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급변하는 변화 속에 사회적경제가 문제해결 및 대응의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특히 ‘로컬’ 단위의 활동을 통해 그동안 중앙에 밀려 뒤처진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나아가 팬데믹 위기를 넘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본연의 목적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광주, 등 각 지역의 사회적경제를 이끄는 센터장들의 목소리를 통해 2021년을 조망해봤다.

지난해 3월 출범한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이하 센터)’는 기존에 경기도가 운영했던 ‘따복공동체지원센터’에서 공동체 정책을 분리하고, 사회적경제를 집중해 다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올해 말 독립 공공기관으로 설립될 (가칭)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하 사회적경제원)의 전신이기도 하다.

문보경 센터장은 지난해 5월 이로운넷과 인터뷰를 통해 “중간지원조직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기초를 다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 센터장은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현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등을 거쳤으며, 센터장을 맡기 전까지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참여 △협동조합기본법 입법활동 △시민사회연대조직화 및 연구 활동 등을 해온 전문가다.

신년을 맞이해 그는 “기업 활동이 있어야 중간지원조직도 존재한다”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경제 주체를 기업 유형이 아닌 활동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경제원을 준비하는 인큐베이터로서의 센터의 역할을 부각했다.

이달 18일 열린 ‘2021 사회적경제 신년회’를 기념해 카메라 앞에 선 문보경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장. 본인제공.
이달 18일 열린 ‘2021 사회적경제 신년회’를 기념해 카메라 앞에 선 문보경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장. 본인제공.

다음은 문 센터장과 진행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Q. 곧 센터 출범 1년이다. 지난해 사업을 돌아봤을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로나19가 방해 요소였을 듯한데.

▶사업 기간이 짧았다는 게 가장 아쉽다. 보통 1~2월에 계획하고 3월에 시작하지 않나. 우리는 센터 자체가 작년 출범해서 사업을 5월에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도 했지만, 따복공동체지원센터 시절 도의회 차원에서 짜인 사업도 받아왔다. 시간이 있었다면 이해관계자들과 좀 더 밀접하게 고민하고 경기도 수준에 더 잘 맞게 수정할 수 있었는데 준비기간이 짧았다.

코로나19 때문에 현장과 밀접히 움직이지 못한 점도 아쉽다. 센터 문을 열자마자 사업비로 약 5억원을 모아 사회적경제조직 대상 긴급지원사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는 시·군과 긴밀히 협력하는 긍정적인 계기도 됐다. 자연스럽게 시·군 센터와 자치단체가 함께 일하다 보니 신뢰가 쌓여 경기도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을 만들 때도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많이 참여했다.

Q. 사회적경제조직 중 상대적으로 규모화가 어려운 마을기업에 초점을 맞춰 “경기도 마을기업 경영지원사업”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마을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규모화하도록 새로운 시도를 했다. 대표적으로 ▲지식재산권 지원 ▲공동비즈니스모델 개발 ▲우수마을기업 사회적가치 보고서 발간 등이 있다.

지식재산권 지원은 마을기업의 안정적인 상품 및 서비스 판매, 특허 및 상표 출원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 도모를 위해 했다. 17개사에 관련 컨설팅을 해주고, 48건의 출원을 진행했다.

규모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몇 개 기업이 모여 공동비즈니스모델도 개발했다. 이번에 브랜드와 공동제품을 하나 만들었다. 잔다리마을공동체(대표마을기업), 증안리약초마을, 오산로컬협동조합, 협동조합 함박꽃웃음, 오산양조, 화성열매 협동조합, 로뎀까페 협동조합 등 7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밀러스’라는 상표를 달고 음식 브랜드를 만들었다.

경기도 마을기업 공동브랜드 '밀러스' 시제품. 제공=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
경기도 마을기업 공동브랜드 '밀러스' 시제품. 제공=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

마을기업 사회적가치 성과도 측정했다. 마을기업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19년과 2020년 경기도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용인마을협동조합,’ ‘농부들의카페장터’를 대상으로 사회적가치 및 경영성과 보고서를 제작했다. 이 분야 전문인 소셜벤처 ‘임팩트스퀘어’와 협업했다.

Q. 올해 센터는 어디에 초점을 두고 사업하나? 예고편을 들려 달라.

▶하반기 출범할 사회적경제원과 맞물려있다. 출범 후 모든 걸 다시 테스트할 수는 없다. 여기서 확인하고, 기초를 다져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나중에 사회적경제원에서 사회가치평가 기능도 갖출 텐데, 측정 도구·지표나 리포팅 수단 등을 미리 탐색하고 정리해야 한다.

도내 사회적경제 균형발전도 중요하다. 경기도는 통상적으로 4개 권역(동서남북)으로 나뉘는데, 도가 너무 커서 이런 생활경제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권역별로 발전 수준과 특징도 다르다. 그에 맞는 사업을 설계하고, 합의를 통해 권역 단위 네트워크를 만들 기초도 다질 예정이다.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도 좀 달라진다. 원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들을 지원했는데, 이제는 그 전 단계부터 밟게 할 예정이다. 올해 초 예비프랜차이즈 과정을 만들어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설립을 희망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부터 검토하고, 확장 가능성, 취지, 정체성을 확인한다. 이 예비과정을 거친 기업 중 선발해서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이미 뽑힌 기업들은 작년에 평가해 모두 연속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이로운넷과 인터뷰 중인 문보경 센터장. 사진=진재성 인턴기자
지난해 5월 이로운넷과 인터뷰 중인 문보경 센터장. 사진=진재성 인턴기자

Q. ‘2020 경기도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기본계획 중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해달라.

▶기본계획을 만들 때 인재개발 필요성을 깊이 논의했다. 사회적경제 인재를 정의하고, 무슨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사회적경제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기초 조사와 설계를 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원은 인재양성 기능도 갖출 텐데, 이를 염두에 둔 기초작업이라 보면 된다.

협력거버넌스 차원에서도 차원의 통합플랫폼 구축도 중요하다. 도와 시·군이 시너지를 내려면 정보 공유가 필수다. 지금은 같은 항목이라도 시·군이 조사한 수치와 도가 조사한 수치가 다를 때가 있는데, 이를 통일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군 단위에서 매년 신규 조직이 탄생하는데, 공인된 데이터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작년에 진행한 실태조사로 나온 사회적경제기업 수 등 각종 숫자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조사로 일반협동조합 허수를 약 1200개 덜어냈다. 그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광역·기초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통합플랫폼 구축 타당성을 검토해볼 예정이다. 추후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전국 단위의 플랫폼까지 이어지면 더 좋다.

2020 경기도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연구보고서 기본구상. 제공=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
2020 경기도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연구보고서 기본구상. 제공=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

Q.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설립 준비, 어디까지 왔나?

▶작년에 센터가 발주한 설립 타당성 연구가 마무리됐다. 올해 행정절차로 평가기관에서 타당성을 평가하고, 행정안전부가 승인하면 관련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남았다. 단순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현장에 기반한 전문기관으로 역할 하도록 기초를 잘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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