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학교 캠퍼스에 학생이 없다. 이 때문에 학교 식당을 운영하던 업체도 떠나고, 식당 운영 주체 중 하나인 대학생협 역시 줄줄이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상지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공제욱, 이하 상지대생협)이 협동조합 모델에 부합하는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어 주목된다.

‘이윤’이 아닌 ‘필요충족’에 중심을 둔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상지대생협은 현재 교직원 식당 한 곳과 학생식당 두 곳, 커피숍과 매점, 패스트푸드 매장 등 편의·휴게 시설을 운영중이다. 학내 유동인구 감소로 교직원과 학생 식당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편의·휴게 시설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이를 메운다.

적자가 나는 사업장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게 상식이지만, 식당 운영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여기에 사회적경제조직 간 협력 관계가 사업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쌀을 제외한 식재료를 35개 대학생협이 가입한 한국대학생협연합회를 통해 공동구매해 원가를 절감했다.

또 상지대에 사업장을 두고 로컬푸드 도시락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강원만찬협동조합(이사장 오혜지)과도 협력해 급식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정비용 부담을 함께 나누고 있다. 강원만찬협동조합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도시락 납품을 계기로 강원지역 10여개 사회적경제조직과 상지대가 함께 만든 곳이기도 하다.

이밖에 지난해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돼 일자리 지원을 받는 것도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 대학은 1년에 1억원에 달하는 수도광열비를 면제해주는 등 배후지원에 나섰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선정돼 3500원 상당의 아침식사를 매일 300명의 학생에게 1000원에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적자에도 정상 운영중인 상지대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구내식당 모습. 출처=상지대생협
코로나19로 인한 적자에도 정상 운영중인 상지대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구내식당 모습. 출처=상지대생협

조형선 상지대생협 총괄팀장은 “적자가 나도 사업장 운영 목적을 잃지 않는 게 대학생협 경영의 핵심이라는 생각한다”며 “생협에 대한 대학의 지원과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이 협동조합에 부합하는 경영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지대생협은 2005년 창립됐으며 현재 2450여명의 조합원과 8600여만원의 출자금을 기록하고 있다. 7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2019년 38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지난해 24억 원까지 줄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복지매장에 입점한 안경점과 복사점 등의 임대료를 코로나19 종식까지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19년 상지대생협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폐지와 고철을 매각해 마련한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난달 5일 학교에 기탁했다. / 출처=상지대생협
2019년 상지대생협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폐지와 고철을 매각해 마련한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난달 5일 학교에 기탁했다. / 출처=상지대생협

2019년에는 학교 환경미화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자 전원을 고용승계해 상지대생협 소속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정년도 65세로 연장했다. 현재 75명의 직원 중 41명이 상지대생협 소속 환경미화 노동자로, 이들은 지난달에 학교를 청소하며 수집한 폐지와 고철 등을 매각해 200만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윤보다 사람과 노동을 우선한다는 사회적 경제 대원칙의 실천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선순환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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