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기업 자미푸드 김수미 대표./출처=광주광역자활센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쯤 고속도로에 차를 타고 지나가다보면 붉은 빛으로 탐스럽게 피어있는 백일홍을 흔히 볼 수 있다. ‘자미’는 백일동안 계속 피고 진다는 백일홍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미푸드는 아름다운 백일홍의 이름을 품은 자활기업이다.

자미푸드는 지난 2001년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 사업인 자활근로사업단 ‘두메골 도시락’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사업을 시작한지 9개월 만인 2002년 7월에 14명의 자활 참여주민들이 함께 자활공동체(현 자활기업)를 창업했다. 2006년에는 SK기업의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센터로 지정돼(15호점, 광주 북구점) 현재까지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군 복지단 예비군 도시락 위탁업체로 선정되고, 유니버시아드대회 경찰 도시락을 납품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사회복지의 날 행사에 도시락을 납품하고, 자활한마당 급식을 수차례 납품하는 등 광주 지역의 굵직한 행사들에 함께했다.

북구청 결식아동 및 독거노인 급식 도시락 지원, 방과 후 학교 급식 및 돌봄 교실 급식, 부설 유치원 이동 급식 및 소규모 급식 진행, 각종 행사 도시락 및 출장뷔페 행사 등등 자미푸드의 다양한 사업 내용을 전부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자활기업 자미푸드 김수미 대표./출처=광주광역자활센터

이처럼 수많은 사업을 이끄는 김수미 대표는 2003년 자활공동체의 영양사로 입사해서 올해로 18년째 자미푸드를 지키고 있다. 영양사로 일하며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고 자활사업단 운영도 함께하며 쉼없이 달려왔다. 감사하게도 함께했던 구성원들 모두 자립의 의지가 강한 분들이어서 함께 호흡을 맞춰 달려올 수 있었다.

자미푸드는 음식을 만드는 기업이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곳이다.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해 설립된 자활기업의 취지에 맞게 현재 8명의 직원 중 취약계층 4명을 채용해(수급자, 차상위계층, 고령자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더불어 삶’을 실천한다. 한번 주문한 고객들이나 단체들은 다음에 다시 주문하고, 이곳에서 일하다 정년퇴직을 해서 떠난 사람들도 퇴직 이후 종종 방문해서 도시락 자원봉사를 한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음식을 다루는 업체답게 자미푸드는 원칙을 지킨다. 자미푸드의 모든 음식은 천연 조미료만 사용한다. 먹는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해 저나트륨식을 고집하고 있다. 홍합육수, 멸치육수를 사용해 시원한 맛의 국물을 만들고, 다시마육수를 사용해 각종 찌개류의 개운한 맛을 낸다.

조리를 하는 종사자들은 한식, 중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식재료 구매는 HACCP 인증 업체의 우수한 식자재만을 사용하고 있고, 자미푸드 역시 HACCP을 적용한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갖춰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이 배달되는 곳에 수시로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해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직접 듣고 음식을 만들 때 반영한다.

먹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한 자미푸드는 저나트륨식을 고집해 음식을 만든다./출처=광주광역자활센터
먹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한 자미푸드는 저나트륨식을 고집해 음식을 만든다./출처=광주광역자활센터

배송시에는 반드시 냉동 탑차를 이용하고 온장고와 냉장고 등을 현장에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 이런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도시락과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었지만 식중독 사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렇듯 원칙을 지키는 사업운영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은 자미푸드에도 가혹한 시간이었다. 예비군 훈련이 중단되면서 예비군 도시락 사업이 중단됐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기 때문에 행사 출장뷔페 역시 주문이 없었다.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긴급 돌봄 도시락 지원 사업이 새롭게 진행되어서 매출의 큰 타격은 입지 않았지만, 사실 걱정은 올해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면서 긴급돌봄 도시락 주문이 없어지고, 여전히 출장뷔페 주문과 예비군 도시락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고 이익이 남지 않은 사업은 정리하는 것이 맞을텐데, 자미푸드는 자활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광주 북구지역에 사는 160여 가구의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은 자활기업의 사회적 책임감 때문이다.

휴대폰 앱을 통한 배달비가 2000~3000원이지만 도시락 한개 지원 예산이 3500원밖에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양질의 도시락을 만들어서 어르신 집까지 배송한다. 공익적인 목적을 생각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지속하고 있다.

자미푸드 전경./출처=광주광역자활센터

먹거리 사업이 그렇듯 모든 음식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쉽지 않다. 막상 결과물이 나왔을 때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맞추기도 힘들다.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 도시락을 먹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자미푸드의 마음이다.

그래서 자미푸드의 비전이 더욱 가슴 따뜻하게 다가온다.

‘좋은 먹거리가 아름다운 나눔이 되는 행복한 사회를 창조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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