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후위기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의료, 경제, 산업 등 사회 전체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해소 등의 내용을 담은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경제발전과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측면에서 사회적경제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이로운넷>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환경을 위해 필요한 시민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때 환경을 덜 파괴 하는 방식을 고민해야죠. 돈을 쓰는 방법. 거기에 집중하면 돼요.”

지난 1월 마포구 상수동에서 방송인 타일러 라쉬를 만났다. 그는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 중 가장 쉬운 방법으로 ‘환경 관련 인증 찾기’를 소개했다. “다회용기 사용, 사용하지 않는 불 끄기 등 처럼 단순한 방식 보다 환경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예를들어 편의점에서 음료 하나를 구매할 때도, 환경을 고려한 제품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 당신의 선택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일러는 2016년부터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환경을 주제로 한 에세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간했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사진=진재성 기자
방송인 타일러 라쉬./사진=진재성 기자

Q.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근본적인 이유는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예요. 저는 잘살고 싶고, 손해 보기 싫거든요. 기후위기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서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알아야 어떻게 대비하고 움직일 것인지를 대비하고, 나중에 피해를 안보기 때문이죠.

모두 잘 살고 싶어 하잖아요. 친구와 잘 지내고, 일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잘 살기 위해서죠. 하지만 기후위기를 알고있지 않으면 그동안 이뤄낸 것들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Q. 의외네요. ‘나’보다 ‘모두’를 위해 환경에 관심을 가졌을 것 이라고 예상했거든요.

▶이기적이면서도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타적으로만 접근 했을 때 풀리지 않는 문제 중 하나가 환경문제에요. 공유지의 비극(공유자원의 이용을 개인에게 맡길 경우 서로 이익을 극대화 해 자원이 남용·고갈되는 현상)이라고 하죠. 모두 공유한 땅에 주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 땅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자가 결정되지 않는 것처럼, 환경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자가 없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제가 무조건 무엇인가를 해야 해요.

Q. 평소에 환경문제를 언급할 때 ‘환경보호’보다는 ‘기후위기’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위기’라는 단어를 쓰고 싶거든요. 환경문제가 더이상 ‘보호’만으로 안되는 단계에 왔어요. 그동안 너무 많이 파괴됐기 때문이죠. 지금 상태로는 지구가 인류의 문명과 인간을 지탱해 줄 수 없어요. 이미 많이 파괴된 상황에서 무엇을 보호하려는지 잘 모르겠어요. 남아있는 덜 파괴된 지역과 부분이 있으니, 그것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좋죠. 하지만 전 지구적인 규모로 보면, 보호는 말이 안돼요.

인간에 대입하면 병에 걸려서 온몸에 병균이 침투한 상황인데, 팔만 괜찮다고 팔만 보호할 수는 없잖아요. 완전히 치료해야죠. 그래서 ‘위기’인 거예요.

Q. 그동안 경험했던 일 중 ‘환경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느낀 사례가 있나요?

▶생물 다양성이 생태계의 건강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거꾸로 말하면 생명 다양성이나 개체 수가 줄면, 지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예를들어 척추동물 10마리 중 7마리가 사라졌다고 해요. 사라진 동물들은 자연에서 살아나갈 수 없는 거죠.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또 빙하처럼 바다와 관련된 것도 충격적인 일 중 하나에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 관련된 지구적 위험 평가 및 국제적 대책 마련을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립한 국제 협의체)에서 나온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재 상태라고 해요. 빠른 속도로 지금 빙하가 녹고 있대요. 2050년까지 해수면이 60cm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이런 예상조차 굉장히 낮은 수치이고, 아마 그것보다 더 많이 오를 수도 있을 거예요. 연해 지역이 수해, 물로 인한 피해가 굉장히 심하겠죠. 그런 세상을 생각하면 무서워요.

타일러는 지난해 환경 관련 에세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간했다./사진=진재성 기자
타일러는 지난해 환경 관련 에세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간했다./사진=진재성 기자

Q. 요즘에는 비즈니스로 환경문제를 풀어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들도 마찬가지고요. 기업들의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모든 기업이 사회적 목적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 동기부여, 비즈니스 관련 인프라. 아니면 반대로 불이익을 주는 세무정책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에서는 사회적기업이 유행하다가 인프라가 성숙해 졌어요. 비코퍼레이션 인증(비콥 인증)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환경적 성과를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거죠. 세계적인 기업 유니레버의 경우 10년 넘게 전략적으로 비콥 인증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업윤리, 환경 등 근본적인 것도 포함되는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 생각할 수 있죠.

월가에서도 S&P500(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Standard&Poor)사가 작성한 주가지수)식의 분석 보다는 앞으로 환경 관련 평가를 녹여낼 필요가 있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고요.

이렇게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에 모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판을 바꿔야 해요. 남에게 피해를 덜 입히는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게 타당하게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흔히 ‘좋은 일을 하면 손해본다’라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일을 좋은(긍정적인) 방식으로 해야 돈이 잘 벌린다’라고 생각해야 해요. 예를들어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해 화장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소비자들이 동물성 재료가 (환경에)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구매하지 않으면 기업에서는 더 이상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소비자들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해요.

타일러는 지난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간했다.
타일러는 지난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간했다./이미지=알에이치코리아

Q. 지난해 출간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세요.

▶방송활동을 하면서 책 출간에 대한 제안이 많이 왔었어요. 제안에 응할 생각도 있었지만 저는 최대한 친환경적인 방식을 원했어요. 하지만 많은 곳에서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러던 중 한 출판사에서 재생지로 인쇄를 할 수 있다고 연락이 왔고, 만났어요. 잉크와 종이를 샘플로 들고 오셨는데, 이분들과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책 자체도 FSC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와, 가능한 잉크의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제작했어요.

제가 어릴 때는 미국 버몬트주에 살았는데, 사람이 적고, 산림이 울창한 곳이에요. 자연이 풍부한 곳이죠.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어릴 때 느꼈던 것들과 요즘 생각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녹여져 있어요.

책은 환경문제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보기에 좋은 입문서가 될 거예요. 책을 읽은 분들이 환경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2020년은 누구에게나 충격적인 한해였어요. 코로나19도 그렇고 기후위기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이전의 세상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고,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더 충격적인 사건을 가져다주겠죠. 그래서 저는 변화가 많고, 충격적인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 대비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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