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는 국내에서 특별법 상 설립근거가 있는 공제와 민법 32조에 근거한 공제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상이 한정적이거나, 소비자(시민)가 주도하는 공제사업은 많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은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아 아직 공제사업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생협 공제 사업이 도입돼야 하는 이유와 해외에서 생협 공제 사업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소개한다.

“생협 공제사업이 공적보험·민간보험을 대체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호혜에 기반한 공제가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조합원들의 더 나은 경제적 보장을 함께 만들 수 있을거고요.”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에게 생협에서 공제사업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묻자 “공제사업은 상호 부조와 협력을 통해 구성원들의 복리를 증진한다는 협동조합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에 닥칠 위험을 상호 협동하는 방식의 공제를 통해 서로 보장해 주는 체제를 만드는게 생협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라면서 “조합원들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협동조합 방식으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상호부조와 비영리에 기반한 공제를 통해 실현해 보자는 취지에서 진행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협 공제사업은 적정한 부담, 간소한 절차를 통해 사전·사후에 보장해 사전적인 예방을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2010년 생협법이 전면 개정되고, 생협 공제사업이 허용 됐음에도 현재까지 생협 공제사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로운넷>은 김대훈 센터장을 만나 생협 공제사업의 필요성과, 시행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김대훈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장과의 일문 일답.

김대훈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
김대훈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

Q. 생협 공제사업은 조합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는 소액의 공제료를 내고, 자신이나 가족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났을 때, 사망했을 때 위로금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금 더 발전하면 암, 사망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 생겼을 때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합원이 함께 만든 공제료를 기반으로 적절한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는 조합원 전체를 위한 복지사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기존 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내고, 큰 병에 걸리거나, 사망했을 때 보장한다. 위험에 대해 대비는 되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데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협 공제사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공동의 재원으로 “아프면 보장해 준다”가 아니라 “아프지 않게 함께 건강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해 주겠다”는 콘셉트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평소에 조합원들의 공동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사전에 건강을 관리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생협 공제사업의 장점이자 방향성이다.

생협은 좋은 먹거리를 공동구매해서 자신과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데서 출발했다. 이후 친환경 농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공제도 마찬가지다. 처음의 취지가 “나쁜 것을 피하자”는 목적이 아니라 “좋은 것을 나누면서 더 건강히 살자”는 목적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기존 보험상품의 경우 불안정 노동자, 비전문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정말 필요한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 위험이 높지만, 부담능력은 적기 때문에 잘 받아주지 않는다. 생협 공제는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경제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Q. 생협법 개정과 생협 공제사업은 어떤 관계가 있나.

▶생협법은 2010년에 개정돼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생협법 개정에는 공제와 관련된 부분은 이슈로 삼지 않고 있다. 이미 도입됐고,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생협에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Q. 최근 생협 공제에 대해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분위기는 어떤가.

▶공제는 외형상 보험과 비슷하다. 이 말은 다수의 사람이 가입하고, 약속한 보장 사유가 생겼을 때 공제를 통해 조성한 재원을 기반으로 보장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이것이 잘 작동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 또한 다수의 조합원이 공제에 가입 했을 때 운영과 상품 설계가 잘 되지 않아,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현행법에 근거해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생협)가 생협 공제 관리 감독에 대한 사항을 생협이 하려는 공제의 수준, 성격 등에 기초한 내용으로 적절한 감독 수준은 어느정도 돼야 할지 공정위에 제안하기로 했다. 공정위 역시 그 제안을 받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했다.

Q. 생협 조합원들도 공제사업에 대한 욕구가 있는가.

▶현재 활동가들, 조합 임직원, 임원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공제는 운영하고 있다. 약 3천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생협 공제사업을 한다고 해도 이미 일반 보험상품을 가입한 조합원들은 낯설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조합원이 생협 공제사업에 함께 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적은 수의 조합원들이 참여하겠지만, 이용 경험이 쌓이고, 경험한 내용이 공유 되면서 확산되지 않을까 한다.

생협은 그야말로 풀뿌리에서부터 시민, 조합원, 주민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고 이용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왔다. 공제도 마찬가지다. 여러 과정을 거치며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행착오는 ‘사고’의 의미가 아니라 계속해서 보완, 발전하는 과정을 말한다.

김대훈 센터장은  “미래에 닥칠 위험을 상호 협동하는 방식의 공제를 통해 서로 보장해 주는 체제를 만드는게 생협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김대훈 센터장은 “미래에 닥칠 위험을 상호 협동하는 방식의 공제를 통해 서로 보장해 주는 체제를 만드는게 생협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Q. 생협 공제사업이 시행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행정의 인식이 바뀌어서 생협 공제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선회 된다고 하면 그 이후부터는 우리의 과제다.

조합원들의 일상 생활을 놓고 봤을 때 조합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제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조합원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과제다. 조합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상품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조합원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공제상품을 설계하고, 실제로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Q. 앞으로 생협 공제사업이 시행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인가.

▶공정위와 계속 이야기 하면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을 빨리 마련 하는것이 당장 해야할 일이다.

현재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제를 발전 시키고, 좀 더 정교하게 설계해서 조합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제상품으로 개발, 발전 시키는 것도 우리가 해야할 일 중 하나다.

또 조합원들에게는 공제가 뭔지, 공제를 했을 때 조합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서로 돕고 살기 위해 공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일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공제가 시민들이 함께 돕고 서로 지지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배우게 하고, 사업을 실제로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으로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