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래가 된 아빠' 표지 이미지 / 출처=출판사 '상상'
책 '고래가 된 아빠' 표지 이미지 / 출처=출판사 '상상'

화목하던 가족의 일상에서 어느 날 아빠가 사라졌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던 아빠가 폭풍우 치던 밤 돌아오지 않았다. 주인공 푸른이는 여우의 휴대폰을 들고 아빠를 찾아 떠난다.

여우는 푸른이에게 예전에 자신을 따라왔던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아이의 소원은 바다에 사는 고래가 되는 것이었다. 푸른이는 그것이 아빠의 소원이었고, 아빠의 소원이 지금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나는 꿈이 생겼어. 아빠처럼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 되어야지. 혹시 모르잖아. 바다를 떠다니다가 운명처럼 큰 고래를 마주치게 될지. 나에게 밀려오는 파도가 거세 넘어지게 되더라도, 아빠의 꼬리에서 시작된 작은 파도가 내게 닿았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응원처럼 느껴질 것 같거든. 다시 일어나서 힘차게 항해하라는 응원” -112pg

하룻밤 동안의 모험을 통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환상적인 과정을 거치며 푸른이는 아빠가 바다에서 돌아올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에게는 코로나 시국에 맞이하는 두 번째 어린이날이 되겠다. 가장 환하게 웃으며 보내야 할 날, 티 없이 맑은 웃음들이 마스크 아래 가려져 조용히 흩어질 것을 생각하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푸르른 5월이 왔다. 비록 아이들의 작은 미소는 마스크 아래 가려 보이지 않겠지만, 호기심을 잔뜩 머금은 어린 눈망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 보일 것이다. 맑게 반짝이는 두 눈에 많은 것들을 따뜻하게 담아갈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푸른이의 아빠 같은 다정한 아빠가 있는 아이들도, 푸른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사라져버린 아이들도, 그런 다정한 아빠가 없는 아이들도. 모든 아이들이 푸르른 하늘 아래, 저마다의 항해 길에서 때론 거센 파도에 넘어지게 되더라도 다시 웃으며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배를 타고 수평선을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 사이에 포개어져 있는 기분이야. 온 세상이 나를 안아 주는 것만 같단다.” -9pg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때에도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오늘 하루 그 어딘가의 가장 외로운 아이까지 전부 온 세상에 안긴 듯 포근한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래가 된 아빠=안도현 글·김서빈 그림. 출판사 ‘상상’ 펴냄. 11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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