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에서는 2019년 6월, 기후리더십과 커뮤니티 보호법이 통과됐다. 뉴욕 공동체와 환경단체가 10년간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얻어낸 결실이다. 뉴욕주에서는 그린뉴딜 펀드의 40%를 시민 커뮤니티에 우선 배정하고 있는데, 현재 뉴욕주 인구의 46%인 886만명이 뉴욕주 그린뉴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미국 클리브랜드에서는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대학 등이 앵커기관(지역중추기관)을 조성해 사회적경제조직인 노동자 협동조합 등이 만든 제품들을 구매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순환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앵커기관과 협동조합 비영리기관은 협의체를 구성해 주민협동조합을 늘려가고 있다. 

30일, 서울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제 13회 사회적경제정책포럼이 열렸다.
30일, 서울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제 15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기후위기 시대, 시민중심 거버넌스를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시민공동체의 길’을 제시했다. 시민들이 기후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갖도록 해 공감대를 바탕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계 역시 기후위기를 위해 지방정부,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30일,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기후위기 시대, 시민중심 거버넌스를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주제로 제15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가 공동주관했다. 

기후위기 정책은 시민 지지 및 참여가 바탕이 돼야

세계경제포럼은 2021년 글로벌 위기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위험요소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 실패’를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위기, 경제위기와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전세계 각국도 탄소중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화석연료 사용기업에 투자를 자제하겠다 밝혔고, 유럽연합은 탄소중립을 위해 2023년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역시 지난 22일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해외 석탄발전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출처=한겨레사회경제연구원 유튜브 캡처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출처=한겨레사회경제연구원 유튜브 캡처

오기출 이사는 “만약 기후위기 시대 탈탄소 전환에 실패하면 우리 사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마주할 것”이라며 “시민공동체 또는 시민의회에 결정권을 부여하고, 정부와 시민공동체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그린뉴딜이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도 시민지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의 방향은 지역과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다. 적절한 방향”이라면서도 “하지만 이행전략에서 시민들이 빠져있다. 시민들은 교육의 대상일 뿐이다. 이대로는 그린뉴딜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와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이 지난해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해 발표한 ‘코로나19시대 주민행복실태와 현황’에 따르면, 시민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를 가장 불안해했다. 오 이사는 “이미 시민들 사이에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높다”며 “시민은 교육과 홍보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다. 기후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 탄소경제를 위한 대안경제
이어 발제한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탄소경제를 위한 대안경제가 사회적경제라고 주장했다. 먼저 그는 기후위기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경제발전을 이어오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봤다. 김 소장은 “경제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화석연료 덕”이라면서도 “끊임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해오는 과정에서 탄소순환이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계속된 경제발전과 환경파괴 끝에 인간의 작은 경제활동이 지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경제적 차원에서만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경제를 고민할 때 우리 사회, 그리고 지구를 함께 고민해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은 사회적경제와 맞닿아있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고려하는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기후위기 대응방안은 중앙정부가 세우지만, 실제 실행단계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지방정부 기후위기 대응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전환, 그린 리모델링 등 사회적경제의 역할 있어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기후위기시대 사회적경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했다./출처=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유튜브 캡처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기후위기시대 사회적경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했다./출처=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유튜브 캡처

그는 사회적경제가 지역공동체와 함께 에너지전환에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프라이암트 지역의 에너지협동조합은 자체적으로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 수익을 남기고 있다. 김 소장은 “이는 에너지전환이 공동체의 노력이 없다면 진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공동체가 주도권을 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린 리모델링에서도 사회적경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봤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주택 절반 이상은 단열수준이 낮은 2000년 이전 건물이다. 탈탄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해당 주택들이 리모델링돼야 한다”며 “이는 동네 공동체 구석구석 잘 파악하고 있는 주민공동체와 사회적경제가 함께 해야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발제자인 한재각 멸종저항서울 활동가는 지구를 위해 기후위기비상행동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멸종저항행동은 2019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단체로, 절박함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해나가야 함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 활동가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 대량생산·소비·폐기처분 때문”이라며 “사회적경제기업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와 사회적경제, 함께 기후위기 대응 고민해야"
토론 시간에는 이창수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가 시민참여형 에너지 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했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12년에 14개 단체가 함께 결성했고, 현재 안산에서 25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수는 1160명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태양광 발전소 설치사업 외에도 미니태양광 설치사업, 태양광발전소 유지관리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창수 이사는 “발전소를 짓고 유지관리하는 과정에서 지역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토론하고 있는 하승우 이후연구소장./출처=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유튜브 캡처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승우 이후연구소장은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노동복지, 취약계층의 자립, 공동체 형성 등 한국사회에서 실현되기 이미 어려운 가치들을 떠안고 있다”며 “여기에 기후위기에도 대응하라는 과제를 하나 더 맡기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보경 경기도 사회적경제센터장은 “사회적경제기업들 중에는 자원순환 등 기후위기를 위한 직간접적인 활동을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서도 “사회적경제기업 혼자 기후위기에 대응하라고 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회적경제기업에게 일방적으로 과제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며 “또한 이를 충족하기 위한 시민기금 조성, 공유자원 형성 등 커먼스가 작동되면 지역과 사회적경제의 동반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권 소장은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출마한 후보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계획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기후투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소장 역시 “현재 한국의 정치제도로는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초당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정치관계법들의 정비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