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 26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제6회 사회적가치 법제포럼'을 개최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 26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제6회 사회적가치 법제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재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ESG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 등 대기업은 신년사에서 ‘ESG 경영’을 강조했고, ESG경영 강화를 명목으로 관련위원회 등 전담조직을 앞다퉈 신설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 지배구조(Governance)를 줄인 말로, 기업의 전략을 실행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비재무적 정보를 말한다.

올해 갑자기 떠오른 개념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이미 ESG개념이 인식돼왔는데, 2019년부터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 및 투자유치, 평판 관리 관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류에 맞춰 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 26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ESG 활용방안’을 주제로 제6차 사회적가치 법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경제학·경영학·법학 등 학계 전문가와 금융기관·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ESG의 개념을 정립하고 사회적 가치와 접점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CSR과 CSV는 무엇이 다를까?

이은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은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은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가치와 ESG개념과 전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사회적가치 창출활동으로 여겨지는 CSR과 CSV, ESG 개념의 차이를 짚었다.

CSR, CSV, ESG 등 다양한 사회적가치 논의의 시작은 1987년 브룬드란트 보고서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최초의 정의가 보고서에 담겨있다”며 “이를 토대로 CSR, ESG 등 사회적가치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이 이해관계자 등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는 윤리적 책임의식을 말한다.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사회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사업화하는 사회적가치 창출전략을 일컫는다. 

이 교수는 “기존 CSR이 기업의 비즈니스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찾아낸 것이 ’전략적 CSR‘인 CSV”라면서도 “CSR이 CSV로 업그레이드된 건아니다. CSR은 보다 규범적이고 가치철학적인 상위개념”이라고 설명했다. 

“ESG는 기업의 투자 리스크 관리 평가 지표”
ESG는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가 결성되면서 나왔다. 투자원칙 6가지를 제정해 ESG를 공시하는 사회책임투자를 권고했고,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투자회사가 해당 원칙을 지키기로 서명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순차적으로 ESG투자를 확대해 15년 후인 2020년에 책임투자원칙을 본격화하기로 약속했다. 

이은선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ESG는 근본적으로 기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위해 견지하는 관점이라고 봤다. 그는 “ESG는 투자 리스크 관리가 주목적인 지표”라며 “ESG 평가의 핵심은 가중치가 적용된 각 산업별 주요 핵심 이슈에 대해 해당 기업이 리스크 및 기회요인에 얼마나 노출돼 있고, 또 얼마나 관리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물론 ESG를 잘하면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건 맞다”면서도 “단순히 ESG를 잘하면 사회적가치를 잘 창출한다고 단정짓는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금융, 기업과 주민 관점에서 설계돼야”

박동규 한양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검토했다.
박동규 한양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검토했다.

박동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두 번째 발제를 통해 기후금융의 개념과 현황을 짚고, 한국형 기후금융 모델을 검토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그린스완(The green swa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때문에 벌어지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당시 국제결제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그린스완이라 명명하고, 기후변화가 전세계 경제의 공급과 수요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후금융이란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투자·금융상품 개발 등 사업을 진행할 때 기후변화 문제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거나,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하는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기후금융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한국형 뉴딜사업 중 그린뉴딜 사업을 위한 금융활동을 의미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후금융을 포함한 지속가능금융 투자는 극히 초기 단계”라면서도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을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최근에는 금융회사 등이 녹색채권을 포함한 ESG채권을 발행하는 추세와 맞물려 기후금융 관련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직 금융지원을 하는 ’제공자 관점‘의 분석이 주를 이룬다고 비판했다. 국내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기후금융모델을 수립하기 위해는 기후위기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기업과 해당지역 주민의 관점이 검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과 주민 관점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요자금을 조달하고 상생을 통해 기후금융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며 “선진국의 제도와 정책 및 기업, 금융회사, 주민의 협조로 성공한 기후 금융 사례를 분석해 우리 환경에 적용하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SG 평가, 성과중심 정량적 평가로 발전 중"

발표 중인 장윤제 박사
발표 중인 장윤제 박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장윤제 박사는 '국내 ESG 평가기관의 환경, 사회 평가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민연금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체계를 설명했다.

ESG 평가의 목적은 지속가능성 및 CSR 제고와 책임투자 지표로 나뉜다. 각 목적 및 기능에 따라 평가지표의 구성을 달리하고 있다. 해외 평가기관은 각 목적에 맞는 평과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장 박사는 현재 기업을 평가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기업을 대상으로 ESG를 평가하면 주로 정규분포보다 한쪽 혹은 양쪽에 쏠린 분포가 나타난다"며 "규제준수 일변도의 ESG 대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SG 평가기준이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박사는 "과거에는 지속가능성/책임투자 평가가 프로세스 중심의 정성적 평가만을 했다면 요새는 성과중심의 정량적 평가로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SG 법제화 및 연착륙 방식 논해

포럼 발제자 및 토론자 단체사진
포럼 발제자 및 토론자 단체사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장민선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ESG 법제화 연구 방향성 고민을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기업이 책임투자 관점 및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ESG에 역점을 두고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과연 우리 사회 전체의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있는지 연구해야 할 대목”이라며 “제도를 만들어내고 수행하는 것이 사회적가치를 증진하는데 어느정도 일조하는지 확인하는 법제화 연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아름 SK사회적가치연구원 박사는 규제 차원에서 ESG 논의가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정 박사는 “ESG 평가가 기업 규제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규제보다는 기업에게도 유익한 방향으로 ESG평가가 설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신일 MYSC 부대표는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ESG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SG는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펀더멘탈(Fundamental)중 하나가 되고 있다"며 "특히 기업들의 무형자산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세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ESG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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