민 끝에 학생의 복지를 택했다.

이처럼 대학 생협은 조합원이 조합원을 위해 스스로 결성하는 곳이다. 조합원은 조합의 이용자이자 운영자이다. 박 국장은 “이러한 생협이 학생과 학교의 완충 장치이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협 이사회에는 학생, 교수, 교직원들이 모두 동등하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총학생회가 편의점에 대한 개선안을 제안하고 이 개선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박 국장에게 “생협은 돈이 아닌 구성원들, 즉 사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생협은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조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복지를 위해,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조합이 되기 위해”

“교내 구성원과 함께 교내 구성원의 식사 같은 기본적인 복지부터 질 높은 생활까지 보장하고 나아가 학생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해 왔습니다.“

박 국장은 대학생협은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조합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 원의 아침’이 노력의 가장 큰 결실이라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현수막.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하고 있다.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인천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현수막.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하고 있다.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학생식당은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대표적인 서비스다. 이른바 ‘학식’은 학생들에게 가장 필수적이고 큰 애정을 받는 서비스인 동시에 가장 큰 비판의 대상이다. 천 원의 아침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6년째 서비스 중이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시행됐다. 아침을 억지로 먹이는 게 아니라, 아침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박 국장에 따르면 천 원의 아침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다. 그는 “학생들이 아침을 챙겨 먹어 건강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학생의 아침 시간 활동까지 장려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생협에서 운영하는 미유카페 모습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생협에서 운영하는 미유카페 모습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이외에도 학생회로부터 요청받아 학교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는 생협 직영 미유 카페도 있다. 학교 중앙에서 떨어진 곳이지만 생협이 운영하는 곳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한다.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학생의 요구를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 또한 조합원으로서 생협을 위해 활동한다. 직접 학생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과 소식지 등을 통해 생협을 소개하고 홍보한다. 박 국장은 “학생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고 학교 복지를 만들어갈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의 가치를 배워나간다”고 설명했다.

식당 한켠에 위치한 키오스크 모습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식당 한켠에 위치한 키오스크 모습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꾸준히 학생들의 변화에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2015년,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다른 학교보다 빠르게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처음엔 교수님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곧 무인 키오스크는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의 삶 사이로 스며들었다. 이후 다른 대학 또한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박 국장은 “다른 대학과의 소통, 사업 안정성, 학생 기대에 부응하는 사업은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자부심”이라며 “이를 위해 언제나 새로운 사업을 고민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사업을 도입하면 다른 학교에서 보러오는 경우가 많다”고 자랑했다.

한산한 식당 모습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한산한 식당 모습 /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코로나19 피해 극복하려, 새로운 도전 시도

하지만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문화가 크게 변화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아도 괜찮은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주로 교내에 머물러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박국장은 그는 이 같이 말하면서도 어려움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기념품 샵을 운영하고, 도시락과 반찬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금은 버티기와 변화의 사이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이라고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조합원이 없으면 생협도 없습니다. 빨리 학교가 정상화되기를, 조합의 구성원분들이 생협의 운영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함께 그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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