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3개국 2천여 곳의 마을과 도시에서 진행되는 세계적인 공정무역 캠페인 ‘공정무역마을(도시)’ 운동이 국내에도 확산하고 있다. 인천시와 부천시는 2017년에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으며, 경기도도 지난 4월 인증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공정무역도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준비해 온 서울시는 오는 7월 공정무역 도시 인증을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 도시다. '이로운넷'은 2018년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해 '한국공정무역협의회(KFTO)>'와 함께 서울시의 공정무역도시 인증 준비 현황과 더불어 한국의 공정무역마을 운동 현 주소, 공정무역에 대한 시민 참여 현장 등을 소개한다.

① 서울,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도시로 거듭난다

② 공정무역의 새로운 기류 ‘로컬페어트레이드’

③ 한국의 공정무역마을운동 출발에서 현재까지

④ 한눈에 보는 국내 공정무역마을운동 흐름

⑤ 시민과 함께하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페스티벌 현장

6년간 도시 정비, 5가지 조건 충족해 7월 인증 공식화 예정

오는 7월, 천만 인구 도시 서울시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2012년 5월 12일 세계공정무역의날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정무역도시, 서울’을 선언한 지 6년만이다. 그동안 서울시와 함께 공정무역도시를 추진해 온 한국공정무역협의회(KFTO) 이강백 상임이사는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제시한 ‘공정무역마을이 되기 위한 5가지 기준’에 서울시가 모두 충족되었으며,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7월경 달성식이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무역 대국으로, 이제 수도 서울이 아시아 공정무역 주도한다"
2012년 5월 12일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페스티벌’ 행사에서 서울시는 한국공정무역협의회와 함께 ‘공정무역도시, 서울’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세대 만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역 대국으로 성장한 서울이 아시아에서 공정무역 도시 운동을 주도하게 된 것은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며 “<공정무역 수도 서울>의 추진으로 서울특별시를 긍정적 변화를 주도하는 진정한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언문을 통해 서울 공정무역도시 추진위원회는 ▲공정무역 결의안 및 조례 제정 추진/민관 공동의 공정무역도시 운영위원회 구성, ▲자치구, 대학, 학교, 종교기관과 캠페인을 통한 기초 공동체 단위의 공정무역 참여와 실천 활성화, ▲서울공정무역센터 설립을 통한 학술연구, 국제교류, 교육 및 홍보 활성화, ▲공공기관의 공정무역 제품 사용 및 민간시장에서의 공정무역 제품 유통 확대, ▲정기적인 공정무역 행사 및 다양한 홍보활동으로 시민들의 공정무역 인식 증진 등을 주요 목표로 선언했다.

2000년 공정무역마을운동이 처음 시작된 영국의 '가스탕'

공정무역도시(마을)는 저개발국 노동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일상적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면서 공정무역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벌이는 곳으로,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공정무역 캠페인이다. 2000년 영국의 작은 마을인 ‘가스탕(Garstang)’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지역사회와 지방정부가 함께 공정무역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통한다. 2017년 기준 세계 33개국 2,000여 곳의 마을과 도시에서 공정무역마을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공정무역도시가 되려면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제시한 ‘공정무역마을이 되기 위한 5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5가지 기준은 ▲지역 의회의 지지, ▲지역 매장에서의 구입 용이, ▲지역 커뮤니티에서 사용, ▲미디어 홍보, ▲공정무역위원회 구성 등이다.

서울시와 한국공정무역협의회가 함께 진행하는 2017년 진행된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조례안 제정부터 위원회 출범까지…공정무역도시 전환 위한 6년의 도전

서울시는 지난 6년 간 어떻게 공정무역도시로의 전환을 준비했을까?

서울시는 조례 제정 및 위원회 구성 등 공정무역이 서울시 내 안전하게 안착화될 수 있도록 기틀 마련에 먼저 나섰다.

2012년 11월 지방정부 및 지역의회가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공정무역 상품을 사용할 것을 동의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서울시의회 박양숙 의원이 발의해 통과시켰다. 조례안에는 공정무역에 대한 기본 원칙과 추진 계획 수립에 대한 근거 등이 포함되었다.

