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유린 민들레마음 대표
손유린 민들레마음 대표

“아이가 아프면 부모를 비롯해 한 가족이 경제·사회적으로 고립돼요. 형제자매가 있으면 아프지 않은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고요. 가족, 친척,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어요. 이걸 한 인간이 아픈 것으로 보는게 아니라 하나의 인간을 둘러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소아완화의료는 중증희귀난치질환을 비롯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치료받는 환아와 가족의 삶을 좀 더 즐겁고 편안하게 하는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다. 환아를 비롯해 부모와 아이의 형제자매들도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환경을 고려해 사회복지사, 미술치료사, 생활체육지도자, 종교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완화의료가 필요한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는 약 13만명이다. 가족들은 사회·경제·심리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많다. 민들레마음(대표 손유린)은 환아들의 그림으로 제품을 제작하고 수익의 절반을 다시 소아완화의료팀과 아이들에게 기부한다.

민들레마음이 판매하는 캐릭터 굿즈 / 출처=민들레마음
민들레마음이 판매하는 캐릭터 굿즈 / 출처=민들레마음

봉사활동으로 열악한 소아완화의료 현황 알게 돼

손 대표는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그중 하나가 봉사활동이었다. 졸업 후 취직을 하면 주말엔 무조건 휴식이나 여가를 즐길 것 같아 ‘봉사활동 평생 할 거 지금 다하자’라는 마음이었다. 마음을 너무 굳세게 먹었던 탓일까?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민들레마음을 창업한 덕에 서울시립대를 6년 간 다녀야 하지만 후회는 없다. 손 대표는 2018년 8월 어린이병원에서 첫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1:1로 환아를 맡아 서너시간씩 함께 보냈다. 

봉사활동을 하며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는 “완화의료가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9개가 있지만 그 중 5개는 서울에 있다”며 “충남, 충북, 세종, 강원, 경남, 부산, 전북, 광주, 제주 등의 지역 인근에는 병원이 없어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이동에만 2~3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평균 의료비가 5000만 원을 훌쩍 넘지만 부모 중 한 명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택한다. 그는 “보통 어린이 병동의 6인실은 부모를 포함해 12명이 생활한다”며 “어른 한 명도 갑갑하게 느끼는 병원에서 아이와 함께 붙어 지내는 부모들은 불도 마음대로 끄고 켜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헤아릴 순 없지만 부모님들의 마음은 더 힘드시겠죠. 또 생각보다 소아의료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실망도 했고요. 봉사도 좋지만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민들레마음을 준비하게 됐어요.”

바바 그림을 활용한 엽서 / 출처=민들레마음
바바 그림을 활용한 엽서 / 출처=민들레마음

아이들의 그림에서 태어난 콩이와 바바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프고’, ‘힘들고’, ‘도움을 줘야하는’ 시혜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을 다루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어릴 때부터 아토피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며 겪은 경험이 있다. 그는 “어릴 때 임상 등에 참가하면서 옷을 벗고 환부를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며 “어려도 수치심이나 부끄러움 등의 감정은 다 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교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림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난관에 부딪혔다. 사업에 활용할만한 그림이 없었다.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험기간을 가뿐히 무시하고 사업계획서 작성에 두 달간 매진했다.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디자인 전공인 김성환 부대표와 함께하게 됐다. 그는 “애플도 벤츠도 각 기업의 정체성 확립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며 “민들레마음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차별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민들레마음의 정체성을 잡아갔다. 아이들의 그림에 민들레마음의 정체성을 녹였다. 집에 있는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 그린 그림은 ‘콩이’라는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또 알약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가 그림으로 그린 알약을 대신 다 먹어주는 양은 ‘바바’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봉구, 토토, 파리 등이 탄생했다. 각자 다른 캐릭터들이지만 '민들레마음'스러움이 묻어있다. 이 캐릭터들을 활용해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등의 문구류와 디지털기기 악세사리를 제작한다. 

손유린 대표(왼쪽 첫번째)와 김성환 부대표(왼쪽 네번째)가 민들레마음 2기 구성원들(김세미 PM, 이나라 PM, 최지혜 PM, 서예지 PM, 이승연 디자이너, 최인화 디자이너)과 포즈를 취했다. / 출처=민들레마음
손유린 대표(왼쪽 첫번째)와 김성환 부대표(왼쪽 네번째)가 민들레마음 2기 구성원들(김세미 PM, 이나라 PM, 최지혜 PM, 서예지 PM, 이승현 디자이너, 최인화 디자이너)과 포즈를 취했다. / 출처=민들레마음

월 활동비 5만원에서 90만원으로 껑충

“민들레마음은 대학생으로 구성돼 있어요. 1기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주축이 됐고 2기부터는 문호를 개방해보자는 의견을 받아들여서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타'나 SNS 등을 통해 수도권에 있는 대학생을 모았죠. 3기 역시 더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지금은 창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예비사회적기업이지만 누구나 그렇듯 인내의 과정을 거쳤다. 장학금 250만원으로 민들레마음을 시작할 때 ‘차라리 공시 준비하는 친구 밥을 사주는게 미래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기업이 아니라 봉사동아리 아닌가요?’, ‘제품이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등의 혹평을 받았다. 대회나 공모전에서도 입상은 커녕 꼴찌를 도맡았다. 

하지만 2030에 집중해서 제품을 기획하고 홍보하자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캐릭터 인형을 제작하는 펀딩을 통해 목표한 금액의 230%를 달성하기도 했다. 처음엔 구성원들에게 5만원을 지급했지만 규모가 점점 커져 지금은 약 9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그는 “졸업을 앞둔 구성원들도 있는데 졸업 후 정식 근로자로서 임금협상도 진행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남대학교병원에 물품과 기부를 진행했다 / 출처=민들레마음
영남대학교병원에 물품과 기부를 진행했다 / 출처=민들레마음

현금 및 물품 기부를 통해 병동생활 개선 지원 할 것

민들레마음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부도 더 활발해졌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각 병원의 소아완화의료팀 구성원들은 일당백으로 바쁘게 지낼 수 밖에 없다. 민들레마음은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좀 더 잘 살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소와완화의료팀에게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진행한다. 그는 “각 병원마다 기부처리 형식이 달라서 물품, 현금 등 선호하는 방향에 맞춰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기부금으로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이 필요한 경우들도 많기 때문에 수액 거치가 가능한 휠체어 유모차, 카메라, 보드게임, 의료물품 등을 직접 구입해서 물품으로 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기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아와 가족을 도왔다. 이제는 편안한 병동생활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에게 성인용 베개가 지급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어린이용 베개 등을 만들어 병동생활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올해 해당 활동을 진행하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들레마음은 오는 6월 부산 디자인위크 참가준비와 함께 이를 계기로 부산영남권에도 샵인샵 매장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모교인 서울시립대와도 캐릭터 사업을 논의중이다. 또한 올해 새로운 사업모델 차원에서 어린이병원의 공식캐릭터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온라인 기프트샵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다. 

“민들레마음이 굿즈제작 기업에서 캐릭터 브랜딩 기업으로 확장하는 시기에 있어요. 성장과 함께 소아완화의료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또 부모님은 아직 ‘민들레마음’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시는데요. 나중에 9시 뉴스에서 멋지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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