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MYSC는 사회혁신 컨설팅과 액셀러레이팅, 임팩트투자 전문 기업이다. ‘사회혁신’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11년 설립돼 현재 직원 40명을 보유하고 있다.

MYSC(Merry Year Social Company) 사명에 언급된 ‘희년’(Merry Year)이란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고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의미한다. 이름만 보면 착한 일 하는 비영리법인 같지만, 임팩트투자로 연간 8%의 기준수익률을 기록하는 영리회사다. 2019년까지 MYSC가 쌓은 누적 매출액은 100억원이다. 2020년 말 기준 최근 3년간 엑셀러레이팅 사업 규모는 150억원, 투자자산은 총합 84억원이다.

지난달 29일, MYSC가 입주한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김정태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 올해 매출 목표를 물었다. 그는 “직원 개개인 차원에서는 계획이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매출 등 거시적인 연간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답했다.

“좀 특이하죠? 저희는 결재라인도 없어요. 직원이 40명 정도 되면 대표가 결재 때문에 피로한데, MYSC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김정태 대표는 역사학과 졸업 후 2007년부터 UN에서 5년간 일했고, 이후 영국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을 공부했다. 이후 MYSC에 자문위원으로 합류해 일하다 대표이사가 됐다./출처=MYSC
김정태 대표는 역사학과 졸업 후 2007년부터 UN에서 5년간 일했고, 이후 영국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을 공부했다. 이후 MYSC에 자문위원으로 합류해 일하다 대표이사가 됐다./출처=MYSC

“MYSC 기업 문화는 ‘사내기업가,’ 혁신은 내 조직부터”

매출 목표가 없는 회사라니. 그게 말이 되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연간 계획을 미리 공표하는 대신 지난해 무슨 일을 했는지 정리한다”고 말했다. 개개인이 자기 속도에 맞게 잠재력을 증명하도록 만드는 게 원칙이다. MYSC가 추구하는 사내 혁신의 일부분이다.

김 대표는 “말로만 소셜 임팩트, 사회혁신을 외칠 게 아니라 내가 몸담은 조직에서부터 실현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MYSC는 스스로를 ‘사내기업가(Intrapreneur) 조직’이라 부른다. 구성원 각자가 부품이 아닌 기업가처럼 일하며, 그만큼 의사결정의 폭도 넓다. 홍보팀도, 영업팀도 없다. “우리가 사회혁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신뢰를 받으면 찾아오게 돼 있다”라는 게 김 대표의 신념이자 지금까지 일해 온 방식이다.

MYSC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 공공섹터 37곳과 현대자동차, 하나금융그룹 등 민간기업 18개사의 혁신 컨설팅을 담당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거나, 기업 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도안하는 일이다. 그는 고객사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비결로 ‘엑스트라마일(extra mile)’ 전략을 꼽았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 줄 때 그가 기대하지 않았던 수준까지 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같은 개념이다. 고객사와 맺은 계약에 없더라도 사회혁신에 이바지하는 내용이라면 나선다. 신뢰를 먼저 제공하는 거다. 자칫하면 손해 보는 건 아닐까. 김 대표는 “사회적경제나 사회혁신 영역은 돈의 힘만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엑스트라마일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형태의 무형 자산이 돼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파트너로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MYSC는 이러한 원칙을 브랜드로 만들었다. ‘엑스트라마일 액셀러레이션(Extra-Mile Accelecration, EMA)’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갖춘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엑스트라마일 임팩트 개인투자조합’ 1·2호(각 10억원)를 2019년, 2020년에 결성했다.

비콥 인증부터 AVPN 한국대표부까지...각종 사회 책임 활동 선도

지난 2019년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발표 중인 김정태 대표.
지난 2019년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발표 중인 김정태 대표.

MYSC는 돈을 벌기 위한 사업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여러 운동에 참여하고, 직접 그 운동을 국내로 들여오는 허브 역할도 한다. 2016년 ‘비콥(B-Corp)’ 기업으로 인증됐다. 비콥은 베네피트 기업(Benefit Coporation)을 줄인 말로, 이윤 창출과 사회적 책임 모두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을 인증하는 국제 운동이다. MYSC는 인증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 비콥 홍보대사, 비콥 한국위원회의 준비 사무국 등을 맡는 등 한국에서의 비콥 운동을 확산하는 구심점이 됐다. 포용적 조직문화, 유연한 근로환경, 공정한 채용·승진 정책 등의 노력을 인정받아 3년 연속 약 4000개의 비콥 기업 중 '구성원을 위한 세계 최고의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2019년부터는 비영리단체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에 가입해 매출 1% 상당액을 환경 관련 분야에 기여한다. UN 여성기구의 ‘여성역량 강화 원칙(The Women’s Empowerment Principles)’에도 가입했다. 아시아 벤처 자선 네트워크 모임 ‘AVPN(Asian Venture Philanthropy Network)’ 한국대표부도 맡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액셀러레이터로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산업디자인전문회사로도 등록돼있지만, 어느 것도 MYSC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생산하는 재화 종류에 따라 나뉘던 산업군을 벗어나, ‘혁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든 기관의 파트너로서 일하는 게 목표다.

“10년 전에는 외로웠어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초반에는 월급도 못 받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점점 사회혁신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저희도 커지네요. MYSC의 저력 중 하나가 조급하지 않다는 거예요. 앞으로도 채용을 늘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나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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