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8일 '2020 문재인정부 사회적경제 정책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조사에 응한 324명의 사회적경제 이해관계자 중 53.1%가 전년도(2019년)에 비해 전반적인 정책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50.6%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반면, 정책을 수립할 때 민간이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응답자의 36.1%만이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이 설계돼 있다고 답변한 것. 정부의 사회적경제 거버넌스 분야가 개선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48.5%였다.

연대회의는 8일 영등포구 신길에 있는 세이프넷지원센터에서 ‘2021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16개 부처 56개 세부사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4개 부처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연대회의는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파악하고 현장 관계자들이 평가하는 정책 방향을 논의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강민수 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전년도(2019년)에 비해 2020년 사회적경제 정책은 개선됐고, 그 결과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했다”면서 “다만 각 부처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하는 체계가 없어 사회적경제 정책 간 시너지 발생이 어렵고 예산 집행의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효율적인 예산분배 이뤄져야”

정부부처의 주요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재정부의 경우 효율적인 예산분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경제 및 골목상권 경영컨설팅 및 홍보'에 들어가는 예산만 59억원”이라며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예산이 53억7000만원(2019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사업도 예산규모를 책정하는 것은 기재부인데, 고용노동부 지원 예산 규모가 약 50억원 정도인 것과 비교했을 때 중기부와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난다"며 "지원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예산을 책정해 주길 바란다는게 현장 의견”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하면서 이종(異種) 간 협동조합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기본법, 개별법상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뭔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나의 협동조합을 규모있게 키우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 문제를 여러 협동조합이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조 센터장은 “기재부야 말로 정책을 모니터링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부처가 모니터링 기능을 하기 어렵다면, 기재부가 이 역할을 자임하고 모니터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재찬 연대회의 상임이사./사진=박초롱 기자
하재찬 연대회의 상임이사./사진=박초롱 기자

“고용노동부, 소통의 부재 아쉬워”

고용노동부의 경우 소통의 부재에 아쉬움을 전하는 의견이 있었다. 하재찬 연대회의 상임이사는 “사회적기업 정책 전반이 통합적 시스템에 의한 자생적, 자율적 성장처럼 정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향으로 노력해 왔다"며 "하지만 2020년은 현장과 충분한 소통과 논의 없이 고용노동부가 강제적, 물리적으로 기관당 위탁사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현장에 관리감독의 메시지를 던지며 자생적 생태계 조성에 있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하 이사는 “또한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계획(2022년 종료)에 대한 중간평가가 진행되지 않았다. 진행됐다 하더라도 현장은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3차 기본계획에 대한 중간평가 등 정책 관련해 현장과 활발한 공유와 소통이 필요하며, 국회 등 내외부 문제제기와 요구 등에 대해 일관되고 적극적인 방향 대응을 통해 현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생적 생태계 조성은 관리감독이 아니라 협력관리인데,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보여준 현장 메시지는 관리감독에 머무르는 수준”이라면서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전반에 대한 정책을 통합적으로 육성하는 곳이다. 사회적기업의 업종, 분야가 종종 타 부처와도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이를 연계하고 육성 및 촉진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오후 2시 신길 아이쿱에서는 2021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사진=박초롱 기자
8일 오후 2시 신길 아이쿱에서는 2021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사진=박초롱 기자

“한국 사회적경제 발전 위해서는 행안부 역할 확대돼야”

행정안전부의 경우 ▲마을기업 육성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 ▲지역자산화 지원사업 등 4개 사업에 대해 모니터링했다.

행안부는 연대회의가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사회적경제 정책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지도와 참여경험이 타 부처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재정지원 규모는 크지만 선정 대상 수는 적은 사회적경제 기반조성 성격의 정책은 인지도와 참여경험이 낮게 나타났다. 정규호 한살림연합 대외협력실장은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 지역자산화 지원사업 등 해당 정책의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한 파급효과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규호 실장은 한국 사회적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행안부 역할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폭넓은 차원에서 모든 지자체 담당공무원이 어떤 인식을 갖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면서 “이를위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 강화가 중요하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커리큘럼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는 지자체 역할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자활기업 활성화 정책, 지속적인 지원 근거 돼야”

보건복지부의 경우 자활기업 정책, 사회서비스 정책을 담당하는 두 개의 부서로 나뉘어 운영중이다. 이번 모니터링은 자활기업 정책관련 내용을 주요 대상으로 진행됐다.

박기홍 한국자활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자활기업 활성화 대책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활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근거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또 “자활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체계적으로 운영되지만 대부분 창업 전에 집중된 경우가 많다. 청년 일자리가 영세한 기업에 연계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활기업은 영세한 경우가 많다 보니 현장 작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개발원 및 광역자활센터 내에 전담 지원부서 및 전담 지원인력을 배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권역별로 자활기업 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16개 부처 56개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사진=박초롱 기자
이날 토론회는 16개 부처 56개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사진=박초롱 기자

복지부·행안부 관계자 “모니터링 내용 반영해 정책 만들 것”

이번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에는 이희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 지역공동체과장과 김혜인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자립지원과장이 참여했다.

이희준 과장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전국적으로 소통협력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정책에 전국적인 그림을 잘 나타내지 못한 이유는 기재부와의 예산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을기업 육성과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은 사업을 시작한 기간이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았지만,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과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은 실질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공무원 교육의 경우 정부가 2019년 11월에 발표한 '지역공동체의 사회적경제 추진역량 제고방안'의 과제로 들어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지자체 인재개발원 측에는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모니터링에서 드러난 내용을 잘 반영해서 좀 더 발전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혜인 과장은 “자활기업은 기초 생활 보장이라는 틀 안에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지원 체계가 다른 사회적경제기업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자활기업의 창업과 성장 단계별 지원이라는 관점에서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자활기업 협회와 함께 계속 노력하면서 정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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