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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사랑봉제협동조합의 작업장 모습

 

“봉제는 전부 협동조합 해야 합니다.”

 

김효영 ‘중랑사랑봉제협동조합(이하 중랑사랑)’ 조합장의 일성이다.

봉제업은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영세한 사업장 하나로는 10년째 제자리인 의류제작 단가에 대항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협동조합을 통해 규모를 키운다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일감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공동구매로 원단비가 절감되고 물류비도 절약된다. 작업장끼리 서로 기술을 배우고 일감도 나눌 수 있다. 영업에서도 유리하다. 모두 2016년 설립된 중랑사랑에서 누리고 있는 이점들이다.

다른 봉제 업체들도 모두 협동조합을 설립한다면 그만큼 경쟁자들이 강력해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한 중랑사랑 조합원은 “협동조합끼리는 특화 분야를 달리하자고 타협할 여지가 있을뿐더러 우선은 봉제 업계 전체가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싹튼 ‘중랑사랑봉제협동조합’

중랑사랑 조합원들은 중랑패션지원센터에서 운영하던 공동작업장에서 만났다. 봉제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을 갖춘 봉제 업자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작업장이었다. 이곳에선 이미 일감을 나누는 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곳에 지금의 조합원들이 다 있었죠. 제가 '협동조합 합시다!' 했습니다.”

일감을 맡길 봉제 업체를 구하러 공동작업장에 방문한 김 조합장이 당시 협업 상황을 보고 ‘협동조합으로 키우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이다.

김 조합장은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만 사회적 기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미루고 있었다. 센터에서 이뤄지는 협업을 보면서 협동조합이라면 지속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굳혔다.

봉제업계에선 협동조합이 흔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장점에 대해선 다들 알고 있었다.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며 서로 힘든 점도 이야기하고 신뢰도 쌓인 상태였다. 김 조합장은 자신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조합원들은 장애인과 다문화 여성과 일할 때도 잘 챙겨줬어요. 다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력이 있어요”

조합원들 모두 사회적 협동조합을 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오투어패럴’, ‘거성월드’, ‘신명어패럴’, ‘패밀리샘플실’, ‘㈜나눔아트패션 샘플공장’의 대표 다섯 명이 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했다.

중랑사랑은 경비복, 미화복, 위생복 등 각종 작업복과 조끼, 재킷, 티셔츠 등을 만든다. 중랑치매지원센터와 협약을 맺어 매달 치매 노인들에게 의류기부도 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중랑사랑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지원센터)의 우등생이라 할 만하다. 3대 1의 경쟁을 뚫고 경영 코치를 받았다. 2대 1의 경쟁을 뚫고 판로개척 교육도 받았다. 법무 상담도 받고 노무 상담도 받았다. 회계 교육도 받으려고 하니 “잠시 쉬었다 오세요”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조합원 얘기는 안 꺼내고 그냥 도와 달라고 했어요.”

지원센터 선생님과 인연을 맺은 교육 전문가와 공공사업 전문가도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더 나은 봉제 산업을 만들고 지역 사회의 약자를 돌보겠다는 학생의 열정에 선생이 따라나선 것이다.

 

 

 

김효영 중랑사랑 조합장과 조합원들이 환하게 웃고있다

또 한 걸음: 봉제 인력양성사업

새로 가입한 조합원들의 활약 덕에 중랑사랑은 올해부터 보육원 청소년들에게 봉제 교육을 하는 비영리사업을 시작한다. 고령화되고 있는 봉제 노동자들을 이을 인력도 양성하고 이제 곧 사회로 나올 젊은이들에게 평생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도 제공하는 것이다.

봉제는 노동환경이 열악해서 젊은 사람들이 꺼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조합장은 “바로 그런 인식이 봉제가 협동조합을 해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답했다. 봉제업계가 힘이 없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봉제 노동자들의 삶을 실제보다 비참하게 그려도 항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악덕 업체들과는 협력하지 않는다면 노동환경도 개선되지 않겠나요.”

발 한번 담가만보려는 무임승차자는 안돼요

 

 

“조합원이 많아지니 영업하는 사람은 막 움직이는데 ‘나는 바쁘니 너희가 좀 해라. 나는 일감만 줘라’ 이런 사람이 생겨요. ”

여느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중랑사랑의 걱정거리도 ‘무임승차자’다. 규모를 키워서 운영을 안정화하고 봉제업계 전체의 힘을 키우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했는데 그 과정에서 무임승차자로 인해 조직 전체가 휘청거리지는 않을까 조심스럽다. 조합원들 모두 조합 운영에서 넘어지지 않고 신중히 가자는 원칙을 지키는 이유다.

 

“저희는 깨지면 안 되니까요. 꿈이 있기 때문에.”

 

글.  신윤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syh9603@naver.com
박재하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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