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3개국 2천여 곳의 마을과 도시에서 진행되는 세계적인 공정무역 캠페인 ‘공정무역마을(도시)’ 운동이 국내에도 확산하고 있다. 인천시와 부천시는 2017년에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으며, 경기도도 지난 4월 인증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공정무역도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준비해 온 서울시는 오는 7월 공정무역 도시 인증을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 도시다. ‘이로운넷’은 2018년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해 ‘한국공정무역협의회(KFTO)>’와 함께 서울시의 공정무역도시 인증 준비 현황과 더불어 한국의 공정무역마을 운동 현 주소, 공정무역에 대한 시민 참여 현장 등을 소개한다.

① 서울,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도시로 거듭난다

② 공정무역의 새로운 기류 ‘로컬페어트레이드’

③ 한국의 공정무역마을운동 출발에서 현재까지

④ 한눈에 보는 국내 공정무역마을운동 흐름

⑤ 시민과 함께하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페스티벌 현장

 

세계 33개국 2,000여 개의 마을이 공정무역마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 중 95%가 유럽에 집중돼 있으나,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도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정무역마을운동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확산의 중심에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있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는 공정무역운동을 국내에 안착시키기 위해 2013년 12월 출범했다. 지난 9일 이곳에서 내셔널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임영신 씨를 만나 한국의 공정무역마을운동의 태동과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임 코디네이터는 반전평화운동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공정여행 가이드북인 <희망을 여행하라>를 펴내는 등 ‘공정여행 전도사’로 통한다. 2009년부터는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도 화성에서 공정무역 실험에 나서 페어라이프센터 등을 운영하는 더불어숲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며 공정무역 도시 민관 협력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임 코디네이터는 “공정무역도시 선언 후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세계에서도 주목할 정도”라며 높게 평가했다. 또한 임 대표는 공정무역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려면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아래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어야 하며, 공공-민간-시민사회 섹터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영신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내셔널 코디네이터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2013년부터 국내 공정무역마을운동 지원

공정무역마을운동의 시작이 궁금하다.

개인이 아닌 마을 단위로 공정무역을 처음 바라보게 된 건 2000년 영국의 작은 마을 ‘가스탕’에서 시작됐다. 옥스팜의 활동가였던 브루스 크라우더 씨가 지역의 농민들에게 저개발국 농민들의 어려움을 설명한 것이 큰 공감을 불러오면서 공정무역 실천의 필요성이 전파됐다. 지역의 시장, 교장, 사업가 등이 지역 농산물과 공정무역 제품 사용 약속을 선언했다. 그 선언이 제2, 제3의 가스탕 마을을 만들어냈고, 현재 세계 33개국 2,000여 개의 마을이 동참하고 있다. 선언 이후에도 가스탕 마을은 꾸준히 공정무역단체와 지역주민들이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더 많은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며, 나아가 전체 사회가 공정한 거래와 연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우선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각국의 공정무역마을운동을 돕는다. 공정무역마을운동에 참여하는 국가는 공정무역마을 지위를 인정하는 기구를 두어야 하고, 국가 당 한 명씩 내셔널 코디네이터를 지정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2013년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출범했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는 국제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공정무역마을 목표를 국내 현실에 맞게 제정하고, 공정무역마을 달성 여부를 심사한다. 그렇다고 단순한 심사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심사 대상과 만나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와 자료를 지원하고, 인정 후에도 그곳이 지속가능한 공정무역마을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현 2기 위원회는 지역 활동가뿐 아니라 공정무역단체 대표, 도의원, NGO 관계자 등 다양한 지역과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함께한다.

내셔널 코디네이터는 어떤 일을 주로 하나.

공정무역운동 한국 코디네이터라고 보면 된다. 공정무역 운동의 확산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와 소통을 주로 담당한다. 국내 공정무역마을 심사 인증에 참여하고 마을위원회 심사 완료 후 그 마을의 현황 등을 파악에 국제위원회에 등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공정무역마을 심사는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나.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에서 정한 5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5가지 가이드라인은 ▲조례 제정 및 결의안 채택 등 지역 의회의 지지를 받을 것 ▲지역의 매장에서 쉽게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할 것 ▲지역의 학교나, 종교기관 등 다양한 공동체에서 공정무역 상품이 사용되어야 할 것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캠페인 등 홍보에 적극 나설 것 ▲공정무역마을 만들기에 앞장설 사람들로 공정무역위원회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활성에 나설 것 등이다.

