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 이익을 위해 지역 자원을 활용해 경제 활동을 하는 마을기업. 현재 서울에는 103개 113,183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마을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서울을 훈훈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서울의 마을기업을 소개합니다.

마포구 성미산마을 초입에 자리한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이하 좋은날협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한 날, 최성욱 운영위원장은 직접 커피 설비를 세척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애 청년 직원들은 둘씩 짝을 지어 외근을 나가는 길이었다. 지난해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제2의 터닝포인트를 맞고 있다는 좋은날협동조합 사무실의 오후는 그렇게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최성욱 운영위원장과 직원들

 

 마을에서 자립에 나선 장애 청년들의 도전

좋은날협동조합은 마포구 성미산마을에서 자란 장애 청년들이 함께 더치커피를 만드는 마을기업이다. 마을 안에서의 자립을 꿈꾸며 2013년 문을 열었다. 자녀들이 마을 안에서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자립하길 바랐던 부모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최경화 전 운영이사는 “10시간 이상 천천히 우려내는 더치커피가 느리게 움직이는 장애 청년들의 마을살이 일자리로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부모들이 먼저 나섰다”며 “여기에 교사,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초기 자금을 마련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좋은날협동조합의 탄생 비화를 소개했다.

성미산학교 재학 시절, 쿠키를 만들고 학교 안 카페를 운영했던 3년 간의 소중한 경험이 협동조합 탄생에 큰 자산이 되었다.

여느 마을기업들이 그러하듯, 좋은날협동조합에도 초기 판로 개척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때 힘이 되어준 곳이 성미산마을에 자리한 울림두레생협과 마을 주민들이었다. 마을기업이라는 이름을 달기 전, 이미 좋은날협동조합은 마을 공동체 속에서,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갔다.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더치커피

 

마을기업 선정이 가져다 준 선물

좋은날 더치커피는 공정무역, 유기농 원두(페루산)를 사용해 정제된 찬물로 약 8시간을 추출하기에 은은한 커피 향과 깔끔한 뒷맛이 일품인 커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더치커피는 더운 여름날에 수요가 몰리는지라 계절에 따라 매출이 일정치 않은 게 문제였다. 경영이 어려울 때마다 두 팔 걷어붙이는 부모 조합원의 지원도 한계가 있었다. 장애 청년들을 위한 안정적인 공간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영을 안정화시키는 게 우선 중요한 과제였다. 좋은날협동조합은 경영 안정화를 위한 해법으로 마을기업 준비에 나섰다. 두 번의 좌절을 겪고서야 2017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최성욱 운영위원장은 마을기업 선정 후 가장 큰 변화를 ‘시설 현대화’와 ‘품목 다양화’로 온·오프라인 판매 시스템이 강화된 점을 꼽았다.

“계절 영향을 받던 더치커피에서 로스팅 원두 판매와 드립커피를 추가 개발해 3월부터 판매할 예정이에요. 1~2만 원을 CMS로 정기 후원하는 회원에게 커피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도 최근에 개시했고요. 이 모든 것이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생긴 선물이죠.”

어려움을 겪던 좋은날협동조합에게 마을기업 선정은 제2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다.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청년들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마을기업을 꿈꾸며

최근 경영이 안정화 되면서 좋은날협동조합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금은 동료들이 함께 점심도 먹고 음료수 같은걸 사서 서로 나눠주기도 해요.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죠. 그만큼 사회성이 높아진 셈이죠. 우리는 다른 건 안 바래요. 조금 느리더라도 더 많은 장애 청년들이 이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으면 해요.”

최 운영위원장은 좋은날협동조합의 이런 바람을 이야기하며 서울시에 ‘마을기업에 대한 공간 임대 지원 연장’과 ‘우선 구매’에 힘써줄 것도 함께 당부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마을기업을 향한 좋은날협동조합 구성원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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