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김동곤 과장 (기획재정부 사회적경제과), 김형미 소장 (아이쿱협동조합), 도현명 대표 (임팩트스퀘어)

▶사회=신혜선 이로운넷 편집장(머니투데이 뉴미디어본부 부장)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 향후 일정표

올해 안에 민간주도로 ‘사회가치연대기금’(Social Benefit Solidarity Fund)이 설립된다. 기금은 ‘임팩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기재부 중심의 정책 발표 후 지난 2월 28일 사회적경제 분야 금융기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한 설립추진단을 만들기로 하고 관계자들이 처음 모였다. 이름은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으로 정했고, 송경용 신부(GSEF 공동의장, 공익활동가 사회적 협동조합 동행 이사장,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회장)가 추진단장을 맡았다.

지난 13일 이로운넷과 머니투데이는 정부와 소셜 벤처투자,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사회가치기금 조성 의미와 올바른 금융생태계 구축법, 사회경제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신혜선 부장(사회)= 정부가 3000억 원 규모의 사회가치연대기금조성 정책을 밝힌 후 조금씩 구체화 되고 있다. 진행 상황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진행과정을 공유하고 논의를 시작해보자.

김동곤 과장(김동곤)=지난 2월 8일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에서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촉매제로서 3000억 원 규모의 민간기금인 ‘사회가치연대기금’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매기금 설립운용에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단기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 분야 금융기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한 설립추진단을 만들기로 했는데, 지난달 28일에 첫 모임을 했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했지만, 기금설립의 법적 형태, 재원확보방안, 중개기관 인증제도 도입 방안 등을 논의하는 추진 주체는 민간임을 지난 1차 회의 때 재차 확인했다. 연말 경 사회적 가치 기금 설립을 목표로 세웠다.

김형미 소장(김형미)=사회적가치기금추진단은 도매기금을 민관협력으로 끌고 가자는 취지다. 민간이 중심적으로 추진하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송경용 신부님이 단장을 맡은 것으로 들었다.

- 사회=사회가치연대기금의 틀은 민간에서 주도하고 정부는 참관(옵저버) 자격으로 행정적, 금전적 지원을 하는 역할분담이다. 과거 정부가 주도한 미소금융의 사례도 있는데, 역할분담이 잘 될 것인지 우려도 나온다. 어떤 접근 방법이 필요할까

▶ 김형미=기금이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쓰일 예정이고, 거버넌스는 어떻게 만들고, 실제 기금은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등 설립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할 거로 들었다. 추진단에 참가하는 민간이 정부와 함께 현실 방안을 만드는 토대로 진행하리라 본다. 총괄하는 조혜경 박사의 발언을 상기하고 싶다. “기금의 규모가 크냐 작으냐로 보지 않으면 좋겠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갖춘 민간이 참여해 조성하는 최초의 사회가치 기금이므로 어떻게 민관이 협력해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과거에 휴면 예금을 출연해 미소금융을 만든 경험이 있다. 여기에 상당히 큰 6개 기업이 참여했지만, 정부 기관처럼 운영됐다. 제도금융권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미소 금융을 통해 자립하는 취지도 개인 회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목적이나 역할분담 모두에서 다르게 가야 한다고 본다.

▶ 도현명 대표(도현명)=실수요조사나 정밀한 목표 설정이 이뤄지기 전에 정책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미소금융도 그랬다고 본다. 기업, 정부, 민간 모두 이 전철을 밟지 말자고 생각한다.

사회= 외국은 엔젤 투자자, 벤처캐피털리스트 등 투자자층이 두텁다. 미국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과 소셜 벤처 기업 간 주요 임원들을 연결하는 중간 지원 기관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중간자들이 그리 세분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간자 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도현명=임팩트스퀘어가 정확히 중간 지원 조직이다. 사회적 기업을 발굴, 투자, 컨설팅하는 역할을 9년째 하고 있다. 전체 규모를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는 민간 중간조직이 매우 빈약하다. 개수나 다양성 측면에서 심각하게 적다. 개별조직 또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준이 안된다. 중간조직이 자생적으로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은 사회적 생태계를 지탱하기 위한 기능을 하고 육성기관, 연구기관, 언론매체 등인데, 그 조직들을 키우기 위한 목적을 가진 시도가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워낙 짧은 기간 발전해서 중간지원조직이 성장하지 못한 게 이해가 되긴 한다.

