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소상공인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자금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는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바탕으로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짚어보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매출이 떨어졌다는 거죠. 지난해 11월 대비 올해 1월에 전체 매장의 매출이 평균 60% 줄었어요.”

손재호 보리네 협동조합 이사장은 가맹점(조합원)들도 매출 하락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손님이 줄다보니 식재료 관리가 쉽지 않아 잠시 매장 운영을 멈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내고 있다는게 손재호 이사장의 설명이다.

육류를 유통하는 보리네 협동조합(이하 보리네)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앞장서서 가맹점이 조합원인 형태의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다. 전체 가맹점 20개 지점 중 12개 지점이 조합원이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기 전인 2017년부터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조합원들이 모인 총회. 보리네의 주요 사업 결정은 총회의 승인과 이사회의 감사를 거쳐 결정된다./출처=이로운넷DB, 보리네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모인 총회. 보리네의 주요 사업 결정은 총회의 승인과 이사회의 감사를 거쳐 결정된다./출처=이로운넷DB, 보리네 협동조합

협동조합 조합원(점주)들 사이에 정보공유로 매장 운영 도움

손 이사장은 “이 상황이 어이없고 황당하고 짜증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소통하면서, ‘이러다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고 정상화 되면 다시 매출이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방식의 프랜차이즈 운영은 코로나19 위기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매출 하락은 피해가지 못했지만 가맹점 점주(조합원)들 사이의 소통이 위기를 극복하는 키(Key)다. 손 이사장은 “점주들은 본부(본사)보다 다른 점주들과 대화하는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매장 운영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가장 큰 강점은 가맹점주들이 매장을 운영하며 현장을 경험했다는 것”이라며 “본부(본사)에서 파견하는 슈퍼바이저들은 매장 운영 등 현장경험이 없으니, 오히려 잘 되는 매장의 가맹점주들과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점주(조합원)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리네 협동조합은 신규오픈한 매장에 가까운 거리의 가맹점주를 멘토로 연결해주는 '보리네 마스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리네 마스터로 지정된 가맹점 점주가 인근에 위치한 지점을 방문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전달하며 지속가능한 매장 운영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손재호 보리네 협동조합 이사장./사진=보리네 협동조합
손재호 보리네 협동조합 이사장./사진=보리네 협동조합

“할 수 있을 때 변화해야 한다”

손재호 이사장은 “2017년 당시, 프랜차이즈가 더 이상 확장되지 않고 매출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는 매장도 생기면서 시장에서 확실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 재창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관련 공부를 진행한 끝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아무리 협동조합 모델 자체가 좋아도 최종적으로는 가맹점에 이익이 되어야 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손 이사장은 사업설명회, 워크숍, 공청회 등을 진행하며 계획을 충분히 설명하고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2017년 진행된 보리네 협동조합 전환 선포식 모습./출처=이로운넷DB, 보리네 협동조합
2017년 진행된 보리네 협동조합 전환 선포식 모습./출처=이로운넷DB, 보리네 협동조합

그는 “협동조합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본다. 일반주식회사 형태에서 가맹점주와 본사는 갑을 관계일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협동조합은 갑을 구조가 될 수 없다. 조합의 이사회, 총회 등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조합원(점주)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손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매출은 가맹점이 만드는 것이다. 가맹점에서 100%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가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그러려면 가맹점주가 주체로 들어오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물론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브랜드 자체가 비약적으로 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리네 내부에서 프랜차이즈를 이끌어 가는 주체들의 생각과 정체성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는 “기존 프랜차이즈 사업구조는 가맹점 매출이 늘어도 별다른 이익이 없기 때문에 (점주들이) 브랜드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통해 만든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사업을 하면 각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게 되고, 서로가 잘 되길 바라면서 본부와 가맹점이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할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리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보리네 생고깃간 매장./사진=보리네 협동조합
보리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보리네 생고깃간 매장./사진=보리네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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