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채종원

# 우리나라에는 관리자 외에 누구도 못 들어가는 과수원이 있다.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산림청이 관리하는 과수원 ‘채종원’이다. 채종원은 1968년 충주에서 처음 조성된 이후 현재까지 춘천, 강릉, 안면, 수원, 제주에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우수한 형질의 나무만 자란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나무(수형목)를 선발해 접수(나뭇가지)를 채취하고 접목·삽목과 같은 무성번식 방법으로 묘목을 생산한 뒤, 조금 자란 어린묘목을 모아 과수원을 조성한 것이다. 이렇게 과수원을 조성해서 열매를 따기까지는 20년이 걸린다. 채종원은 국가의 중요 산림 사업지이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했다.

통제됐던 채종원이 처음 개방된다. 40년만이다. 더 효율적으로 가꾸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산림청은 충청남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4월 중순부터 지역주민 대상으로 '안면채종원'을 시험 개방한다. 이전에는 채종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힘만 사용했다면, 이제부터는 주민들의 힘을 합치는 셈이다.

채종원이 국가 자산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마을 주민이 드나들었다. 일반인 출입 제한에 대한 반발이 있던 이유다.  또한 채종원은 햇빛이 잘 들어 다른 산림보다 풀, 산채류가 더 많이 나지만 출입제한에 따라 채취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관리자 눈을 피해 산채류를 불법 채취했다.

불법 행위를 막기에는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성기 안면지소 연구관은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며 산채류를 뜯어가고 환경을 더럽히는 외부인들이 많은데, 주민들이 직접 주인의식을 가지고 채종원을 지키면서 이들을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면채종원 개방은 지역 소득·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 주민들이 채종원을 직접 관리하고 산림종자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채류를 채취·유통할 수 있게 된다.

산림청은 45개의 비표를 만들어 마을 주민 45명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고유번호가 적힌 조끼가 비표 역할을 하며, 이 조끼를 입은 주민들은 ‘채종원 거버넌스사업단’이 된다. 이들은 언제든 산에 들어가서 임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자유롭게 캐는 대신 양(kg)을 보고해야 한다. 산림청은 이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서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구상한다.

 

 

김종연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소중문 중장1리 이장(왼쪽에서 두번째)에게 채종원 거버넌스사업단 비표(조끼)를 전달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안면 채종원에서는 질 좋은 고사리가 많이 나지만 지금까지는 이를 유통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었다”며 “개방 후에는 공식적으로 안면 채종원 고사리라고 라벨링해서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과 충남은 더 나아가 안면 채종원을 활용한 사회적 기업이 올해 11월까지 설립되도록 지원하려 한다. 이번 달 내에 ‘다울사회적협동조합’과 위탁용역 계약을 맺고 어떤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할 계획이다.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은 서로 다른 유형의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이 연구관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지만 채종원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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