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앞으로 어떤 가치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행사에서 던진 화두다. 어떤 것도 예측하거나 장담할 수 없는 팬데믹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핵심 키워드인 ‘연결(Connect)’을 중심으로 내세우고, 생태학·심리학· 범죄학·도시공학·인공지능·과학철학 등 분야별 석학들의 강연과 토론을 통해 탐색했다.  

4일 열린 ‘제1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 지식포럼’은 현재의 사회 이슈를 탐구하고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기획했다. 권오규 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 시대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현대차정몽구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4일 열린 ‘제1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 지식포럼’은 현재의 사회 이슈를 탐구하고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기획했다. 권오규 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 시대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현대차정몽구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4일 온라인을 통해 열린 ‘제1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 지식포럼’은 재단이 기획한 첫 번째 대중 포럼이다. 국내외 석학들의 강연을 통해 현재의 사회 이슈를 탐구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자 마련됐다. 포럼은 2800여 명이 사전 신청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웨비나(Webinar) 형식으로 생중계해 2000명에 육박한 시청자들이 참여했다.

권오규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미래 지식포럼이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 같은 포럼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장을 마련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연결하고 지식을 교류하는 플랫폼의 역할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미래세대 리더를 육성하는데 집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1부 기조 강연에서는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지구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뒤 인류는 전체 동물 가운데 1% 미만을 차지할 만큼, 그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농경이 시작된 약 1만년 전부터 인류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체 동물 중량의 98~99%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1% 미만이었던 인간이 지구를 점령해 이제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이 1% 남짓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사회는 바이러스에게 ‘블루오션’이 된다. 야생동물 몸에 붙어살던 바이러스가 숲이 죽고 동물이 줄면서 이들의 몸에서 빠져나와 수많은 인간들에게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부터 조류 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 최근 문제를 일으킨 바이러스는 여지없이 야생동물에서 인간 또는 인간이 기르는 가축에게 옮겨간 것들이다.

최재천 교수는 "벌과 꽃처럼 자연과 인간은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타협하고 협력하는 힘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현대차정몽구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최재천 교수는 "벌과 꽃처럼 자연과 인간은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타협하고 협력하는 힘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현대차정몽구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문제는 앞으로도 새 바이러스가 출현해 확산하고, 그 주기가 더 짧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교수는 “실험실에서 개발한 ‘화학 백신’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번에 세계인이 학습한 손 씻기나 마스크 쓰기 등 ‘행동 백신’에 더해 자연을 존중하는 새로운 문화인 ‘생태 백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있무분별하게 건드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한다면, 자연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올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진심이 드러나는 시대가 온다’를 주제로 우리가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기회로 삼자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그것이 옳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본질주의적 오류’에서 벗어나 과잉된 연결을 줄이고 부족했던 연결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에 대해 “뉴스에서 나오는 범죄에 실제 범죄 사이에 괴리가 생겨 범죄자에 대한 ‘타자화’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예방 가능한 범죄를 막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신고 등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석 교수는 "빨리, 한꺼번에, 성장 중심의 '개발'에서 차근차근, 천천히, 오래 이어가는 '재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현대차정몽구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정석 교수는 "빨리, 한꺼번에, 성장 중심의 '개발'에서 차근차근, 천천히, 오래 이어가는 '재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현대차정몽구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진 2부에서는 △정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잉여와 결핍의 연결’을 주제로 수도권에 과도하게 인구가 밀집된 현 국토의 불균형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국토를 단지 땅이나 물건이 아닌, 서로 연결된 생명체로 봐야 한다”며 “개발에서 재생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사람과 권한을 지방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에서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많은 정보를 분석하는 일을 잘하지만,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선 어려움을 겪는다”며 “인간은 타인과 사회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지녔기에 사람 특유의 감정은 AI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장대익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에서 “인간이 세계를 지배한 종이 된 건 뛰어난 생태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 덕분”이라며 “감정이입, 역지사지 등으로 대표되는 공감은 문명을 굴러가게 하는 핵심 엔진이다. 특히 혐오가 만연화한 팬데믹 시대에서 혐오를 이기는 힘은 공감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정몽구재단은 2007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됐다. 사회공헌 철학을 기반으로 미래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인재 사업,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문화예술 사업, 우리 사회 소외된 계층을 보듬는 사회복지 사업 등을 펼쳐왔다. 이번 행사는 영상으로 제작돼 포럼 종료 이후 재단 유튜브 및 네이버TV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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