다음해 4월에는 공정무역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서울시공정무역도시운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정무역사업을 계획하고 사업과 지원에 대한 자문 및 심의 등을 위해서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시민들이 손쉽게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처를 늘리고 시민 캠페인을 확대했다.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에 2013년 문을 연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

그 시작으로 2013년 1월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1층에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이 문을 열었다. 시청 내 공정무역가게를 연 것은 세계 공정무역도시 중 서울시가 처음이다. 지구마을은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마을인 영국 가스탕의 ‘피그 트리 카페’가 그 모델이다. 국내 공정무역 상품 500여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물론,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 전시, 워크샵, 체험 등도 상시로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이 외에도 착한 발렌타인데이 캠페인, 공정무역 국제 심포지움, 공정무역 봄 강좌, 어린이도서관 공정무역 교실 등 공정무역 단체·동아리·활동가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캠페인 및 교육을 진행해왔다. 1년 중 가장 큰 공정무역 행사로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에 다양한 공정무역 단체들과 함께 진행되는 ‘세계 공정무역의날’ 한국 페스티벌은 서울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공정무역 리더들과 함께 공정무역 확대에 대해 논의하는 ‘WFTO-ASIA 서울 컨퍼런스’도 2014년 20개국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개최했다.

 

민관 협력·다양한 주체들 참여로 차별성 부각

서울시가 주목받는 데는 민관 협력으로 공정무역도시 추진이 이뤄졌다는 점이 한 몫을 한다. 임영신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내셔널 코디네이터는 “단지 공정무역 인증 간판을 붙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정무역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운동이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안팎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한바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15개 국내 공정무역단체가 소속된 한국공정무역협의회와 함께 공정무역 알리기를 추진했다. 한국공정무역협의회에는 아름다운커피, 아이쿱생협 등 국내 대표적인 공정무역단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종교, 학교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한다는 점도 서울시의 공정무역도시 추진에 힘을 싣는다.
 

조계사는 세계 첫 공정무역 사찰로 지정되었다.

특히 종교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길을 끈다. 조계사는 2013년 세계 첫 공정무역 사찰로 지정되며 서울시가 공정무역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계사는 서울시와 협약을 통해 사찰 내 공정무역 제품 사용 및 윤리적 소비 운동에 동참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불교계에 이어 서울영등교회도 2014년 공정무역교회 추진 선언을 하고,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 커피 원두를 공정무역 제품으로 바꾸는 등 공정 무역 상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에 더해 서울시 내 기초자치단체들도 공정무역 가치 확산과 활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뷰] 서울시와 함께 공정무역도시 추진한 이강백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상임이사
 
이강백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상임이사
- 지난 6년 간 서울시와 함께 공정무역도시 추진을 해왔다. 올해 공정무역도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서울시가 현재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모두 충족했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에서 재확인 작업만 하면 된다. 7월 중 달성식을 할 계획이다.

- 서울시가 공정무역도시가 된다면 그 의미는.

대외적으로는 서울시가 공정무역도시가 된다면 인구 천만 도시로서는 처음이라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도시가 되는 거다. 런던이나 파리 등 대도시가 달성된 적은 있으나 모두 서울보다 인구가 적다. 그래서 세계에서도 올해 서울시의 달성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공정무역도시 추진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2012년부터 지금까지 시민 참여와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공정무역이 서울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내실을 기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도시에 비해 알차게 준비했다고 자부한다.

- 서울시 공정무역도시 추진이 의미가 있는 건 민관 거버넌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민간에서는 어떤 단체들이 함께했나.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하는 대표적인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PTCOOP, 아름다운커피, 아이쿱생협,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기아대책 행복나눔, 카페티모르, 인천공정무역단체협의회, 더페어스토리, 어스맨, 지구마을사회적협동조합, 트립티, 공기핸디크래프트 등 15개 기관이 함께했다.

- 달성 후 앞으로 계획은.

공정무역도시가 되려면 인구 2만5천 명 당 공정무역 상품 판매처 한 개소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서울 내에서 더 판매처를 늘려 시민들이 공정무역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길 기대한다.

또한 서울시뿐 아니라 경기도 등 전국으로 공정무역 운동이 퍼지길 바란다. 실제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2주 간 공정무역을 집중 알리고 기념하는 캠페인 ‘공정무역 포트나이트(Fortnight)’가 열린다. 이 기간에는 공정무역을 주제로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 단체들이 토론회, 마켓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정무역을 알리고 기념하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지구마을, 이우기 사진작가,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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