가이드라인 달성을 목표로 하지만 이것은 권고 사항일 뿐, 각국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수정·제안한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에서 해당 마을이 이 5가지 기준을 달성했는지 심사 후 국제위원회에 등재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로부터 ‘국제공정무역도시로 공식 인증’을 받은 인천시.

 

‘최초’보다 중요한 건 과정의 공정함...서울시, 경기도 모범적

한국 공정무역마을운동 사례를 말해 달라.

공정무역마을운동이 국내에서 본격화된 건 2010년 인천시가 공정무역도시를 선언하면서다. 2012년 서울시, 성북구, 2017년 경기도, 화성시 등 수도권에서 연이어 공정무역도시 선언을 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내가 살고 있는 화성시 사례를 소개하면, 화성시 내 봉담읍은 인구 7만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평균 거주 기간이 3년에 불과할 정도로 주민 이동이 심했다. ‘내가 사는 도시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동네 지인들과 ‘공정무역이 마을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험에 나섰다.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 공유 공간 ‘페어라이프센터’다.

이곳에는 공정무역 카페에서부터 도서관, 강연장 등이 있어 지역 내에서 공정무역과 공유 등의 가치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중고등학생들의 자유학기제가 시행된 후 매학기 100여명의 중학생들이 공정무역 교육을 받는다. 화성으로 가는 스쿨버스, 어린이 집밥 학교 등 ‘페어’가 다양한 형태로 마을과 결합됐다. 이러한 흐름이 지자체와 만나면서 화성시가 공정무역도시로 나아가는데 발판이 됐다. 공정한 주거, 공정한 교육 등 우리 삶에 맞닿은 여러 영역들에 ‘페어(fair)’라는 새로운 접두사를 붙이기 시작하며 우리 삶도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공정무역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지자체, 국회, 해외가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화성시는 국내에서 공정무역마을운동을 민-관 협력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된 사례로 꼽힌다.

공정무역마을운동에 지자체들만 참여하나.

아니다. 지역 내 다양한 단위의 공동체도 함께한다. 조계사, 서울영등교회 등은 꾸준히 공정무역 지지 활동과 협약으로 공정무역 사찰, 공정무역 교회로 거듭난 종교기관들이다. 서울시 내 상당수의 학교들도 공정무역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국내 공정무역마을운동만의 특징이 있나.

한국 사회의 특징이 이 운동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듯하다. 공정무역도시 달성도 경쟁적이다. 공정무역도시로 가기 위한 과정을 탄탄히 밟아가기 보다 ‘최초’ 공정무역도시 달성이라는 타이틀에 집중하는 지자체도 있어 아쉽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와 경기도의 행보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세계에서 주목할 정도다. 유럽을 중심으로 돼온 데다 아시아에서 참여 국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공공-시민사회-지역단체들이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시는 거대 도시임에도 당장의 성과 달성보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왔다. 공정무역도시로 한 발짝씩 나가는 과정이 모범적이다. 경기도도 의회 의원들이 1년 넘게 공부하며, 조례 제정, 전담 인력 채용 등을 성실히 해나가고 있다.

한국공정무역마을운동 확산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공정무역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그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공-민간-시민사회 섹터 간의 협력이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이 국내에 튼튼히 뿌리내리기 위한 조언을 해 달라.

공정무역이라 하면 커피, 설탕, 수공예 같은 물건을 수입해와 해외 빈곤을 돕는 일 정도로 여기는 시각이 컸다. 이제는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한국, 그 중에서도 내가 사는 지역 안에서 ‘공정함’이란 새로운 기준으로 마을과 도시를 변화시키는 상상들을 해나가 보면 좋겠다. 관심 있는 개인이나 단체라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070-7516-4772)로 하면 된다.

 

 

사진. 페어라이프센터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