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는 국내에서 특별법 상 설립근거가 있는 공제와 민법 32조에 근거한 공제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상이 한정적이거나, 소비자(시민)가 주도하는 공제사업은 많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은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아 아직 공제사업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생협 공제 사업이 도입돼야 하는 이유와 해외에서 생협 공제 사업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소개한다.

저명한 기독교사회운동가인 일본의 '가가와 도요히코'는 제2차 세계대전 전에 협동조합보험사업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보험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않았다. 전후 협동조합 관계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일본에서는 농협법에 이어 생협법에도 공제사업이 포함되었다.

1984년에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소비생협의 조합원을 위한 ‘코프 공제’를 개시했다. 이것은 조합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부와 그 자녀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생협운동의 발전과 함께 급속히 확대되어 소비생협에 있어서도 상품사업에 뒤이어 두 번째 큰 기둥이 되었다. 2008년에는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로부터 독립하여 일본코프공제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설립되었다.

생협공제는 노동자나 소비자의 안전망으로서 생명공제나 의료공제를 제공하고, 또한 화재공제나 자동차공제, 나아가 지진이나 수해에 대비하기 위한 자연재해공제를 개발했다. 1995년의 고베 대지진 때, 생협 공제단체는 즉시 재해지에 직원을 파견하고 이재민을 격려함과 동시에 재빨리 공제금이나 위문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진이나 수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이재민의 자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국노동자공제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 생활협동조합코프고베,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공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25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해서 1998년에는 이재민생활재건지원법이 성립되었다.

이때의 교훈을 통해 전국노동자공제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재해 대비를 위한 소비자의 의식을 환기하는 '방재카페' 활동을 지원하고, 또한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회원생협이 지역 지자체와 ‘재해 시의 물자공급협정’을 체결하는 노력을 촉진하는 동시에 재해가 일어났을 때를 상정한 이재민 지원 모의훈련(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대형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생협 공제 단체는 재해지에 전국에서 직원을 파견하고 이재민의 생활 재건을 지원했다. 생협 공제를 포함해 공제 단체가 지불한 공제금은 8800억엔 남짓에 달했는데, 이것은 보험 회사가 지불한 보험금 1조2800억엔에 육박하는 규모의 지불이었다.

생협 공제는 조합원의 상호부조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으며 보험회사와 다른 생협 공제의 아이덴티티(공제다움)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계약자와의 관계를 보면, 공제는 공통의 지역이나 직업을 가진 특정 집단 내의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보험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의 일대일 계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자는 생협이나 노동조합 등의 모체조직을 통해 조합원끼리 지역이나 직장에서 조합원의 서로 돕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조합원이 지불한 부금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아도 사고를 당한 다른 조합원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조합원이 납득한다는 인식도 있다.

또한, 생협 공제에 있어서 조합원이 보장의 재검토, 라이프 플래닝 활동, 생활 보장 설계 운동 등에 참가하는 것이 보험과의 큰 차이이다. 이는 보험료가 가계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정말로 필요한 보장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가계의 재검토 실천,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 금융 활용 능력을 높이는 실천으로 생각되지만, 조합원, 직원이 서로 배움으로써 공제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제다운 실천이다.

또한 공제의 상품 설계를 살펴보면, 공제는 조합원의 기본적인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부금액이 낮으면서 알기 쉬운 보장 내용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연령·지역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부금을 설정하고 있는 공제, 가입할 때, 고지해야 할 의무를 완화한 상품을 제공하는 공제도 있다. 이와 같은 특징으로 생협 공제가 최근 JCSI(일본판고객만족도지수)에서 매우 높은 평가(코프 공제의 경우, 2019년도 생명보험부문에서 1위)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일본 생협 공제의 역사와 실적으로부터, 한국에서도 생협 공제가 노동자나 소비자의 상호부조에 기반한 안전망으로서 큰 사회적·경제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구리모토 아키라 (栗本 昭) 전 호세이대학대학원·연대사회인스티튜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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