▶ 김동곤=그래서 중개기관 인증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본다. 다만, 인증이라고 해서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 김형미=그 인증이 ‘사회적 임팩트 평가’가 아닐까 한다. 사회가치기금이라고 하는 걸 실제 필요한 사회경제 기업들에 융자·대출·투자해주는 중개기관으로 누가 적합할지 판단하는 평가다. 국제적으로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평가 기준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에 맞는 방법 연구가 이뤄질 것이다. 중개기관 인증이 법적, 사회적 영향력, 임팩트를 발생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 도현명=모두에게 통용되는 강압적 느낌의 인증이라기보다는 거래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의 가치·목적성·건전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일 것이다. 이런 인증 제도는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필요하다.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가장 걱정되는 건 ‘어뷰징’이다. 일 예로 예전에 국제적으로 ‘위장환경주의’(greenwashing)를 겪은 적 있다. 이는 대중의 혼란, 자원의 잘못된 배분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체계성에 대한 검증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 사회=정책에서 중간지원 조직 강화를 강조하는 경우를 처음 듣는 듯하다.

▶ 도현명=실패한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국내 벤처생태계는 매우 좋아졌다. 벤처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 중 민간의 인프라를 강화해주는 내용이 결실을 보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뛰어난 벤처 캐피탈 몇몇은 아시아에서도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분야는 아직 중간지원 조직에 대한 지원이 약하다.

- 사회=영국의 경우 4대 은행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출연했다. 기재부가 정책을 발표하면서 영국과 일본, 해외 사례를 소개했는데,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 도현명=(자료를 보니) 각 국가의 좋은 점만 벤치마킹했더라.(일동 웃음) 사회적 자본은 원래 어렵다. 영국은 무수한 역사의 민주주의가 쌓아놓은 사회적 자본이 작은 공동체 하나하나에도 존재한다. 그것들이 임팩트 금융에 쓰이는 것이다. 미국은 작은 공동체 단위로는 약하다. 그러나 주 단위의 커뮤니티 펀드, 그리고 강력한 자선가들이 쌓아놓은 재단과 거기서 파생되는 기금이 있다. 한국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기에 발전 기간이 너무 짧았다. 정부가 단기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장점도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기업재단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그런데 기업재단이 비영리재단의 지분을 최대 10% 이상 못 갖게 한다. 사회적 기업에 한해서는 좀 완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자금을 끌어내야 하는 타이밍이 왔다고 본다. 법제 개선으로 휴면보험예금, 미소금융 등 고여 있는 자금을 끌어내야 한다. 영국, 일본 등도 새로운 기금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있는 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김동곤=영국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미소금융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역재투자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주 단위로, 그 지역에서 번 돈의 일부는 그 지역에 적립해야 하는 제도다. 지역의 취약계층에 투자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연결된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낙후지역등 취약한 곳에 금융가들이 지원하면 평가해서 인센티브 제도로 이어지도록 한다.

▶ 도현명= ‘기부’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재투자’하는 개념으로 미국에서 사회적 경제 영역 기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 김동곤=사회적경제 자체가 지역 단위를 기본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다.

- 사회=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측의 기대감이 클 거 같다. 정책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떠한가.

▶김형미=국내 협동조합은 법 시행 이후 1만2000개 정도가 설립됐는데, 양적으로 많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면 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일본은 비영리 단체(5만1천개)와 협동조합(4만개)을 합쳐 9만 개 정도다. 일본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끌어가는 분위기가 아님에도 이 정도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조직은 총 2만5000개를 넘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력을 고려하면 지금의 2배 이상 돼도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영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 자본’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스타트업 초기투자 자본은 많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을 위해 기다리고, 좋은 거버넌스를 형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필요한데 이런 관점의 투자(자)가 드물다. 그걸 조성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없었다. 정부의 사회가치기금 마련 정책이 고무적인 이유다.

 

 

- 사회=어쩌다가 사회적 목적을 달성한 사례들이 아니라 의도와 목적을 가진 투자로서의 성공모델들이 얘기된다. 최근 들어 사회적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 논의가 활발한데, 개별 기업 투자는 성공이 쉽지 않은 듯하다.

▶ 도현명=해외의 성공 사례 대부분은 다 프로젝트 투자다. 개별기업 투자는 전체 임팩트 투자에서 15% 정도다. 예를 들어 서울대공원을 매입해서 거기에 여러 컨소시엄이 참여해 공공성을 지닌 동물원을 만든다고 가정하자. 1000억원 정도는 땅 매입하다가 말 정도의 자금이다. 정부가 도시재생에도 50조 원의 예산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개별 사회적기업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쓰고 싶어도 기금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개별 투자가 아닌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거기에 사회적 경제 기관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김동곤=동의한다. 정부도 지역사회의 중요 과제에 대해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연합하도록 지원하는 중이다.

