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배달합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메디치미디어
'뭐든 다 배달합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메디치미디어

'뭐든지 배달 가능'이란 말을 들으면 의아하기보단 고개가 끄덕여진다. 배달 '안'되는 걸 떠올리려 해도 쉽지 않다. 소셜 네트워크,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달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만큼 노동자도 늘었다. 쿠팡, 배민, 카카오대리기사 등 플랫폼의 중개로 물건과 사람(운전자)을 배송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50만 명에 이른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저자 김하영이 플랫폼 노동자 당사자로 산 200일 간의 기록이다. 18년 동안 기자로 일한 그에게 배달 라이더와 대리기사를 만나 취재하는 게 익숙한 방법이지만, 그는 '이번에는 직접 당사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가 됐을 때 보이는 것들을 세세하게 전하고 싶었다는 말이다.

책은 단순히 플랫폼 노동 체험기를 풀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쿠팡은 왜 다른 물류업체보다 정규직 전환율이 높은지', 'AI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배달 라이더 월 450만 원 홍보문구가 왜 허상인지' 등 현장에서 일하더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을 대신 관찰하고 말해준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 '택배 전성시대의 하루, 쿠팡'에서는 쿠팡 피커맨으로 일한 경험이 담겼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언택트 배달 시장이 더욱 확장하던 2020년 2월, 쿠팡에서 첫 플랫폼 노동을 시작한다. 물량도 무게도 계속 늘어나는 '상자의 숲'에서 고된 노동을 경험하며 그는 처음으로 최저임금 문제를 '내 일'로 느낀다.

고된 육체노동에도 최저임금을 벗어날 수 없는 쿠팡 물류센터 일에 실망한 저자는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일하면 된다고 속삭이는 배민 커넥터로 일자리를 옮긴다. 2장 '배달 ON 배달 OFF, 배달의 민족'은 매력적인 대안이었던 배민커넥터 일의 가려진 모습이 담겨있다. 5초도 안돼 사라지는 콜을 잡기 위한 무한 경쟁. '월 수입 450만 원'이라는 배달대행 회사 광고가 말하지 않는 보험료와 오토바이 리스료. 매력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저자는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 숫자로 보여준다. 

3장 '당신을 배달해드립니다, 카카오 대리운전'은 N잡의 대명사가 된 카카오 대리운전기사로 일한 경험을 적었다. '운전면허 소지자 3200만 명 누구나 대리기사가 될 수 있는' 저가구조와 대리기사 노동의 사각지대를 다룬다. 마지막 4장 '플랫폼 노동의 빛과 그림자'에서 저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플랫폼 노동 사각지대를 다루고 있지만 책은 마냥 무겁지 않다. 책에는 유머가 가득하다. 곳곳에 저자가 직접 그린 플랫폼 노동을 그린 삽화도 만날 수 있다. 노동 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보고서가, 플랫폼 노동 현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김하영 지음. 메디치 펴냄. 280쪽/ 1만4000원.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