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 아동의 독립생활 이야기를 담은 웹툰 ‘독립, 만18세’는 매주 수요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된다./출처=㈜명랑캠페인
보호종료 아동의 독립생활 이야기를 담은 웹툰 ‘독립, 만18세’는 매주 수요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된다./출처=㈜명랑캠페인

“보호종료 아동들의 독립은 닮았지만 다르다.” 인스타그램 @viva_18_youth 계정에는 매주 수요일 웹툰 ‘독립, 만18세’가 연재된다. 지난해 6월 첫 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0여 개의 에피소드가 올라왔고, 1000명 팔로워 달성을 앞뒀다. 보호종료 아동들의 독립생활 이야기를 소재로, 온라인 상에서 수많은 독자들과 소통 중이다. 

‘보호종료 아동’은 보육원 등 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18세에 독립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해마다 전국 240여 개의 시설에서 2500여 명의 아이들이 퇴소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주어지는 자립 정착금은 지역별로 300만~500만원 정도다. ‘독립, 만18세’라는 제목은 ‘독립만세’라는 단어에 ‘만18세’를 결합해 아이들의 독립을 응원하면서도 아직 청소년인 상황을 강조했다.

작품은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명랑캠페인에서 기획‧제작했다. ㈜명랑캠페인은 예비사회적기업 ㈜소이프, ㈜브라더스키퍼 등과 함께 보호종료 아동을 위한 토크콘서트, 명절캠프, 컬처데이 등을 개최하며 이들의 자립을 지원해왔다.

2017년부터 ㈜명랑캠페인 이사로 일하는 전진 작가는 보호종료 아동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의 상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웹툰 제작에 도전했다. 전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스타툰 ‘독립, 만18세’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전진 작가는 사회적기업 ㈜명랑캠페인의 이사이기도 하다. 보호종료 아동을 위한 토크콘서트 '꽃길만' 기획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출처=㈜명랑캠페인(오승환)
인스타툰 ‘독립, 만18세’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전진 작가는 사회적기업 ㈜명랑캠페인의 이사이기도 하다. 보호종료 아동을 위한 토크콘서트 '꽃길만' 기획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출처=㈜명랑캠페인(오승환)

전 작가는 2017년 ㈜소이프가 보호종료 아동들을 돕는 정기회원 ‘빌더’로 가입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 ‘허들링’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을 만났고, 이들이 보육원을 퇴소하고 난 뒤 주거‧학업‧취업‧생계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전해준 구체적인 이야기는 무척 놀라웠다”며 “같은 곳에서 자랐어도 각자 가진 사연들이 모두 다르고, 독립 이후 겪는 일들도 매우 다채로웠다. 이러한 이야기를 모아보면 어떨까, 그 안에서 사람들이 가진 오해나 편견을 드러내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진짜 이야기가 가진 힘이 있으니, 아이들의 이야기로 ‘웹툰’을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립, 만18세’는 전 작가가 아이들의 사연을 글로 재구성하고, 그의 동료인 박지연 작가가 그림을 그려 완성한다. 웹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전부 실제 인물이고, 스토리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전 작가도 작품 속에서 ‘찐쌤’으로 나온다. 고3 때 보육원을 나와 함께 사는 ‘꿍’과 ‘얌’의 사연으로 웹툰을 시작했다. 찐쌤은 꿍‧얌과 밥을 먹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사이가 됐다. 

전진 작가는 인스타툰 속 ‘찐쌤(왼쪽)’ 캐릭터로 등장해 보호종료 아동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달한다. 명랑캠페인 오호진 대표는 '오쌤', 소이프 고대현 대표는 '고쌤' 등으로 나온다. 실제 인물과 사연을 바탕으로 웹툰을 만들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을 소재로 한 다양한 웹툰이 주목을 받으면서 짧은 글과 그림을 엮은 인스타툰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출처=㈜명랑캠페인
전진 작가는 인스타툰 속 ‘찐쌤(왼쪽)’ 캐릭터로 등장해 보호종료 아동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달한다. 명랑캠페인 오호진 대표는 '오쌤', 소이프 고대현 대표는 '고쌤' 등으로 나온다. 실제 인물과 사연을 바탕으로 웹툰을 만들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을 소재로 한 다양한 웹툰이 주목을 받으면서 짧은 글과 그림을 엮은 인스타툰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출처=㈜명랑캠페인

전 작가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보호종료 아동의 가난이나 범죄 등 드러난 현상에만 초점을 맞출 뿐, 그렇게 된 원인이나 구조는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느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도 부정적으로 그려내는데, 알게 모르게 쌓여온 잘못된 인식이 아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드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보호종료 아동 중에는 부모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 부모를 알지만 경제적 이유나 아동학대 등 이유로 시설에 맡겨지기도 한다. 규칙에 따라 단체생활을 하면서 성인으로 성장하지만, 대부분 독립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만18세가 되자마자 사회로 나온 아이들은 음식 조리나 공과금 납부 같은 작은 일부터 도박이나 사기 등 위험하거나 부당한 일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 막막해하거나 좌절한다.

웹툰을 만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주거’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받고 나온 아이들은 정보가 없어 제대로 된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집주인은 보호종료 아동이 받을 수 있는 전세자금 대출의 최대치를 알고 원래 집값보다 돈을 높게 받거나, 도배나 장판을 해주지 않기도 한다. 계약 전 제대로 확인을 못해서 곰팡이가 있거나 냉난방이 되지 않는 집을 구하기도 했다.

‘독립, 만18세’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겪은 주거문제 부터 학업‧취업‧생계 등 다양한 사연을 조명한다. 전 작가는 "보호종료 아동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나의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이 갖춰지면, 아이들이 상처받고 소외받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출처=㈜명랑캠페인
‘독립, 만18세’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겪은 주거문제 부터 학업‧취업‧생계 등 다양한 사연을 조명한다. 전 작가는 "보호종료 아동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나의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시스템이 갖춰지면, 아이들이 상처받고 소외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출처=㈜명랑캠페인

전 작가는 “아이들이 살면서 필요한 아주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구축됐으면 좋겠다”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같이 판단해주고, 일상생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어른들이 있다면, 이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독립, 만18세’ 덕분에 아이들을 응원하는 어른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웹툰 아래에는 “보호종료 아동을 잘 몰랐는데 알게 됐다“ ”관련 기사가 나오면 관심을 갖고 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문의하거나 이들을 위한 교육에 나서겠다는 단체도 생겼다.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상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고, 최근 개봉한 영화 ‘아이’ 팀에서는 시사회에 초청하기도 했다. 

보호종료 아동과 이들을 돕는 어른들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올해 ㈜명랑캠페인에서는 온‧오프라인 소셜 커뮤니티를 구상 중이다. 전 작가는 “랜선 이모나 삼촌도 좋고, 문화를 매개로 한 오프라인 모임 등 ‘대안 관계’를 만들고 싶다”며 “아이들에게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어른,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건강한 잔소리를 하며 지지하고 조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들보다 많은 경험을 한 어른들이 조금만 애정을 가져준다면, 아이들은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독립, 만18세’가 그런 마음을 먹는 어른들을 생기도록 돕고, 아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응원을 받는 이야기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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