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사회주택 1만호 공급 달성하고 싶어요.”

사단법인 한국사회주택협회(이하 협회)의 신임 이사장 이한솔 씨의 포부다. 그는 지난 2월 26일 진행된 협회 정기총회에서 3기 이사장으로 뽑혔다. 총회는 성북구 소재 사회주택 ‘안암생활’에서 열렸다. 이날 이사장 외에도 새 이사진이 뽑혔다.

이한솔 이사장은 1990년생. 만 서른이다. 연세대 재학 시절에는 친구들과 대학생 주거권 문제를 다루는 ‘민달팽이유니온’ 초기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청년 사회주택 ‘달팽이집’을 만드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모체다. 이후 총학생회장,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공동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2기 이사장인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는 50대였는데, 연령대가 확 낮아졌다. 김 대표는 퇴임 인사에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에서 30대와 40대 총리도 많다”며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2030세대 영끌’이 언론을 장식하는 요즘 “사지(buy) 않고 사는(live)” 사회주택을 외친다니. 3기 협회를 이끌 장본인으로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듣기 위해 이 이사장을 지난 10일 중구 중림동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10일 중구 중림동 카페에서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을 만났다.
지난 10일 중구 중림동 카페에서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이한솔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이사장 선출을 축하한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어떤 곳인가.

▶ 사회주택을 공급·운영하는 사업자들이 모인 조직이다. 회원사는 약 90개다. 한국에서 공익성을 지닌 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는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인데, 모두 공공기관이다. 협회는 민간에서 판을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 외국에서는 비영리조직이나 사회적경제기업이 공익 주택을 공급하는 모습이 당연하다. 사회주택 모델을 논의하고, 사업자를 대상으로 교육·컨설팅도 한다. 올바른 사회주택 제도를 위해 목소리를 모으는 역할도 한다. 협회 사무처 직원은 상근·비상근 포함해 8명이다. 사무처는 정책국, 조직국, 교육국, 지원부로 나뉘어있다. 나는 사무처장을 겸한다.

Q. 이사장 연령이 확 어려졌다. 무슨 이유로 뽑혔다고 보는가.

▶ 대표성, 정체성이 큰 이유 아닐까. 사회주택 입주자의 90%가 청년이다. 소득 기준 등 여러 조건을 따져보면 입주 대상자가 대부분 청년으로 좁혀지더라. 나는 사회주택에 살고 있고, 몇 년 동안 주거 안정의 필요성을 외쳐왔다. 청년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면 좀 더 호소력 있게 들리지 않을까. 협회에서 이런 점을 인정한 것 같다. 김종식 전 이사장이 큰 힘을 실어줬다.

2월 26일 '안암생활'에서 열린 한국사회주택협회 정기총회 현장.

Q. 사회주택 공급 규모가 5000호라던데, 공급 규모에 포함하는 기준이 뭔가.

▶입주가 가능한 총 호수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 5000명이 사회주택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통계에는 협의의 사회주택만 넣었다. 토지임대부·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사회적 주택 등을 말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 같은 사례는 빠졌다. 이런 광의의 사회주택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Q. 이사장 임기 내 달성하고픈 목표가 있나.

▶ ‘(협의의) 사회주택 1만호 공급 달성’과 ‘대중 인지도 확산’이다. 임기가 3년인데, 그 안에 1만호 정도는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일반 사람들에게 사회주택이 뭔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일도 필요하다. ‘토지임대부,’ ‘매입약정형,’ ‘리모델링형’ 같은 표현이 쓰이고 있는데, 이는 공급자 중심 용어다. 사회주택을 이해하는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더라.

시세의 50%~80% 이하로 공급하고, 입주자들의 자립과 자치적인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하는 주거모델이라는 점만 이해하면 된다. 시민이 사회주택이라는 개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특법(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중요하다. 민특법 안에 사회주택 내용을 넣는 거다. 지금 국회에서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며 협회와 소통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주택을 하나의 분야로 인정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조직 내 변화도 꾀한다. ‘조직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인지도 확산 방법을 고민할 계획이다. 서울 외 지역에 지부를 두고,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도 추진한다. 기금 조성 사업도 한다. 이번에 정관에 사회주택기금조성사업 내용을 추가했다. 사회주택 사업자와 입주자를 위한 은행을 만든다고 이해하면 된다. 금융위원회에서 총괄할 예정이다. 5월 중 기금을 출범시킬 거다.

Q. ‘역대급’ 부동산 가격 시대에서 사회주택이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본인도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가.

▶ 2018년 9월부터 서울 소재 달팽이집에 살고 있다. 달팽이집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주택이다. 조합원 가입기간이 길수록 조합원 점수가 높아지고 다른 달팽이집으로 이사할 때 경쟁률이 높으면 우선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조합원 점수가 높은 편이라 다행이다.(웃음)

Q. 집을 구입하지 않을 계획인가.

▶ 확답하기 어렵다. 지금 사회는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을 불완전한 존재처럼 인식하지 않나. 또, 세입자는 월세·전세 폭등을 불안하게 바라보며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 사회가 계속 이런 분위기라면 나도 등 떠밀려 구입하려 할 것 같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런 사회라면 꼭 안 사도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