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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같은 즉석밥 용기가 재활용이 안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소비자 댓글을 보니 경악 그 자체였어요. 얼마나 열심히 씻어서 버렸는데 재활용이 안된다니… 기가 막혔던 거죠. ”

                                                                   --- 홍수열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

포장재에 ‘Other’라고 표시된 제품은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선별장에서 그냥 버려진다. 커피음료, 식품, 화장품 용기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03년 other 표시 제품도 재활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17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홍 소장은 ‘바로 그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고 있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유튜브 채널 '쓰레기 대학'. 홍 소장은 " 이 강의를 듣고 나면 청취자들도 쓰레기 문제를 꿰뚫어볼 수 있는 시야를 얻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고 있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유튜브 채널 '쓰레기 대학'. 홍 소장은 " 이 강의를 듣고 나면 청취자들도 쓰레기 문제를 꿰뚫어볼 수 있는 시야를 얻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괴리감을 좁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고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와 ‘쓰레기 대학’의 진행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라는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를 출간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사람들이 그동안 쓰레기 분리배출과 관련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아무도 정확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2018년 폐비닐 대란 이후 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언론과 커뮤니티, 유튜브에는 쓰레기에 대한 정보가 넘쳐납니다. 전문가 뺨치게 콘텐츠를 잘 만들기도 해요. 그런데 잘못된 정보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분리배출은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못된 분리배출은 재활용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재활용품만 골라 세척해 내놓자

플라스틱 재질 중 가장 많이 재활용되는 것이 페트다. 지난해 12월25일부터 아파트 단지에서는 투명 페트병을 따로 모아 분리배출하고 있다. / 사진= 백선기
플라스틱 재질 중 가장 많이 재활용되는 것이 페트다. 지난해 12월25일부터 아파트 단지에서는 투명 페트병을 따로 모아 분리배출하고 있다. / 사진= 백선기

재활용품 보따리가 선별장에 도착하면 전문 인력들이 먼저 부피가 큰 종이박스와 스티로폼, 비닐을 골라낸다. 그 후 나머지는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품목별로 선별한다. 이 과정에서 빨대나 병 뚜껑처럼 부피가 작은 것들은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

“현 체제 하에선 2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재활용되는 것만 분리배출하고, 둘째, 이물질을 제거한 뒤 깨끗한 상태로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죠. 분리배출된 이후의 단계는 선별장이나 재활용업체에서 전문 인력이 하든 기계가 하든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꾸 소비자들이 다 해야 하는 것처럼 강요를 하게 되면 분리배출을 이탈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요.

 

재활용품을 분리배출 할 때는 깨끗한 상태로 내놓아야한다. 이는 단지 재활용률을 높일 뿐 아니라 선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행동이다. 선별장 작업자들이 잘 걸리는 직업병 중 하나가 '손톱곰팡이' 다. / 사진= 백선기
재활용품을 분리배출 할 때는 깨끗한 상태로 내놓아야한다. 이는 단지 재활용률을 높일 뿐 아니라 선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행동이다. 선별장 작업자들이 잘 걸리는 직업병 중 하나가 '손톱곰팡이' 다. / 사진= 백선기

 

분리배출 = 재활용이란 믿음 중요

생산자와 정부 책임 강화해야

소비자들은 포장재에 표시된 재활용 표시제를 금과옥조처럼 믿는다. 하지만 종이라고 해서, 혹은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모두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특히 투명 플라스틱의 경우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어 선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라스틱과 유리들은 녹여서 다시 재생원료로 쓰이는데 이 과정에서 이물질이 혼합되면 재활용이 안되거나 되더라도 품질이 아주 낮아진다. 양보다 정확한 분리배출이 중요한 이유다. 홍 소장은 “선별장에 들어온 재활용품 중 적게는 30%, 많게는 70%가 쓰레기로 빠진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분리배출하면 누군가 가져가니까 ‘재활용되는구나’라고 생각한겁니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 그는 20년 넘게 쓰레기 분야를 집중 파고 들고 있는 환경 전문가이다. / 사진제공= 홍수열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 그는 20년 넘게 쓰레기 분야를 집중 파고 들고 있는 환경 전문가이다. / 사진제공= 홍수열

홍 소장은 “재활용 표시가 있는데도 재활용이 안된다면 이는 정부와 생산자가 책임지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쿱 자연드림에 김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수미김(대표 이윤단, CEO 허선례)은 김 포장재 안에 들어가는 투명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앴다. 수미김은 플라스틱 23톤을 저감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아이쿱 자연드림에 김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수미김(대표 이윤단, CEO 허선례)은 김 포장재 안에 들어가는 투명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앴다. 수미김은 플라스틱 23톤을 저감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분리배출하면 모두 재활용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열심히 분리배출을 합니다. 그러려면 생산자와 유통사들의 부담을 늘려야 합니다.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부터 비닐로 두세 겹 꽁꽁 싸맨 채 시장에 나오면 소비자들이 뭘 할 수 있겠어요? 시스템은 안 만들어주면서 자꾸 소비자 보고 해라마라하면 구호밖에 안됩니다. 생활에서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에선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재질과 디자인을 기업이 바꾸도록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더 매진해야 하고요. 그다음 수순으로 분리배출 표시제를 확대해야 합니다. 생활용품 중에는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표시가 안된 제품이 아주 많아요.

 

폐기물부담금은 폐기물 관리 용도로 쓰여야

그는 폐기물부담금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플라스틱이 포함된 담배꽁초와 껌문제를 들었다.

