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GDP 너머 국민총행복' 표지 이미지 / 출처=한겨레출판
책 'GDP 너머 국민총행복' 표지 이미지 / 출처=한겨레출판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1 세계 행복보고서'(2021 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5.793점. 전체 95개국 중 50위였다. 상위권에 있는 국가들은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등 소위 말해 ‘잘 사는 북유럽국가’였다.

결국 높은 1인당 GDP가 ‘행복’의 디딤돌인 걸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한국의 상황을 ‘성장중독’이라 진단한다. GDP 증대로는 우리가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성장에 매달리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소득이 증가하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다양성을 확대하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한국은 높은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존가치(경제적 안전을 중시하면서 낮은 신뢰와 관용)가 높게 나타나고, 자기표현가치(환경보호, 성 평등 등)가 낮게 나타난다.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한국보다 수득 수준이 낮지만 행복 수준은 높은 나라 ‘부탄’을 소개한다. 부탄의 국정운영 철학은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 초대 수상이었던 지그메 틴레이는 “당신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 기여할 때 당신 자신의 행복이 증진될 기회가 많아지고 그만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며 행복은 혼자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못 박는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행복을 고민한다는 부탄. 말뿐인 건 아닐까? 저자는 부탄이 국민 행복에 얼마나 진심인지 증명한다. 정부는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수준을 측정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국민총행복조사를 실시한다. ▲생활수준 ▲교육 ▲건강 ▲생태 다양성 ▲심리적 행복 ▲공동체 활력 ▲문화 다양성 ▲시간 활용 등 9개 영역에 33개 지표로 구성된 ‘GNH 프레임워크’가 측정 틀이다.

부탄뿐 아니라,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 더해 한국도 행복지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년 가까이 행복지표를 연구해왔다. 다만 이 지표를 어떻게 활용할지 정리해야 하고, 생애주기별 지표, 도시·농촌·도농복합지역으로 구성된 유형별 맞춤형 행복지표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

행복지표에 대한 논의에 이어, 책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국민을 위한 12가지 제언’을 한다. 의제별로 행복지수를 상승시킬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다. ①의료 ②교육 ③주거 ④돌봄 ⑤먹거리 ⑥자치 분권 ⑦환경 ⑧기후변화 ⑨평화 군축 ⑩일자리 ⑪금융 ⑫지역 공동체 등을 다뤘다. 지역 시민대학, 사회주택, 커뮤니티케어 등 각 영역에서 대안이 될 방안을 제시한다.

‘GDP 너머 국민총행복’은 국민총행복 개론서이자 정책 제안서다. 성장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이제는 성장보다 행복에 초점을 두는 사회로 진일보할 수 있을까.

◇GDP 너머 국민총행복=박진도 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55쪽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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