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 출처=픽사베이
혹등고래. 출처=픽사베이

고래는 죽으면서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다. 고래의 몸에는 많은 양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고래 사체는 가라앉으며 탄소도 함께 끌고 내려간다. 

상업적 고래잡이가 성행하기 전에는 고래 사체들이 19만~190만 t의 탄소를 매년 해저로 끌고 내려갔다. 매년 차량을 4만~41만 대를 멈추는 효과와 맞먹는다. 만일 고래 사체가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있다면, 많은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퍼진다. 해양학자인 앤드류 퍼싱 메인대 교수는 “고래잡이 산업으로 인해 20세기 중 약 70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됐을 것”이라며 “이는 차량 1500만 대가 1년에 배출하는 양”이라고 분석했다. 

고래는 사체뿐만 아니라 배설물도 기후와 관련이 있다. 고래는 깊은 바다에 있다가 해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고 배설을 한다. 철분이 풍부한 배설물은 플랑크톤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플랑크톤은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40%가량을 포집한다. 아마존 밀림의 포집량 보다 4배 많다. 

고래는 이처럼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개체 수가 줄고 있다. 상업적 포경으로 고래 개체수가 66~9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해양 생물 다양성과 기능이 줄었다. 최근에는 바다로 유입된 버려진 비닐, 플라스틱, 마스크 등으로 폐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고래 개체수 감소에 따라 먹이 사슬 상위에 위치하는 포식자 집단을 바다 수달과 같은 작은 해양 포유류가 차지했다. 이후 수달 개체수도 감소하고 성게가 퍼졌다. 이로 인해 북대서양 해안의 다시마 숲이 황폐화됐다. 해양 탄소 제거 과정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래 한 마리가 일생 동안 포집한 탄소의 가치가 200만 달러(22억 1500만 원) 이상이나 된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투자하기보다 고래 개체군 보호에 돈을 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칠레의 자선 단체 ‘MERI 재단(Fundación MERI)’은 고래 기반 탄소 시장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래의 위치를 ​​모니터링하고 선박의 대체 경로를 알려주는 조기 경보 음향 부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IMF 논문에서는 "고래 보호가 파리협약 목표에 부합된다”면서 “11월 유엔 기후 정상회의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인데, 이때 이 의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코틀랜드 해안에는 밍크고래, 혹등고래가 정기적으로 몰려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The world's largest animals are unusually good at taking carbon dioxide out of the atmosphere.

Whale counting in satellite and aerial images with deep learning

The Value of Whales and Every Other Br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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