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거대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높은 기술력을 가진 작은 집단 간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풀 수 있다.”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세계 최대 비영리 벤처재단 ‘엑스프라이즈(X PRIZE)’가 내세운 목표다. 지난 2019년 한국의 소셜벤처 에누마가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 결승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해 상금 500만 달러(약 55억원)을 받으면서 국내에도 재단이 널리 알려졌다.

고려대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이 지난 6일 개최한 ‘2021 렉처시리즈’ 온라인 강연에서 김현주 에누마 코리아 임팩트 사업 디렉터가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한 내용을 설명했다./출처=줌 화면 갈무리
고려대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이 지난 6일 개최한 ‘2021 렉처시리즈’ 온라인 강연에서 김현주 에누마 코리아 임팩트 사업 디렉터가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한 내용을 설명했다./출처=줌 화면 갈무리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에누마는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을까.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은 지난 6일 ‘2021 렉처시리즈’에 김현주 에누마 코리아 임팩트 사업 디렉터를 초청해 강연을 개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줌’을 통해 진행했으며, 고려대 학생을 포함한 70여 명이 특강에 참여했다.

2012년 설립된 에누마는 교육과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 기업이다.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2014년 출시한 ‘토도수학’은 누적 다운로드 900만을 돌파했고, 미국 1000여 초등학교에 도입됐다. 2020년 내놓은 ‘토도영어’와 함께 구글 플레이스토어 교육 분야에서 나란히 최고 매출 순위를 기록 중이다.

에누마는 2017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케냐 등 개발도상국 아동을 대상으로 개발한 ‘킷킷스쿨’을 통해 교육 혁신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의 우승자로 선정됐다.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양질의 교육, 불평등 해소 등 항목에 기여한 결과다.

​에누마가 개발한 교육 애플리케이션 '킷킷스쿨'을 활용해 공부하는 탄자니아 어린이들./출처=KOICA
​에누마가 개발한 교육 애플리케이션 '킷킷스쿨'을 활용해 공부하는 탄자니아 어린이들./출처=KOICA

김 디렉터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전 세계 2억5000만명 아이들은 학교에 가든 못 가든 기초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학습에 재미와 의지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배움의 장벽을 낮추는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수많은 국가와 단체에서는 개도국 아이들의 문맹퇴치와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학교나 도서관을 짓기 등 주로 ‘하드웨어’에 투자했다. 에누마는 현지 NGO와 교육 콘텐츠 회사와 협력해 아이들의 학습 경험을 고려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실질적인 학습력을 높이고, 참여도와 지속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모든 아이가 실패 없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디지털 학습 도구를 만든다”는 비전을 실천한 셈이다.

그런데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학습 공백과 교육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원격교육의 60%는 온라인 기반인데, 학습자 중 45%는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인 탓이다. 이에 대응해 에누마는 지난해 8월부터 전 세계 개도국 교육기관에 ‘킷킷스쿨’을 무료 배포 중이다. 현재까지 65개국, 330개 기관에서 4만5000건 넘게 신청했으며, 올해 말까지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157개국에서 700만명이 학습 과정에서 중도이탈할 것으로 분석했다. 에누마는 코로나19로 등교가 힘들어진 개발도상국 아동들을 위해 에누마의 '킷킷스쿨' 앱을 지난해 8월부터 무료로 배포했다./출처=줌 화면 갈무리
세계은행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157개국에서 700만명이 학습 과정에서 중도이탈할 것으로 분석했다. 에누마는 코로나19로 등교가 힘들어진 개발도상국 아동들을 위해 에누마의 '킷킷스쿨' 앱을 지난해 8월부터 무료로 배포했다./출처=줌 화면 갈무리

국내 아이들을 위해서는 지난해 한글 교육 앱 ‘에누마글방’을 출시했다.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느린 학습자 등의 한국어 교육을 돕는 서비스다. 김 에디터는 “코로나가 올 줄 모르고 개발한 앱이 시의적절히 잘 쓰였다”며 “특히 한글교육에 관심이 높은 다문화가정이나 보호자가 생계활동으로 바쁜 가정 등의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교육 혁신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은 에누마는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 100여 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옐로우독, SC홀딩스, 소프트뱅크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K9벤처스, 중국 TAL에듀케이션그룹 등에서 유치한 투자 누적금액만 22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학습이 가능한 ‘에누마스쿨’을 개발 중이다. 중저가형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연결이 지속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중남미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김 디렉터는 스타트업을 막 시작했거나 준비하는 후배 기업가들을 위해 ‘끌어당기기’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그는 “한 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앞당겨 바라보는 주체가 혁신기업”이라며 “현재 시점에 아직 오지 않은, 오려면 동력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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