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50세 여성 오딜(Odile) 씨는 난산으로 아이를 사산하고 3일 간 혼수상태 후에 깨어났을 때 몸에서 소변이 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 불렀고, 가족과 남편마저 떠나갔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로 나무를 베며 아이와 함께 생계를 유지하던 어느 날, 그녀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한국 정부(코이카)가 그녀의 수술을 돕기로 한 것. 수술 후 그녀는 동료교육가(Peer Educator)로 활동하며 자신이 앓았던 고통을 갖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얘기한다.

한국 무상원조 대표기관인 코이카는 23일 세계 여성 누공 퇴치의 날을 맞아 2010년부터 코트디부아르에서 유엔인구기금(UNFPA)과 협력해 수행하고 있는 ‘여성누공 치료 및 예방 사업’을 소개했다.

누공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여성

 

 

 

대소변 새는 질환 누공... 개도국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 위협

산과적 누공(fistula, 瘻孔)은 난산으로 태아가 질벽, 방광, 직장항문을 오랫동안 누르면서 구멍이 발생해 대소변이 새는 질환이다. 누공은 의료보건 체계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발생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5만~10만 명의 누공 환자 중 95%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며, 코트디부아르에는 약 8,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기 출산, 열악한 모성보건 시스템, 가정 분만, 산파에 의한 전통적 출산방식, 여성 할례 등이 질환의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다. 질환의 특성상 환자들이 질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산과적 누공을 겪는 여성들의 삶은 비참하다. 누공에서 소변과 대변이 수시로 흘러나와 심한 악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누공은 외과 시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지역사회 내 인식 부족으로 여성 환자들을 평소에 정결하지 않았다거나 저주를 받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가정과 지역공동체에서 쫓겨나고,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빈곤에 빠지게 된다. 환자들은 우울증과 소외감으로 인해 심한 경우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산과적 누공은 단순한 질환이 아닌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코트디 여성 누공 환자 예방?치료?사회복귀까지... 총체적 지원

코이카는 2010년부터 UNFPA와 함께 코트디부아르에서 ‘여성 누공 치료 및 예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코이카는 1차 사업(2010년~2015년)을 통해 지역 진료소와 이동의료시설에서 여성 환자 1,208명에게 무료 수술을 제공했다. 2016년부터 현재 진행 중인 2차 사업은 질환 치료를 넘어 △치료 여성의 사회복귀 △질환 예방을 위한 보건시설과 의료진 역량 강화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포함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누공 치료 의료진

사업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2017년 12월 기준, 654명의 여성들이 산과적 누공 수술을 받았다. 산과적 누공 수술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첫 수술로 성공한 누공환자의 완치율’은 87%이며, ‘수술 받은 환자 중 요실금을 동반하지 않은 완치율’도 92%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기준인 85%, 9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치료된 여성들의 사회복귀 성과도 긍정적이다. 소득증대 사업에 참여한 여성 315명 중 96%가 가족으로 복귀, 지역사회 활동 참여, 학업 재개, 소득증대 사업 참여 등의 방식으로 사회에 복귀했다.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남편의 태도와 관념이 여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 코이카는 현지에서 남편학교를 70회 운영하여 누공질환과 모성보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였으며, 120명의 동료교육자(peer educator)와 80명의 전통 산파도 교육해 지역사회의 행동변화를 촉진했다(2017년 기준). 이외에도 4개 산과시설의 개보수와 장비 및 소모품 보급, 보건인력 훈련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 성과에 힘입어 코트디 정부도 여성 누공 환자 지원 나선다

거시적인 사업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1차 여성누공사업을 계기로 여성 누공 예방과 치료가 국가 모성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2016-2020 국가보건개발계획’에 산과적 누공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전략을 포함시켰다. 또한 2차 사업의 진행과 더불어‘여성누공치료의 확산을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 중에 있다.
 

KOICA-UNFPA 사업 협정 체결

코이카는 2019년 6월까지 산과적 누공환자 1,200명을 수술하고, 500명의 여성들에게 소득증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적 불안과 열악한 사업 환경 등 헤쳐 나가야 할 위험들이 산재하지만 코트디부아르 보건부, UNFPA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산과적 누공이라는 생소한 질병을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고, 사업의 성과와 교훈을 공유하기 위해 국내 컨퍼런스를 올해 10월 개최할 예정이다.

최영미 코이카 서아프리카실 실장은 “이번 사업은 코트디부아르 내 많은 모성보건사업 중 여성누공치료를 지원하는 유일한 사업으로, 지역사회 내 인식 제고와 성생식 보건 서비스 접근 개선을 병행해 모성보건에 대한 사회문화적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코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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