▶ 김형미=그런 의미에서 도매기금, 중개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사자 조직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구가 낙후된 지역에 힐링 공원을 만든다면 지역의 모습 ‘자체’가 바뀐다.

▶ 도현명 =맞다. 바로 생태계의 이야기다. 개별 기업 하나하나에 돈 집어넣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로 엮어야 한다. 이렇게 ‘확산효과’(Impartation)가 생기는 게 사회적 경제의 특징이 돼야 한다. 임팩트스퀘어가 기획한 ‘서울숲소셜벤처클러스터’(초기 기획-임팩트스퀘어, 추진 및 투자-루트임팩트·HGI)를 예로 들어 보겠다. 옆에는 갤러리아 포레가 있고 반대쪽에는 30년 된 건물이 있어 둘이 반목하는 사이였다. 우리가 그 지역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건물도 사고 개별 대출을 받는 등 준비를 하면서 사회적 경제 기반으로 지역 자체를 바꾸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땅값이 평당 7000만 원을 넘어갔다. 땅값이 너무 올라 더는 프로젝트를 못 하는 상황이다.

- 사회=제도 개선이나 지원 방안 등 의견을 말해달라.

▶ 도현명=앞서 잠깐 얘기가 나왔듯, 국내 기업재단은 굉장히 발달했다. 기업재단이 적정한 규모 이하의 사회적 기업에 15~20%까지는 투자를 가능하게 하도록 기준을 완화했으면 한다. 그 이상은 투자받으면 안 된다. 두 번째는 사회적 기업에 인정된 절차를 통한 투자했을 때, 3년 혹은 5년 내 손실 보면 손실분을 기부금 처리해 주는 정책도 도입됐으면 한다. 5천 만원~1억 같은 규모의 투자라면 개인에겐 크다. 손해를 봐도 그만큼을 기부금처리 해준다면 더 많은 개인이 참여할 것이다.

▶ 김형미=굉장히 중요한 제도라고 본다. 기부금처리가 된다면 투자에 대한 시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이 기부하면 15~20% 소득공제 처리된다. 그런데 법인은 손비처리만 해준다. 법인의 기부금 역시 그만큼의 사회적 가치인데 왜 기부금 처리를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영국이 시행한 ‘SITR’(Social Invest Tax Relief)이라는 세제우대정책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이는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비영리에 기부하면 개인은 소득세의 30%, 투자 기관 같은 경우 자본소득세 30%를 줄여주는 정책이다. 더불어 임팩트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사회가치 평가지표를 만드는 움직임이 생길 것 같다. 이때 당사자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강화해야 할 점은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설명 책임을 가져야 한다. 주로 기업이나 정부에 설명책임을 많이 요구하는데, 사회적경제 조직 역시 자신이 일하는 지역사회에 설명 책임을 행해야 한다.

▶ 도현명=한국 상황에서 도매기금 출현 의미를 3가지로 정리하고 싶다. 우선 생태계 관점으로 봤을 때 파편적으로 존재하던 것들이 통합하고 올바르게 정리돼 간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평가와 관련된 부분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하는 사람들은 투자받은 곳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증명하기를 바란다. 성과의 목표를 달성했는지 자세히 설명하길 바란다. 한국에서도 이 부분을 강화될 때가 됐다. ‘소캡’ (SOCAP-사회적 자본시장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슬로건’(Impact is new normal)을 외친다. 임팩트가 대세라는 말이다. 10년, 20년 뒤 주류가 될 것이다. 도매기금은 이를 위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김동곤=사회적경제 조직의 특수성, 다양성을 고려해 세제지원 방향을 준비 중이다. 공기업 같은 경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 혜택을 주는 방향을 검토하는 중이다. 사회가치기금의 법적 형태 중개지원기관 등의 형태에 대한 윤곽이 나오면 세제지원방안도 검토하겠다.

- 사회=이른 시간 참석에 좋은 의견들 감사하다. 정부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나오지만, 사회적가치 실현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평가를 받는다. SK처럼 일부 대기업의 움직임도 매우 체계적이다. 모처럼 형성된 좋은 기류를 타고 시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기금도 잘 조성되길 바란다.

 

 

 

 

(왼쪽부터)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 소장,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김동곤 기획재정부 사회적경제과 과장

 

 

-정리.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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