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복원력 있는 회복을 위해서는 백신·의약품 개발 등 의학적 개입과 함께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에 더 투자해야 한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은 기후·생태계·보건 위기가 중첩된 결과로, 인류세에서 예측된 증상이기에 전혀 놀라운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와 규모로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향후 지구를 관리가능한 행성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구원과 지구와사람이 지난 19일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와 협력해 ‘기후변화 콜로키움 2021’을 개최했다. 올해 첫 행사로 현 상황을 ‘기후 비상시대’로 보고 ‘지구 한계(Planetary Boundaries) 내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패러다임을 선구적으로 제기해온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의 발표를 마련했다.

포츠담 연구소는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 환경과학 분야 연구를 선도하는 독일 국책 기관이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싱크탱크다. 소장을 맡은 요한 록스트롬은 스웨덴 출신의 환경과학자로,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을 처음 제시한 지속가능 발전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한계 넘어선 지구 온도…전염병·산불·태풍 예견된 일

19일 열린 ‘기후변화 콜로키움 2021’에서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은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가 변하는 '인류세(Anthropocene)'에서 팬데믹, 자연재해는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서울연구원 줌 화상회의 화면 갈무리
19일 열린 ‘기후변화 콜로키움 2021’에서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은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가 변하는 '인류세(Anthropocene)'에서 팬데믹, 자연재해는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서울연구원 줌 화상회의 화면 갈무리

이날 강연은 ‘우리 행성, 우리 미래-인류세 탐색을 위한 전략(Our Planet, Our Future - Strategies to Navigate Anthropocene)’을 주제로 마련됐다. 2021년 현재 지구 한계의 경계 어디까지 와 있는지와 대전환을 위한 극복 방안 등에 관한 고민을 나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연구원과 독일 연구소의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록스트롬 소장에 따르면 지난 300만 년간 지구는 평균온도 변화를 –2℃와 2℃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온실가스가 배출되더라도 해양과 토지가 이를 흡수해 완충 효과를 만든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도는 2℃ 이상 한계를 넘어섰고, 생태계 역시 탄소를 저장하는 복원력을 점점 잃게 됐다. 인간이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고 균형을 무너뜨린 탓이다.

그 결과 지구에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2020년 한 해만 보더라도 강력한 산불과 허리케인, 태풍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이 발생해 전 세계인들이 시름했다. 록스트롬 소장은 “예측했던 것보다 빠르게 기후변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심각성과 빈도가 강해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UN은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에서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의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협약을 잘 지키더라도 북극의 빙하가 녹고 아마존 우림이 사라지고 바다의 산호초가 사라지는 기후변화의 큰 흐름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주요 생태계가 파괴하면서 연쇄적으로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티핑 포인트’ 도달 막기 위한 전 세계적 조치 필요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향후 30년간 탄소배출량을 10년마다 절반씩 감축해 2050년에는 '넷제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며 "10년, 20년 후가 아닌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국가, 기업,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사진제공=서울연구원 줌 화상회의 화면 갈무리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향후 30년간 탄소배출량을 10년마다 절반씩 감축해 2050년에는 '넷제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며 "10년, 20년 후가 아닌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국가, 기업,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사진제공=서울연구원 줌 화상회의 화면 갈무리

록스트롬 소장은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뿐만 아니라 평화·안보를 비롯해 경제·사회·정치 등 전 분야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도가 높아지면 먹거리 수급이 불안해지고, 더운 나라 사람들의 건강 문제가 생겨 타 국가로의 이주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0년, 20년 후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불가역적 현상들의 발생을 막고, 지구 균형이 무너지는 ‘티핑 포인트’로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한 대대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매우 심각하지만, 다행히 아직 희망은 있다. 향후 10년마다 탄소량을 절반씩(40t→20t→10t→5t) 줄여 2050년까지 배출량 0인 ‘넷제로’ 상태에 도달했을 때의 이야기다.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G3을 비롯해 세계 여러 정부가 탄소중립 선언에 나서면서 힘을 얻게 됐다. 록스트롬 소장은 “넷제로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모든 국가가 같은 목표로 움직인다면 변화할 수 있다”며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적정 수준인 350ppm을 넘어서 2019년 410ppm을 기록했다”며 “2020년 코로나 영향으로 배출량이 줄었음에도 412ppm으로 농도는 더 짙어졌다. 화석연료 사용에서 탄소의 2/3 발생하는데, 화석에너지가 온난화의 원인임을 이제는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정민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많은 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여러 기업에서도 재생에너지 투자를 약속하고 있지만 실행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며 “이 계획들을 어떻게 실행해 나갈지가 핵심 과제인데, 과감한 투자나 획기적 제도는 물론 시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 패널을 깔고 전기차 바꾸는 것만으론 부족하며, 사회적 형평성이 향상되고 공공재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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