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구둣방’ 책 표지 이미지./출처=다산북스
‘꿈꾸는 구둣방’ 책 표지 이미지./출처=다산북스

문재인‧유시민‧이효리.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같은 브랜드의 구두를 신는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이 모여 일하고 시각장애인 대표가 경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의 신발 브랜드 ‘아지오(Agio)’는 각계각층 유명인들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절망에서 희망의 길로 들어선다.

신간 ‘꿈꾸는 구둣방’은 개업 3년 만인 2013년 처참한 실패를 맛보고, 폐업 4년 만인 2017년 기적적으로 재기한 구두만드는풍경의 이야기를 담았다. 뭐든지 빠르고 싸게 대량생산하는 시대에 이들은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고객의 발을 직접 만져가면서 한땀 한땀 느리지만 정성을 다해 신발을 만든다. 

자본도 없고 경영도 몰랐던 이들이 재도전에 성공한 이유는 그들만의 원칙을 지킨 덕분이다. 아지오의 경영철학은 이렇다. △한번의 실패는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 △정직은 기업의 조건이자 경쟁력이다 △원칙을 지킨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고객은 물건만이 아닌 가치를 산다 △실적보다 소통을 우선한 기업이 오래간다 △고객과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비즈니스와 사회적가치는 함께간다. 

창립자인 유석영은 “구두만드는풍경은 장애인을 장인으로 만드는 기업, 공존하며 성장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라며 “오늘도 아지오는 불편한 발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구두를 만든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아지오’는 청각장애인을 장인으로 만들어 사회에서 자립하도록 돕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다. 장애인이 만드는 상품을 믿지 못하는 세간의 편견에 맞서 품질로 승부한다. 전국을 누비며 실측을 다니고, 발에 꼭 맞을 때까지 수정을 거친다. 단 한 켤레도 만족 없이 내보내지 않기에 제작자들을 장인이라 부는 것이다. 

이들에게 ‘성공’이란 청각장애인을 장인으로 만들고,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인들이 이들을 응원하는 이유 역시 기업의 존재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 추천의 글을 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아지오 구두를 신을 때 발만 편안한 게 아니라 마음도 따뜻해진다”라며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 세금을 내면서 자부심 높은 시민으로 살아가는 ‘듣지 못하는 이웃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의 구두는 다 노동자가 만든다는 사실을 물론 압니다. 그렇지만 아지오 구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 자동화 공장이나 인건비 저렴한 외국의 공장에서 만들어온 구두와 다릅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존재를, 타인과의 관계가 제 삶에 주는 의미를 뚜렷하게 느끼게 하지요.” 

몸에서 가장 낮은 곳을 감싸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물건이 바로 ‘신발’이다. 열심히 산 사람치고 발이 무사한 사람이 없다. 구두만드는풍경은 열심히 항해해온 인생을 위한 구두를 세계 최고로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지오를 성장시키고, 이것이 곧 청각장애인의 일자리를 늘릴 거라고 믿는다. 이번 책은 이들의 신념과 함께 내 일의 의미에 대해서도 곱씹게 한다.

꿈꾸는 구둣방=아지오 지음. 다산북스 펴냄. 264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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