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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의 개소식 모습

잘나가던 극작가, 여배우, 무용 감독이 15년 넘게 누비던 무대를 떠나 엄마의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5년. 중심에서 떠난 그녀들은 가장자리에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부활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연습할 장소를 찾던 동아리에서 어엿하게 연습실을 갖춘 협동조합 ‘아이야’로 자리 잡았고, 강동구를 대표하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예술가였던 동시에 경력 단절 여성이자 아이의 어머니였던 그들이 씨를 뿌린 문화 공동체는 여러 열매를 맺는 힘이 됐다. 연극의 불모지였던 마을에 공연을 선사했고, 극단과 관련된 다양한 마을 공동체가 등장하게 했다. 단순하게 그녀들의 모임에 힘을 얻어서 만들어진 공동체가 있을 정도다. 아이들을 키워나가며 문화를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과 공연에 대한 열정이 하나가 돼 만들었던 모임이 마을과 함께 성장하게 된 것이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정가람 대표를 만나 갓난아이들을 데리고 시작했던 동호회에서 아이들을 유치원을 보낸 후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아이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엄마가 되면서 포기해야 했던 공연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취미 동아리처럼 시작했어요. 처음엔 수익을 내려는 욕심도 없이, 그저 공연하고 싶어서 모인 거죠. 강동구에서 사는 엄마들의 모임이 마을공동체가 된 후에 ‘지역 극단들처럼 강동구를 대표하는 극단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협동조합 형식의 극단을 만들었죠.

아이야는 마을에서 나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예술 들판을 만들어나가는 집단이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엄마’들에게 ‘여배우’의 삶을 돌려줌과 동시에 창작가들의 안전망이 됐다. 지리적, 금전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문화를 선물하기도 하고, 배우들에게 공연장을 선사한다. 정 대표는 “궁극적으로 아이야는 주민들 스스로가 문화를 만들고,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삶을 예술로, 마을을 문화로’가 저희 모토입니다.”

Q. 마을공동체를 거쳐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협동조합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는데요.

A. 2013년도에 마을공동체로 시작한 후에 작년에 협동조합이 됐습니다. 5년의 경험이 가장 큰 힘이죠.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고, 시장을 조사할 수 있었던 거죠. 다양한 시도와 실험도 할 수 있었어요. 극단 레퍼토리를 만들고 매출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었죠. 육아 부담을 가진 주부들도 공동 육아가 아닌, 취미와 관련된 모임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고요. 5년 동안 조직을 꾸리고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가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겪었으니, 처음 시작한 다른 협동조합들과 비교해서 준비 기간이 있었다고 봐야겠네요.

Q.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발기인 5명을 모으고 필요한 서류를 채워 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니더라고요. 구성원이 15년 이상의 경력자라는 점은 장점이지만, 5명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는 데 5년이 걸린 셈이니까요. 개인 창업이 더 쉬울 수 있죠. 하지만, 젊은이들에겐 협동조합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협동조합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연극계에 남아있는 수익 구조의 불균형과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는데, 모두가 대표로 존재하는 협동조합에서는 그럴 일이 없거든요. 인턴이라는 이유로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지 않아도 되고요. 청년들이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간다면 좋지 않겠어요?

Q. 아이야의 활약상을 소개해주시죠.A. 2013년, 아이야의 첫 공연은 ‘햇님달님’ 이었어요. 성인극을 하고 싶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연습하려니 힘들어서 가족극을 선택했죠. 2017년에는 수궁가를 바탕으로 ‘똥꼬가 셋’이라는 창작극을 만들었어요. 이 연극은 관객에 맞춰서, 배우에 따라서 그때그때 모습이 바뀝니다. 노인의 날을 기념해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공연했을 때는 막걸리를 한 잔씩 돌리고 시작하기도 했죠. 우리는 연극도 만들고 수업도 해요. 단순한 극단을 넘어서 기획사 역할도 하는 셈이죠.
 

아이야의 창작극 '똥꼬가 셋' 공연 모습

그는 극단의 일을 “문화 이모작”이라고 정의했다. 여전히 연극은 서울 중심부까지 가야 접할 수 있는 문화다. “엄마가 되고 보니까 애들 데리고 대학로까지 간다는 건 큰 모험이더라고요.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공연을 하자’라는 생각했죠.” 문화를 동네로 옮긴 그들은 풍성한 수확을 기대한다.

Q. 미래의 아이야는 어떤 모습일까요.

A. 마을 기업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야가 자리한 이 공간을 생활 문화의 근거지로 만드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마을을 문화로 가득 차게 하자는 거죠. 아이야의 지역 지부도 생각 중입니다. 아이야는 관람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배우에게) 공연 기회도 줍니다. 지역 주민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고, 관객과 배우 모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질 거로 생각합니다. 규모가 커지면 일 년에 한 번씩 모여서 큰 공연도 할 생각이고요.

지금 수준에서 장르에 상관없이 쇼 케이스 형식의 ‘월간 아이야’를 꿈꾼다는 정 대표는 “안 되더라도 우리끼리 즐거우면 그만”이라며 웃는다. 애초 그들의 목표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 사랑방”이었음을 그는 재차 강조한다.

 

글. 김성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kary0330@gmail.com

라현윤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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