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말고 다른 대안이 있나요?”

인구의 절반인 여성은 평생 40년에 걸쳐, 1년 중 통상 65일간 생리를 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리 용품은 몇 개나 될까? 2017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따르면, 생리를 하는 여성 가운데 80.9%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깔창 생리대?유해물질 논란…‘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생리

생리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을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 여성 10명 중 8명이 일회용 생리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2가지 이슈가 알려지면서 생리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일회용 생리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 휴지, 양말 등을 사용한다는 사실과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되면서 불매운동, 소송 등으로 번진 사건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57%), 엘지유니참(21%), 깨끗한나라(9%), 한국피앤지(8%) 등 일부 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7년 사이 생리대 가격은 26.3% 올랐는데,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3.2%)에 비하면 2배 수준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서 경제 부담이 크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소셜벤처 이지앤모어는 ‘여성들이 보다 다양하게 생리 용품을 선택할 수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안지혜 대표는 “모든 여성이 똑같은 생리 용품을 쓰는 것이 아닌, 각자의 몸 상태나 취향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해외직구’로만 살 수 있던 생리컵, 식약처 허가받아 첫 수입 판매

'생리컵'은 질 내에 삽입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한 번 구입하면 최대 10년까지 사용 가능해 경제적이다.

2016년 3월 창업 당시 이지앤모어는 소비자가 일회용 생리대를 구입하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생리에 관해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저소득층 청소년을 돕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선 ‘생리컵’을 소개한 것이 대표적 예다. 생리컵은 여성의 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곧바로 받아내는 제품으로, 선진국 여성들은 이미 7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판매처가 없어 해외직구 등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이지앤모어는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처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미국 펨캡의 생리컵 ‘페미사이클’을 수입해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어 국내 자체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한 ‘블랭크컵’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으며, 테스트 및 허가를 거쳐 올해 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져보고 물어보고 체험하는 ‘월경박람회’…소셜 펀딩으로 기금 모아

오는 26일 열리는 월경박람회에서는 '생리'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생리컵 외에도 뜨개질한 면이나 천연 해면으로 만든 탐폰, 천으로 만든 면생리대, 속옷에 면생리대가 장착된 생리팬티 등 대체 용품이 있다. 월경전증후군 완화를 돕는 건강보조 식품이나 생리통을 줄여주는 초콜릿 등 제품도 함께 소개해갈 계획이다.

오는 26일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제1회 월경박람회’를 개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주최사인 이지앤모어가 텀블벅을 통해 소셜 펀딩을 진행 중인데, 목표 금액(100만원)을 261%(18일 기준) 넘어서는 등 호응이 뜨겁다.

박람회에서는 낯설지만 다양한 생리 용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초경부터 완경에 걸친 생리 관련 고민을 나누는 강연, 전문의와 함께하는 1:1 상담, 나만의 생리컵 찾기 등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생리 용품 시장에 ‘혁신’ 없어…10년 뒤에는 다양한 제품 쏟아질 것

안지혜 대표는 “생리는 불편하지만 참고 견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편안하면서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생리 용품 중 눈에 띄게 발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6년 국내에 처음 알려진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10년 뒤 똑같이 반복된 사실만 봐도 그렇다. 안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정보가 부족해서 일회용 생리대만 찾고, 몇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신제품 개발이나 투자 등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이나 생활 패턴에 맞춰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는데, 생리 용품 시장은 그렇지 않잖아요. 유해 물질에 대한 불안함, 피부 질환, 비싼 비용 등 일회용 생리대의 단점을 분명히 느껴왔지만 최근에 와서야 깨닫게 된 거죠. 문제의식도 생겼고 대안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10년 뒤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요?”

이지앤모어는 현재 수익금으로 매월 저소득층 아이들 600명에게 생리 용품을 지급하고 있으며, 올해 10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숙인 여성 등 소외 계층의 생리 문제를 돕는 방법도 하나둘씩 마련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현재는 생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임신, 출산, 완경 등 여성들이 생애주기 별로 겪는 문제를 포괄하고,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돕는 ‘종합적 커머스’로 성장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이지앤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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