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뜬 별들은 여전히 눈부시고

그곳에 핀 유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별들과 꽃들은 모두 칼날을 물고 잠들어 있다.

- 이산하 ‘서시’ 中 (한라산)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추모를 위한 기념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 사회적경제기업들 다양한 방식으로 4.3 알리기 나서

제주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4.3 기념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사회적기업 ‘(유)섬이다’가 진행하는 ‘동백꽃 에디션’ 캠페인

청년들이 나서 로컬푸드와 지역문화를 결합한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유)섬이다’는 제주 4.3 70주년을 맞이해 4.3이 주는 평화의 가치에 동참하자는 뜻을 담아 ‘동백꽃 에디션’ 캠페인에 나섰다. 동백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4·3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이다.

‘동백꽃 에디션’ 캠페인은 지난달 12일부터 (유)섬이다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인 ‘닐모리동동’과 유기농 우유카페 ‘우유부단’ 매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두 매장에서 동백꽃 마크가 표시된 메뉴를 주문할 경우 주문 당 1천원의 기부금이 적립되는 형태다. 이 기부금은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통해 4.3 유족 복지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캠페인은 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여행기획자협동조합 위드’는 전국 청년들과 함께하는 제주 4.3 평화 배움 캠프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한다.전혜민 위드 부대표는 “유적지 탐방 등을 통해 제주 4.3의 올바른 이해와 평화의 섬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전국 청년들과의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 마련한 캠프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4.3을 기리는 캠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정여행 전문 사회적기업인 ‘제주생태관광’도 역사 해설 프로그램과 함께 4.3 역사 투어를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4.3 7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의 언론인들을 초청해 ‘4.3 언론인 스터디 투어’를 주관하기도 했다.
 

공정여행 전문 사회적기업인 ‘제주생태관광’이 진행한 ‘4.3 언론인 스터디 투어’

한편, 지난해 3월 민간 차원의 협의체로 구성된 '4·3 70주년 기념사업회'에도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비롯해, 제주청년협동조합, 제주차롱 사회적협동조합, 여행기획자협동조합 위드, 예비사회적기업 꿈틀, 사회적협동조합 이어도지역자활센터 등이 참여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기념사업회는 추모·위령사업을 비롯해 다크투어 프로그램 개발 및 4·3평화기행 등 31개 사업을 중점 추진한다.

사진 치유 프로젝트, 크라우드펀딩 등도 진행

제주 외 지역에서도 4.3을 기리기 위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인 ‘사진치유공간 공감아이’는 군부 독재 시절 조작간첩 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사진 치유 프로젝트'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제주 4.3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임종진 공감아이 대표는 “4월경 직접 제주를 방문해 4.3 관련 단체들과 함께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4.3 피해자들이 사진을 통해 과거 상처를 직접 대면하고 따뜻한 치유공동체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 치유 프로젝트’는 국가 폭력이나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정신적 내상을 입은 사회적 약자들이 사진을 찍고 자신의 내면을 살핌으로써 자아 존중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공감아이가 진행하는 대표 사업이다.

임 대표는 지난 연말 열두 명의 사진가들과 함께 제주 4.3 평화재단이 주관한 ‘4.3-70주년 사진전: 소리 없는 기억’에 참여하기도 했다.
 

청년협동조합 몽땅이 진행하는 크라우드펀딩 ‘4·3사건 메모리얼 프로젝트'

‘청년협동조합 몽땅’은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23일부터 '텀블벅'에서 특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4·3사건 메모리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4.3 당시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주민 학살 지역의 지형인 ‘너븐숭이’를 모티브로 제작한 ‘너븐숭이 애기무덤 배지’와 동백꽃 자수 양말을 판매한다. 1만 원에서 5만 원까지 펀딩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제작한 4.3 지도와 소책자도 함께 제공한다.

오준석 청년협동조합 몽땅 대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알리는 첫 사업으로 올해 70주년을 맞은 4.3을 준비했다"며 “펀딩 수익의 일부를 너븐숭이 4.3 기념관에 무료 배포할 리플릿 및 기념품 제작에 쓸 수 있도록 기부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펀딩은 7일까지 진행되며, 4월 3일 현재 219명이 참여해 목표 금액의 283%를 달성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청년협동조합 몽땅, 제주생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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