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신기후체제가 출범했고, ESG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올해부터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고, 지난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천명했다. 

기후위기는 지역 차원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폐기물이 돈이 되다”라는 주제로 자원순환 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등이 자원순환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등이 자원순환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협의회와 함께 사단법인 선,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이 주최했고,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환경부, 한솔제지, 롯데칠성음료, 맥도날드가 후원했다. 

이날 토론장에서는 폐기물 재사용·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 한솔제지, 수퍼빈, 한살림, 아이쿱생협 등 많은 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열고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환경정책의 ‘역사적 전환점’이다. 탄소중립은 이미 국제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며 “순환경제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고, 특히 폐기물 관리 주체인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별 우수사례를 귀담아듣고 정부에서도 적극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정부 자원순환 선언’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결의했다. 

지방정부 자원순환 선언을 발표하고 있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정부 자원순환 선언을 발표하고 있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일회용 없는 도시, 보증금 시스템 확대 등 지자체 역할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 자원순환 시스템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 자원순환 시스템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토론회는 주제발표와 사례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자원순환 시스템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10가지 자원순환 정책을 제안했다. △재고물품 재사용 △제로웨이스트 1동네 1매장 △일회용 없는 재사용 도시 △제품수리권 △재사용·업사이클센터 확대 △분리배출 체계 개선 △생산자와 지자체의 역할분담 △보증금 시스템 확대 △플라스틱 재활용 △건설폐기물 자원순환 등이다.

홍 소장은 보증금 시스템 확대를 소개하며 대표적으로 독일 프라이부르크 모델을 들었다. 프라이부르크는 다회용기 보증금시스템에 전체 카페의 60%가 참여하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모델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소비자는 보증금 1유로에 재사용컵을 빌리고 반납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그는 “다회용기를 대여해주고 세척해주는 전문산업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세척을 잘한 다회용기는 포장재를 바로 뜯어서 음식을 담았을 때 일회용기보다 세균수가 훨씬 적다. 잘 관리된 다회용기 세척모델은 소비자의 진정한 참여를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쓰레기 적체 대란은 협동조합 모델로 해결”
두 번째 주제발표는 자원순환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인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 순환의 이만재 이사장이 진행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 순환은 지역에서 일회용컵 및 종이컵을 수거해 극세사 스포츠웨어, 자동차부품 및 화장지로 재활용하고 있고, 커피박(커피찌꺼기)은 유기농 퇴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만재 이사장은 쓰레기 적체 대란과 노령인구 폭발 대란을 협동조합 모델로 해결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협동조합 모델은 쓰레기 발생과 재활용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재활용의 경제적 보상을 지역 노령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등 일자리 창출 기회도 부여할 수 있다”며 “구축된 협동조합의 자원순환 체계를 지방자치정부 권역 내 전체 영역으로 단계적 확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중인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 순환의 이만재 이사장./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유튜브 캡처
주제발표 중인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 순환의 이만재 이사장./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유튜브 캡처

다만 현재 지역 자원순환 체계로 인한 문제점도 거론했다. 이 이사장은 “참여도 저하로 수거운반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고 있고, 재활용 제품의 경제적 가치 미달로 재활용 수거 및 제품생산업체가 도산하거나 재활용품 출구가 위축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배출, 수거, 운반, 재활용, 재활용 제품의 판매 등이 각 사업체마다 각자 도생의 어려움 속에 도산하거나 폐업하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자치정부와 환경부에 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지방정부에는 “관내 모든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이 자원순환 캠페인에 참여하도록 행정지원하고, 폐기물 재활용 규제 요건을 완화해 재활용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추진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환경부에는 “커피박이 표준화 공정을 거친 후 다양한 재활용 생산품목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재활용 생산 품목인 바이오플라스틱, 합성목재, 버섯재지 등에 재활용유형 R코드를 추가로 편성해줄 것”을 건의했다. 

인천 서구 “감량·재활용 중심 자원순환 정책 필요”

사례발표하고 있는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례발표하고 있는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주제발표 이후에는 각 지자체 및 기업의 자원순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먼저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자원순환 신경제모델 구상을 소개했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인천 서구는 본래 수도권매립지 및 유해시설 밀집 문제로 가장 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꼽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각, 매립이 아닌 감량과 재활용 중심의 자원순환 정책을 세웠다. 전국으로 확산시키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특히 자원순환 실질재활용 모델 구축을 위해 스마트 에코 리사이클링 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 폐비닐·폐플라스틱 재활용센터, 재활용품 유통지원센터, 민간 재활용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원순환 신경제모델을 통해 재활용률은 57.1%에서 80%로, 특히 플라스틱과 비닐 재활용률은 19%에서 95%로 높이고, 소각은 19%→8.6%, 매립은 23.9%→11.4%로 낮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구청장은 “수도권내 쓰레기 처리 해결을 위해 환경부, 경기·서울·인천 4자 협의를 조속 추진해 매립과 소각이 아닌 감량과 재활용 중심의 첫 폐기물 정책 선진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 광산구, 사회적경제기업·시민이 주도하는 자원순환도시 모델 제시

사례발표하고 있는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 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유튜브 캡처
사례발표하고 있는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 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유튜브 캡처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은 ‘시민이 주도하는 자원순환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지역에서 진행 중인 정책 및 캠페인을 설명했다. 광산구는 자원순환해설사를 양성해 미래세대 자원순환교육에 투입하고 있다. 광산시민수당 일자리 사업으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은 시민과 사회적경제기업,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을 통해 아이스팩을 수거하면 광산자활센터 등 사회적경제기업이 세척·배송 위탁사업을 맡는다. 김삼호 구청장은 “아이스팩 265만톤(66만 여개)을 수거해 148톤(37만 여개)를 재사용했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종량제봉투, 아이스팩 구매비용 절감을 통해 총 1억 3300만원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수퍼빈,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재활용 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라고 강조했다. 

수퍼빈은 2018년부터 인공지능 분석기반으로 순환자원을 선별 회수하고, 사용자들에게는 현금으로 보상하는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각 지역에 보급하고 있다. 3월 기준, 전국 공원, 학교, 편의시설 등에 160대의 네프론이 설치된 상태다. 

김정빈 대표는 “"우리는 현재 재활용 프로세스가 지속가능할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반영되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생활폐기물들을 인공지능이 딥러닝할 수 있도록 데이터 라벨링을 하고있다. 현재 700만개 이상의 생활폐기물 데이터를 갖고 있다. 지금도 학습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재활용을 보다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폐기물 가공공장을 구상하고 있는데, 친환경적 공법과 시각적 아름다움을 반영한 건축물로 탄생시킬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시민들이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안전하고 깨끗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자인 이창진 아나운서가 수퍼빈 부스를 찾아 네프론에 대해 묻고있다./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회자인 이창진 아나운서가 수퍼빈 부스를 찾아 네프론에 대해 묻고있다./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이외에도 서울 은평구의 은평그린모아모아, 한솔제지의 종이컵 재활용, 소셜벤처 4EN의 커피박 수거 및 재활용, 한살림연합의 병재사용 운동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홍수열 소장은 사례발표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목표와 거버넌스, 구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현장의 사례를 듣는 건 즐겁고 많은 영감을 준다. 지방자치단체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자리였다”면서 “적극적 자원순환 활동을 위해 사회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는 목표와 중앙-지방-기업-시민 거버넌스,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 모델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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