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은 대부분 회사 규모가 작다. 대기업 중에는 홍보팀은 물론 기자실까지 따로 두는 곳도 있지만, 사회적경제조직에는 조금 먼 이야기다. 재정 여건 탓에 홍보팀은 커녕 홍보 담당자를 따로 채용하기 어려운 조직도 다수다. 대표나 직원이 겸할 때가 많고, 당장 일에 치이다 보면 홍보 업무는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막막한 마음에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조언을 구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홍보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시간도 비용도 담당자도 없는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간단한 홍보물이나 SNS 채널을 만드는 일조차 힘들어요.”

이런 조직들에게 힘이 되는 홍보마케팅 서비스가 탄생했다. 한국사회투자(이하 한사투)의 ‘다홍’ 서비스다. 홍보팀, 마케팅팀이나 전문 담당자가 따로 없는 조직을 위해 홍보팀의 역할을 대신해준다. 홍보마케팅 컨설팅, 실무교육, 언론홍보, 온라인홍보, 디지털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홍보마케팅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에만 열려있다”는 점이다.

한사투는 지난 9월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홍보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커진 시기다. 사회적금융기관이 어떤 이유로 홍보마케팅 서비스를 만들었을까. 수요는 있을까. 지난 3월 17일,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 상상청에서 다홍 담당자인 이혜미 한사투 홍보팀장을 만나 답을 들었다.

이혜미 한국사회투자 홍보팀장./사진=한국사회투자
이혜미 한국사회투자 홍보팀장./사진=한국사회투자

'소셜임팩트' 전문 액셀러레이터

한사투는 금융 서비스와 함께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2012년 설립됐다. 국내에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교보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하나금융그룹 등 다양한 기관들의 후원 및 기부를 받아 사회혁신조직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액셀러레이팅, 임팩트투자를 한다.

홍보 영역에서 경쟁력을 자신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 팀장은 한사투가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전문 액셀러레이터이면서 소셜임팩트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 대행사보다 높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액셀러레이터는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이 사업을 한 단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단체를 일컫는다. 보육공간과 전문인력을 마련하고 납입자본금이나 출연재산이 일정 금액 이상을 충족하면 중기부에 등록할 수 있다. 등록하지 않아도 스스로 액셀러레이터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심사를 통과한 곳은 총 259개사다. 그중 하나가 한사투다. 지난해 6월 등록됐다. 사회적경제기업을 키우는 데 특화돼있으니, 그 전문성에 자신 있다는 거다.

기자 경력으로 언론홍보 A부터 Z까지

이혜미 팀장이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언론 홍보 강의를 하는 모습./사진=한국사회투자
이혜미 팀장이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언론 홍보 강의를 하는 모습./사진=한국사회투자

이 팀장이 실제 기자 출신이라는 점도 경쟁력이다. 이 팀장은 2019년 7월 한사투 입사 전에 5년간 경제신문에서 SK, LG, 한화그룹 등 대기업을 출입했다. 당시 SK와 같은 대기업이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지켜보다 직접 사회적경제조직에 입사했다.

기자 시절 대기업 출입뿐 아니라, 스타트업 CEO 인터뷰와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취재도 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홍보가 어떻게 다른지 봐왔다. 스타트업이 커가며 겪는 우여곡절, 그 과정에서 대외 홍보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지 지켜봤다. 그는 “한사투 입사 후 사회적경제조직을 여럿 만났는데, 간단한 보도자료를 쓰는 방법이나 양식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일도 많더라”라며 “기자 경력을 활용해 언론홍보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은 조직에 실질적으로 조언한다”고 자신했다.

다홍 서비스 탄생 자체에도 그의 기자 경력이 한몫한 셈이다. 이 팀장은 “새로운 사업 홍보를 하는데 중장기 전략을 어떻게 짜는지 모르겠다는 대표부터, 비싼 값에 홍보마케팅 외주를 줘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대표까지 많은 경험담을 들었다”며 “사회혁신조직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살려 '다, 다시, 다르게' 홍보한다”

다홍 홍보 메인 이미지./출처=한국사회투자
다홍 홍보 메인 이미지./출처=한국사회투자

브랜드 이름 ‘다홍’은 “다, 다시, 다르게 홍보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다 홍보한다”는 포용의 의미다. 비용이 부담돼서, 혹은 잘 알지 못해서 홍보마케팅에 다가가기 힘들었던 사회혁신조직이라면 모두가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거다. 비용은 업계 평균 가격이다. 서비스 개시 후 지금까지 예비사회적기업 ‘도도한콜라보,’ 제주 전통기업 ‘푸른콩방주,’ 소셜벤처 ‘플레이콕’ 등이 다홍을 이용했다. 일반 스타트업이 문을 두드린 적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소셜미션이 없다면 받지 않는다.

“다홍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보다 미션, 비전, 철학을 먼저 봅니다. 그래야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어요. 사회적경제조직은 그게 핵심이니까요.”

두 번째 ‘다시 홍보한다’는 ‘도전’의 의미를 담았다. 사업의 도약을 꿈꾸는 이들의 도전에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세 번째 ‘다르게 홍보한다’는 ‘변화’다. 기존 홍보마케팅에서 실망했거나 만족하지 못했던 영역을 그 기업만의 비전과 철학, 경쟁력을 잘 살려 홍보하겠다는 의지다.

푸른콩방주 온라인홍보 이미지. 다홍은 SNS 운영을 담당했다./출처=한국사회투자
푸른콩방주 온라인홍보 이미지. 다홍은 SNS 운영을 담당했다./출처=한국사회투자

“공통 요청 사항은 ‘상품과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소셜미션을 잘 살려달라’는 겁니다. 최근 3개월의 홍보용역을 마친 ‘플레이콕’도 마찬가지였어요. 운동모임 연결 서비스와 운동장소를 제공하는 스포츠 소셜벤처입니다. 여성 지도자 양성에 주력하고 배리어프리 활동으로 스포츠 참여 장벽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곳이에요. 일반 홍보 대행사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소셜임팩트를 전달하는 홍보에는 한계를 느꼈다며 다홍을 찾아왔어요.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셜 미션을 제대로 보여줄 홍보를 원하더라고요.”

요즘 ‘소셜 홍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이 팀장. 임팩트 투자로 이어지는 사회 가치 지표, 소셜 분야의 지원정책, 소셜벤처 데모데이 정보, 기업 협업 연계 정보 등을 찾고 익힌다. ‘착한 일,’ ‘좋은 일’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실질적인 홍보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셜임팩트 업계가 점점 커지면서 다홍을 찾는 기업도 많아지겠지만, 다홍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어날 거라 봅니다. 어쩌면 경쟁사가 되겠네요. 그래도 좋아요. 생태계가 커지고 성숙해지려면 필요합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우여곡절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길을 잘 닦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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