담배꽁초줍깅 후 롤링페이퍼와 함께 꽁초를 담배회사로 보낸 사진 /출처 =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담배꽁초줍깅 후 롤링페이퍼와 함께 꽁초를 담배회사로 보낸 사진 /출처 =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은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모아서 보내주면 인센티브를 주고 필요한 비용은 담배 회사들 한테서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담배 회사들이 연간 800억 원 정도의 폐기물 부담금을 정부에 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돈은 환경부가 갖고 있고 담배꽁초에 관한 관리는 지자체 소관입니다. 생산자는 돈을 냈고 지자체는 돈이 없다면서 손을 놓고 있는 거죠. 원래 이 돈은 담배꽁초 사업으로 쓰여야 되는 목적세인데 환경부가 일반 예산으로 활용하고 있는 거죠. 껌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홍 소장은 “껌이나 담배꽁초 문제는 단순히 거리가 더러워진다는 차원을 넘어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것”이라면서 “해변가에서 터뜨리는 폭죽의 탄피, 어민들의 낛시줄이나 어구 등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품목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소비자, 시민단체 체질 개선 필요

최근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3R 즉 Reduce(쓰레기 줄이기) / Recycling (재활용) / Reuse(재사용)을 넘어 Refuse(거절하기) 그리고 Rot(썩히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해야 할 1차적인 행동은 물론 소비를 줄이는 것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홍 소장은 “기업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소비자들이고 그 힘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 플라스틱 어택 (플라스틱 거절 운동)처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더불어 소비자단체나 환경단체들도 시대적 흐름에 맞게 체질을 바꿔줄 것을 주문했다.

 

대형마트 앞에서 상품 과대 포장에 항의하는 퍼포먼스 / 사진 출처 = 한국형분리배출 안내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대형마트 앞에서 상품 과대 포장에 항의하는 퍼포먼스 / 사진 출처 = 한국형분리배출 안내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SNS의 발달로 이제 단체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시민들이 기업이나 정부에 자기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다양해졌어요. 가령 유튜브를 통해 어젠다를 던지고 이슈화되면 그 파급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요. 시민단체들은 그동안의 업력을 바탕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그 안으로 들어와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쓰레기도 연대가 필요해

분리배출 정보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전단지 한 장 만으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렵다. 그래서 요즘 대안으로 나온 것이 ‘내 손안의 분리배출’이나 ‘분리수거’같은 앱이다.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이 헷갈릴 때 들여다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앱 '내 손안의 분리배출'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이 헷갈릴 때 들여다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앱 '내 손안의 분리배출'

 

쓰레기 문제는 총론만 갖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품목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일회용 컵 문제를 고민하고 누군가는 담배꽁초, 빨대, 풍선 날리기처럼 다양 한 분야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합니다. 이들이 각자의 영역 속에서 콘텐츠가 확보돼고 특정 사안이 불거지면 우르르 몰려가 힘을 보태줘야 합니다. 쓰레기 문제도 연대가 필요한 거죠. “

그는 “ 쓰레기 문제는 우리 생활의 총체”라면서 “ 그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누가 어떻게 혼자의 힘으로 풀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연대와 네트워킹이 답입니다. 각각의 주체들이 자율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순환 경제를 주도하면서 치고 나가고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민관 거버넌스 체계인 것이고 이것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순환 경제 플랫폼들입니다. 시민단체들은 판을 깔아주고 그 플랫폼 안에서 각각의 주체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유롭게 해결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방식을 가야 합니다.”

 

에코 파시즘을 경계한다

홍 소장은 올해로 20년 넘게 쓰레기 문제 한 분야를 파고든 그야말로 전문가이다. 그는 “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보람찼다기보다는 회한이 더 많이 든다”면서 “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온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법안이 통과한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단기 목표로는 포장재 없는 가게나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바꿔주는 대안 시스템들이 하나의 산업이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회용품 대체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쉬버스터즈'가 개발한 다회용식기들. 이 식기류들은 다회 사용 후 손상되거나 생산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재료로 재가공해 새로운 식기로 탄생한다.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축제나 행사 때 유용한 서비스다. /사진출처 = 트래쉬버스터즈 홈페이지 캡쳐
일회용품 대체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쉬버스터즈'가 개발한 다회용식기들. 이 식기류들은 다회 사용 후 손상되거나 생산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재료로 재가공해 새로운 식기로 탄생한다.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축제나 행사 때 유용한 서비스다. /사진출처 = 트래쉬버스터즈 홈페이지 캡쳐

그에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에 대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줄여야 합니다. 해마다 8-9%씩 줄여야 하는데 불가능한 거죠. 굉장히 급박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에코 파시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반대 여론이 있어도 뭉개고,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면 에코파시즘이 되는 겁니다. “

홍 소장은 “자원순환 분야에서 그린 뉴딜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얼마 안 된다”면서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조급증을 내다보면 엉뚱한 사업에 돈을 쏟아붓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요즘 자원순환 쪽에도 ‘스마트’란 이름만 달면 다 되는 것 처럼 이야기하는데 ‘쓰레기 쪽에서 디지털 좋아하다가 다 죽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먼저 기본부터 잡아놓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기기가 도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거죠. “

그가 말하는 기본이란 분리배출 시스템의 정착이다.

주민들한테 분리배출은 일관된 메시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귀에 인이 박히도록 계속 반복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해요. 분리배출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마치 자동차 타면 안전벨트를 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다지고 또 다져야 합니다.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자꾸 새로운 것, 스마트한 것을 강조하다 보면 더 뒤죽박죽돼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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