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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한 번쯤은 ‘레고’를 갖고 놀았을 것이다. 상담도 레고 장난감처럼 가볍고 재미있는 놀이가 되길 꿈꾸는 협동조합이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마인드블럭협동조합(이하 마인드블럭). 높기만 한 ‘심리 상담의 문턱’을 깨자는 취지다.

이지연 마인드블럭 이사장은 “사람들이 상담을 거창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차 한 잔 마시면서 자신의 인생을 재정비하고 방향성을 찾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심리상담이 좀 더 확산하길 바랐다. 이진영 마인드블럭 이사는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 스펙 같은 이야기는 쉽게 하지만 인생의 불안, 외로움, 혼란과 같은 내적 이야기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며 심리 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인드블럭의 상담프로그램 안내 팜플렛

- 아동부터 성인·예비부부·가족, 선택하고 경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마인드블럭의 구성원 8명은 아동·청소년, 성인, 집단상담 등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다년간 임상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들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프로그램부터 성인 개인, 예비부부, 집단 상담까지 여러 계층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담자들은 ‘티(tea)타임 상담’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 나누듯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기존 병원이나 사설상담소에 비해 원하는 평가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율성도 가진다.

Q. 상담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A. (이진영 이사)우리는 모두 한 직장(모 신경소아정신과)에서 만난 동료들이다. 상담소는 심각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방문하는 특별한 곳이고, 비용도 부담된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동료들과 ‘심각한 문제를 가지지 않더라도 한 번쯤 와서 자신을 탐색하거나 인생의 문제를 가볍게 이야기하면서 넘어가는 상담은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취지에 공감하는 동료들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다들 일을 하느라 바쁘지만, 설립 이전부터 지금까지 매주 만나면서 협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왔다.

Q. ‘마인드블럭’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A. (이 이사) 두 가지다. 하나는 상담도 장난감처럼 가볍고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레고 블럭은 다가가기 쉬운 장난감이라 지금까지도 많은 아이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또 다른 하나는 내담자 중심의 상담을 하고 싶다는 목표다. 기존 상담은 상담자가 진단과 평가 정보를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내담자가 아래에 있는 듯한 구조가 된다.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블럭을 필요에 맞게 골라 조립하는 레고 블록처럼 내담자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상담자가 조직적으로 제공해주는 상담을 하고 싶다.

Q. 기존 병원, 사설 상담소와 마인드블럭협동조합의 차별점은.

A. (이지연 이사장) 우리는 ‘문턱이 낮은 상담소’를 지향한다. 진단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고민 상담하듯이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내담자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사설 상담소보다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담자가 흥미를 갖는 평가 프로그램을 직접 선택하는 점도 다르다. 기존 상담은 진단을 받은 후 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말하거나 선택하는데 제한이 있다.

Q.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A. (이 이사장) 마인드블럭협동조합을 널리 알리는 게 제일 어렵다. 지금까지는 병원에 고용된 상담사여서 홍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제는 직접 홍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국가나 지역구, 학교 등 공공기관과 활발한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상담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경험을 통해 전파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제품의 경우 사용해보면 장단점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상담은 시간과 노력이 더 든다. 문턱이 낮다는 점도 사람들이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상담을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

Q.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A. (이 이사) 내담자들이 가져온 문제를 함께 잘 해결해나갔을 때다. 내담자들로부터 삶이 달라지고, 성장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상담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큰 책임감도 느낀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얻는 보람도 크다.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같은 발언권을 가지고 함께 책임을 지기 때문에 두려움이 덜하고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A. (이 이사장) 협동조합의 기저에는 공동체 주의가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역, 마을의 공동체들과 협업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이전에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했었다면, 이제는 지역 주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문턱이 낮은 상담’을 실현하고 싶다. 지역 주민들이 쉽게 와서 육아상담을 하는 모임이나 지역 축제의 상담 부스, 심리 상담을 매개로 한 데이트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글. 조은성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eunsung9301@naver.com

라현윤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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