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 이익을 위해 지역 자원을 활용해 경제 활동을 하는 마을기업. 현재 서울에는 103개 113,183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마을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서울을 훈훈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서울의 마을기업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한다고 해서 '마데카솔 공장'으로도 통해요.”

조하연 대표는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이하 곁애)’를 이렇게 표현했다. ‘곁애’는 바쁜 일상에서도 곁에 머문 사람들과 문학을 통해 내면적인 소통을 꿈꾼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문학이 지닌 치유와 소통의 힘'이 단체 슬로건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가 지역단체들과 함께 운영하는 커뮤니티 공간 ‘북카페’

 

 작은 도서관, 문화예술협동조합으로 거듭나다

곁애의 모태는 '배꼽빠지는도서관'이라는 지역의 작은 도서관이다.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낸 조 대표에게 ‘시’와 ‘도서관’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꿈이었다. 꿈은 현실이 되었고, 도서관은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라는 마을기업으로 2015년 재탄생했다.

그 사이 '곁애'의 사업 범위도 넓어졌다. 위기 청소년들을 시로 치유하는 교육사업, 지역의 이야기를 출판하는 ‘동네방네 마을 그림책’, 지역 문화기획, 커뮤니티 공간 ‘북카페’ 운영 등이다.

그 중에서도 '시 테라피'는 곁애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업이다. 시를 통해 사람의 마음과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는 방법을 전파하여 ‘삶 테라피’라고도 부른다. 조 대표는 시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고 얘기한다.

“세상을 등지려던 청소년이 ‘시 테라피’를 통해 시를 쓰고 마음을 다잡아 지금은 어엿한 ‘문학청년’이 되었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학이 가지는 치유의 힘을 느껴요.”

웃지마 -박수빈-

나에게는 빛이 없구나.
도움을 주는 빛이 없구나.
환한 빛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캄캄한 것도 아닌
지금 여기 내가 빠진 절망
어둠속으로 들어가고 마는 나를 보며
나는 자꾸 절망한다.
내게 손 내밀지 않는
세상에 욕 하려고


시를 쓴다.

-그토록 시리즈1 "이기미칫나" 중-

곁애는 지금도 구로경찰서와 함께 위기 청소년들을 문화예술로 치유하는 일을 돕고 있다.

 

지역의 이야기로 소통의 창구를 열다

곁애가 문학적 치유와 더불어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일은 ‘지역 내 세대 간 소통’이다.

“구로에서 ‘어린이 기자교실’을 하면서 구로시장으로 취재 갔던 아이들이 부모에게 시장을 왜 이용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들의 시선이 변하면 부모들의 의식도 변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는 지역 내 세대 간 소통을 중요시 한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구로마을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 '동네방네 마을 그림책' 시리즈다. 28년 간 동네를 지켜온 생산가게 맏딸 소영이의 유년 시절 이야기, 항동 철길의 간이역 역장 이야기 등 소재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도 모두 지역 주민들이다. 조 대표는 “젊은이들이 마을의 오래된 것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마을과 이웃, 그리고 세대 간의 소통을 이뤄낼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서울의 구석구석을 그림책 연극으로 둘러보는 마을여행도 시도 중이다.

구로마을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 '동네방네 마을 그림책' 시리즈

 진짜마을기업을 꿈꾸다

곁애가 하는 일들은 하나같이 ‘마을기업’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 마을기업이 지원금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라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을기업에 선정되고 지원 받으면서 곁애만이 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지역사업들을 많이 펼칠 수 있었어요. 비즈니스보다는 공동체성을 더 강조하는 ‘마을기업’이 우리에게 딱 맞는 것 같아요.”

‘진짜’ 마을기업을 꿈꾸는 조 대표는 오늘도 꿈을 꾼다. 척박한 환경에서 겪은 상처를 예술이라는 연고로 치유하는 마을기업으로 남는 것을. 바로 지역민들 곁애(愛)서 말이다.

 

 

사진제공.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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