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편집국장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단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국장이 이로운넷에 편집국장으로 발령받은 때다. 청년기자단 5기, 6기, 7기는 이로운넷 편집국장이 아닌, 개인 멘토로 활동했다. 8기인 지난해는 이로운넷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이로운넷 편집국장 자격으로 기사를 데스킹하는 수고를 해줬다.

신 국장은 기사가 꼭 갖춰야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단호함을 보여주면서도, 청년들과 소통하는 것을 소중한 기회로 여기며 청년기자들을 살갑게 대했다. 지난 1월 2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로운넷 본사에서 신 국장과 만났다.

인터뷰에 임하는 신 국장은 설레 보였다. 인터뷰는 많이 해봤어도 인터뷰 대상자가 된 건 처음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는 올해 1월 말을 끝으로 이로운넷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신 국장은 “다음 청년기자단을 위해 신임 편집국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청년기자단의 오랜 정신적 지주였던 그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담았다.

*인터뷰 당시 이로운넷 소속이었으므로 기사에는 '전 국장'이 아닌 '국장'으로 표기합니다.

신혜선 전 이로운넷 편집국장.
신혜선 전 이로운넷 편집국장.

다음은 신 국장과의 일문일답. 


- 8기 청년기자단과 함께하면서 행복했던 일과 뿌듯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상황이어서 청년기자단 활동도 굉장히 위축되고 ‘이탈자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더군요. 그것이 제일 좋았고 너무 감사했어요.

또 앞 기수에서는 하지 않았던, <우리 동네 협동조합>이라는 연재물을 썼어요. 이건 기자단이 공동 꼭지에다가 연재를 하는 거라 공동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서울시 관내에 있는 협동조합들을 주로 만난다는 점은 다를 게 없는데, 시점이 특별했어요. 기사는 타이밍이나 시점도 중요하게 작용을 해요. 이 기획은 작년 12월부터 1월까지 연재됐어요. 연말연초에 쓸 수 있는 기사 중에 하나가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계획과 포부를 밝히는 내용들이 들어갈 수 있거든요. 우리가 어려운 와중에도 방심하지 않고, 협동조합 취재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는 점이 행복합니다. 진짜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 한 거죠.

- 청년기자단을 담당하면서 기억에 남는 기사는 어떤 것인가요?

▶ 네 있죠. 기자수첩에 해당되는 현장 칼럼을 쓴 기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기사의 형식 중에 유일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는 칼럼을요. 바로 청년기자단 5기, 6기를 했던, 송봉근 기자였어요. 그 친구가 어느 현장에 다녀와서 자신의 생각을 제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봉근님, 현장 취재 수첩을 써보세요. 봐드릴게요”라고 말했어요. 물론 기사는 쉽게 완성되진 않았어요. 엄청 고쳤죠. 취재 수첩을 쓰면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상황에서 ‘왜 저럴까.’하고 생각을 한 거예요. 인터뷰를 하고 남은 여운이 있었던 거죠. 이 기사는 이로운넷에 게재된 청년기자단의 기사 120개 중에 누적 조회수가 제일 높은 기사였는데요. 기자단이 썼던 그 칼럼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공감대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죠. 조회수가 많다고 해서 그게 꼭 긍정은 아니지만 어쨌든 공감을 받은 거죠.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한 글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기사 바로 읽기: [현장+] “협동조합 만들었는데, 왜 지원 안 해줘요?”)

- 8기 기자단 기사 중,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기사는요?

▶ 청년기자단 기사 중 조회수 3위에 오른 기사인데요. 서은수 청년기자의 미스터피자구매협동조합 기사입니다. 이 협동조합은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인데,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갈등을 겪은 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사례에요. 성명서도 발표하고 기자회견도 했는데, 그 이후 상황이 궁금했던 차였어요. 기자에게는 사건이 발생 후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알려줘야 될 의무도 있어요. 실제로 협동조합이 1년 새 엄청 성장했더군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이로운넷 구독자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네요.

(기사 바로 읽기: “조합원 8→53명으로…한국형 프랜차이즈 문화, 이제는 바꿔야죠”?)

신혜선 전 국장(왼쪽)과 이승하 청년기자(오른쪽).
신혜선 전 국장(왼쪽)과 이승하 청년기자(오른쪽).

- 신혜선에게 청년기자단은 무엇이었나? (5기부터 8기까지)

▶ 어려운 질문이네요. 한마디로 ‘체력 단련장’이에요. 여기서 말한 체력이란 저의 기자적 감각을 말해요. 25년이나 되는 제 연차에서는 기자들의 기사를 일일이 다 보기 어려워요. 많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다른 일을 책임져야하는 위치입니다.

그런데 청년기자단의 기사는 정말 처음 데스크를 맡았을 때의 마음으로 기사를 봤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10년 전 제가 마흔 한 살에 시작했던 초임 데스크의 마음으로, 그때로 다시 복귀하는 심정으로 임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지독하게 했겠어요.

- 청년기자단에게 영감을 얻거나 배운 것이 있나요?

▶ 서울 지역에 있는 협동조합이 굉장히 많아요. 이로운넷 기자도 다 못 만나요. 청년 기자단이 서울 협동조합들을 많이 만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기사는 다루는 과정 모두가 다 배움이죠. 데스킹 중에 “이런 협동조합도 있구나”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습니다. 이 분야에 오랜 경력 있는 분들한테 “서울시에 잘 나가는 협동조합들 한 30개 말해보라”고 질문을 해보세요. 아, 저는 못해요.(웃음) 10개 대면 많이 되는 거예요. 청년기자단이 꼬박꼬박 취재하는 그 힘이 협동조합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어요. 이후에 이로운넷 기사를 기획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 8기 청년기자단에게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이제 청년이잖아요. 내 말의 반은 꼰대의 위험성이 있어서 약간 조심스럽네요.(웃음)

어느 세대든지 청년은 실패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의 나이에, 즉 도전해도 되는 나이에 세상을 둘러보면서 시각과 관점을 넓히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취업, 가정에 대한 책임 등 고민할게 많을 거에요. 그래도 여성, 아동, 노인, 동물, 젠더, 정치 문제, 지금 이슈 되는 것 같은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분노하지 말고, ‘왜 그럴까’부터 ‘나라면 어땠을까’,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하지?’ 등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자기 손톱 밑이 제일 아플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때로는 좀 멀리 보는 것도 훈련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나이 50이 넘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어요. 모든 것을 관두고 새롭게 삶을 설계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더 잘 할 수 있을 거에요. 삐뚤어지라는 게 아니라, ‘성공하는 삶’이라는 전형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들이 이미 지난 1년 코로나19로 힘들었지만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전화를 활용하기도 하면서 인터뷰를 했어요. 이미 여러분들은 청년기자단으로서 현장을 다니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런 경험을 한 것이에요.

-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단은 정말 훌륭해요. 이 기자단을 실무 기획하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그리고 예산을 주는 서울시 모두 다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기관의 청년기자단들은 단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연속성을 가지고 가는 프로젝트가 드뭅니다.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사업을 끊이지 않고 이어가게 하는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관계자들께 제대로 고맙다고 말도 못했네요.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서울시가 인원을 좀 더 많이 배정해서 더 많은 청년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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