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패션(Vegan Fashion)을 선도하는 소셜벤처 ‘비건타이거’
‘내 고양이는 소중해’란 감정은 다른 고양이들이 내 고양이처럼 느껴지더니 ‘생명체라면 최소한 고통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로 점점 확대됐다.
그 무렵 구제역으로 생매장되는 가축들을 뉴스에서 봤다. 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는 고통받는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싶었다. 그는 패션업계에서 동물보호단체로 직장을 옮겼다.
3년여가 지났을 때 그는 패션디자이너로 생명존중의 가치를 퍼뜨리기로 마음먹었다. 소셜벤처 ‘비건타이거’의 탄생 일지다.
비건타이거는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 혁신파크에 둥지를 틀었다. 꽃샘추위로 봄이 무색했던 4월. 혁신파크 사무실에서 양윤아 대표를 만났다.
“육식 문화는 아주 오래된 문화로 근절시키기 어렵지만 패션은 아니에요. 대체품이 많고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도 많이 성장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불필요하게 죽는 동물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동물들이 잔인하게 사육되고 가죽이나 털을 채취 당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뭘 입어야 할까요?”
처음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도 난감했다고 한다. 봄여름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가을과 겨울 패션에는 동물소재가 1%라도 섞이지 않는 제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 대표 스스로 만들기로 했다.
“비건패션은 일반 동물성 제품에 비해 세탁이나 관리가 쉽습니다. 보온성도 뛰어나고요. 동물들을 잔인하게 희생시키지 않아도 세련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첨단공학에 힘입어 대안 원단이 등장하고 잔혹하게 희생되는 동물들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이른바 인조 모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죽고 난 뒤에는 경직이 와서 가죽이나 털을 채취하기 힘들데요. 품질도 떨어지고요. 그래서 전기 충격기 등으로 기절 시킨 뒤 채취를 하곤 합니다. 대체할 수 있는 원단이 있는데도 이런 동물들의 고통을 좌시하는 건 인류애를 벗어나는 일이에요.”
“인조 가죽, 인조 모피하면 짝퉁이라는 인식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가짜가 아니라 완전 새로운 소재입니다. 그 용어부터 바뀌었으면 해요. 자라(ZARA)에선 에코퍼(Eco Fur)라 하고 저는 비건퍼(Vegan fur)라고 부릅니다.”
양 대표는 2015년 11월 비건타이거를 론칭했다. 그의 패션은 영국의 유명 잡지 ‘Culture Trip’에 한국을 대표하는 비건패션 브랜드로 소개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판매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원단 시장에서 사람들이 울 이나 실크·모피·가죽을 많이 찾다 보니 그런 제품을 더 공들여 생산합니다. 맘에 쏙 드는 소재가 있어도 동물성 소재가 소량이라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원단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가방이나 신발이 아니라 의류에 집중하는 이유는 파급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피가 대중화되면서 매년 1억 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어요. 동물보호단체 자료에 따르면 한 벌의 모피코트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는 평균 동물의 수는 밍크의 경우 60마리, 족제비 125마리, 토끼 35마리, 너구리 30마리 등 광범위합니다.”
“라벨링이 없는 털옷 가운데는 개나 고양이털이 많습니다. 신발도 겉은 가죽이 아닐지라도 안창이 염소 가죽인 것이 많고요. 전 그것들을 잘 체크하고 삽니다. 요즘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앱도 많이 나와 있어요. 화장품의 경우 동물실험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앱 ‘ bunny free’라든지 여행지에서 비건 음식점을 찾아주는 ‘happy cow’ 같은 것이 좋은 예입니다. ”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기부합니다. 내가 멋지게 비건 생활을 유지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메시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해인 2016년에는 60개 부스에 1800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고 지난해 4회 때는 80개 부스에 무려 7000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
“저는 채식인으로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편견과 불편함이 없는 세상에 조금 다가가고 싶습니다. 비건이란 것이 특별히 윤리적이거나 대단한 사람들만이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임을 알려주고 싶어요.”
“ 동물보호와 생명존중, 환경보호처럼 나와 지구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딜 때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걸 느껴보는 유쾌한 시간이 될 겁니다.”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제공. 비건타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