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 이익을 위해 지역 자원을 활용해 경제 활동을 하는 마을기업. 현재 서울에는 103개 113,183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마을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서울을 훈훈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서울의 마을기업을 소개합니다.

올해 79세가 된 이은호 씨는 실버택배 기사다. 벌써 6년 차다. 그의 근무지는 5000세대가 사는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 아파트 단지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많이 힘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몸도 건강해지고, 물품 체크하고 일지도 써야 하니 치매 예방에도 좋아요. 오래 일하다 보니 익숙해진 주민들에게 칭찬도 들어서 일의 보람도 느끼고요.”

이 씨는 환하게 웃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노원구 마을기업인 ‘노인실버협동조합’은 아파트 대단지 내에서 택배배송사업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창출을 한다.

 

일하며 건강도 찾고 삶의 보람도 얻어

이 씨가 소속된 곳은 노원구 마을기업인 ‘노인실버협동조합’이다. 2010년 관내 아파트 단지 경로당에서 자체적으로 해오던 사업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2017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지금은 대형 택배회사 네 군데와 연계해 하루 1,000개 이상의 택배 물품을 받는 곳으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합원 25명은 모두 70-80대 고령자이자 노원 구민들이다.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이 그들의 사무실이자 작업장이다. 대형 택배사가 택배 물건을 경로당으로 실어오면 이를 아파트 동별로 분류하고, 분류한 물건을 체크해 기록한 후, 전용카트나 손수레를 이용해 배달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 업무다. 하루 50개에서 100개까지 배달하며 이들이 한 달에 받는 급여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이다. 노인들은 일자리를 얻고, 주민들은 안심하고 택배를 받고, 택배회사는 경비와 시간을 줄여 그야말로 일석삼조 사업인 셈이다.

노원실버협동조합은 대형 택배회사 네 군데와 연계해 하루 1,000개 이상의 택배 물품을 받는다.

주민들 반응도 뜨겁다. 낯선 택배 기사가 부담스러운 요즘, 동별 책임제로 동네 어르신들이 방문하니 관계가 깊어지면서 신뢰감도 커졌다. 주민들과 매일 접촉하는 점에 착안해 지역 지구대와 협력해 독거노인들의 일상을 살펴 돌연사 등 불행한 사고를 막는데도 앞장선다.

 

조합원 열정, 마을기업 지원으로 위기 극복

하지만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아파트 단지 내 잦은 주민 민원과 ‘개인 장사냐’는 따가운 눈초리 등으로 이승희 노원실버협동조합 이사장은 한때 사업을 정리할 생각도 했다. 그때 조합원들이 “여기가 우리 인생 전부인데 포기하지 말고 같이 힘내자”고 말하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2017년 마을기업 선정도 큰 도움이 되었다. 5천만 원을 지원받으면서 작업장 개보수, 차량 및 운반 장비 구입으로 안정적인 배송이 가능해졌다.

이승희 이사장은 노원 지역 경로당을 통한 실버택배사업의 확장 및 안전한 농수산물 직거래 사업을 계획 중이다.

 

노인들 위한 새로운 일자리 고민

노원구 내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는 7만 여명으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다. 노인들의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돕는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에 노원택배협동조합은 그동안 쌓은 택배사업 노하우를 토대로 노원 지역 경로당을 통한 실버택배사업의 확장 및 안전한 농수산물 직거래 사업을 계획 중이다. 노원구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승희 이사장은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에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로당에 있는 대다수 노인들이 고스톱이나 술로 시간을 보내는데 휴우증이 생각보다 커요. 노인들이 더 생산적인 일을 하며 건강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사진제공. 노원실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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