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출처=pixabay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출처=pixabay

‘꼰대, 불편, 의무, 부담, 뻔뻔, 외면, 생색, 초라, 구질, 원망, 답답….’

노년의 삶을 다룬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2016)’의 극본을 쓴 노희경 작가가 청년을 대상으로 노인에 대한 시각을 취재한 결과 나온 단어들이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윗세대를 ‘어른’이 아닌 다만 ‘노인’으로 폄하하며, 몇몇 부정적 단어들로 규정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디어에서 나오는 시니어는 기존 질서에 목메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훈계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부정적 시선은 어디서 기인했을까. 나이듦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11일 인문360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인간과 문화 포럼’에서는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 즉 웰에이징(Well-aging)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분야에서 ‘노년‧노화’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아름다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먼저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가 ‘웰에이징: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생애문화연구소에서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전 인생 과정을 연구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특정 나이가 아닌 모든 연령이 겪는 경험과 해석을 말하는데, 어떤 생애주기에 있든 사회에서 규정한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문제와 직면한다.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노년’의 의미나 지위도 사회가 정한 규칙에 따라 정해진다. 그러나 노희경 작가가 지적한 대로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덧씌우는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인 구조가 주어지지만 개인의 의지나 선택까지 막지는 못한다”면서 “나의 노년을 어떤 자세로 대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바람직한가’에 대해 김 대표는 “이야기를 잘 짓자”고 제안했다. 각자의 현재에는 살아낸 시간과 살아낼 시간이 공존하므로, 과거 자기 상황을 들여다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그는 “각자 사랑하는 이념‧가치‧운동‧문화에 열정을 품는 ‘에로스 에너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적극 나서는 ‘정치적 에너지’, 사회적 주체이자 동료 시민으로 활동하는 ‘당사자 운동 에너지’를 잃지 말자”는 생각을 밝혔다.

이윤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 연구센터장은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가역화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노화에 대한 의과학적 연구와 더불어 사회적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윤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 연구센터장은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가역화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노화에 대한 의과학적 연구와 더불어 사회적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진 발표에서 이윤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 연구센터장은 ‘의과학적 관점의 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고,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이 2030년 24.3%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등 노화 연구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명명했는데, 노화가 질병이라면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항노화(anti-aging)’ 연구는 젊은 세포가 늙은 세포로 가는 것을 막거나 세포가 죽는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가역화, 늙은 세포를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연구까지 나왔다. 향후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노화 치료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일단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이 웰에이징의 기본 전제이므로, 노화를 관리하고 극복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전환지원본부장은 바람직한 인생 2막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자아‧일‧관계‧일상’을 재정립해 삶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전환지원본부장은 바람직한 인생 2막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자아‧일‧관계‧일상’을 재정립해 삶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전환지원본부장은 ‘인생 2막을 위한 작은 용기, 삶의 전환’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최근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다가 은퇴한 50세 전후를 중심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중장년층이 민주화운동과 경제성장을 겪으며 성공의 DNA를 내재화했고, 가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면서 성역할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다는 등 한국의 특수한 사회적 맥락을 공유한다.

고 본부장은 인생 2막이라는 삶의 전환을 맞이하면서 ‘자아‧일‧관계‧일상’이라는 4가지 요소를 재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필요와 역할이 아닌 의미와 즐거움을 위한 삶으로 자아를 성찰하고 △조직의 성과를 넘어 공동체의 성장에 기여하는 일을 탐색하고 △지위가 아닌 소통을 중심으로 관계를 설정하며 △가정과 공동체를 위해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일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그는 ”나를 중심에 두는 이기주의와 나이에서 오는 우월의식이 결합한 ‘꼰대’가 아닌,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인문360 유튜브 채널에서 웰에이징을 주제로 열린 '인간과 문화 포럼'에 참여한 장동석 출판평론가(사회),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 이윤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 연구센터장,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전환지원본부장(왼쪽부터)의 모습./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11일 인문360 유튜브 채널에서 웰에이징을 주제로 열린 '인간과 문화 포럼'에 참여한 장동석 출판평론가(사회),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 이윤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 연구센터장,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전환지원본부장(왼쪽부터)의 모습./출처=인문360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발표자들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으로 ‘나이 듦에 관하여(루이즈 애런슨 지음)’, ‘노화의 종말(데이비드 싱클레어, 매슈 러플랜트 지음)’, ‘인생 2막 어떻게 살 것인가(허남철 지음)’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문체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인문360’을 통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문화적 변화에 대한 인문적 담론을 확산하기 위해 기획된 ‘인간과 문화 포럼’은 매월 첫 번째 목요일 오후 2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오는 4월 행사는 ‘재택근무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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